심건우(건설환경공학부·20)
심건우(건설환경공학부·20)

은둔형 외톨이, 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로 혼자 지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2019년 33만 명에서 2021년에는 53만 명까지 늘었고, 코로나19와 장기적 경기 침체로 인해 그 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6개월 이상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전국의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은둔생활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취업 실패, 인간관계의 어려움, 진학 실패 및 학업 중단이 은둔생활의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문제는 젊은 청년들이 방 안에 들어가 아무런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은둔생활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밝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야 할 청년들이 좁은 공간에서 좌절감과 우울한 감정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은둔 청년들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 사업’ 등을 시행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지원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은둔 기간을 길어지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을 조사해 파악한다면 청년들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나는 은둔 기간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들을 직접 만나서 조사를 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132명이 응답해 줬고, 그중 은둔 청년 5명과는 직접 만나 면담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은둔 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거주지의 밀도, 형제의 유무, 수면시간 등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상관관계를 가진 것이 게임,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디지털 매체 사용 시간이었다. 은둔생활을 하며 오랜 시간 게임을 하거나, 디지털 미디어를 보는 사람일수록 은둔 기간이 길어졌다. 고통스러운 현실과는 다르게 디지털 매체는 재밌고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화면 속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름답고 즐거운 영상이 우리의 눈과 뇌를 자극해 현실의 고통과는 거리를 두게 만든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도파민 보상 체계가 무너지고 중독 증세에 빠져 현실을 외면하는 은둔생활을 계속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에 그림 그리기, 작곡하기, 프라모델 만들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생산적인 취미 생활을 하며 은둔생활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건강한 방식으로 현실에 존재해 더욱 빠르게 은둔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은둔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내 노력을 조롱하듯 이루고 싶었던 목표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모든 것들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방 안에서 핸드폰만 보며 누워있었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내가 방 안에 숨어 있는 동안 밖에서는 더 큰 현실의 고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잠시 쉬어갈 수 있지만 디지털 매체가 만드는 가상 세계로 도피해서는 안 된다. 아플지언정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해 보자. 

‘아모르 파티’. 내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내가 처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나간다면 주변의 어려움이 하나둘씩 해결돼 갈 것이다. 현재 방 안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모든 청년이 오늘이라는 빛나는 하루와 지금이라는 무한한 기회가 언제나 우리들 손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방 안에서 핸드폰과 함께하는 방구석 파티 아니면 현실 세계 속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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