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과 대학 재정의 한계

『대학신문』 삽화 DB
『대학신문』 삽화 DB

지난 6월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 중 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1.7%가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을, 28.6%가 2025학년도 이후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94개 대학 중 6개 대학에 그쳤지만 올해는 193개 대학 중 17개 대학으로 늘었다. 이처럼 동결돼 왔던 등록금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등록금 인상이 웬 말인가요?”=등록금 인상을 막으려는 대학생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학가의 등록금 인상 반대 움직임을 주도하는 것은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를 주축으로 한 ‘등록금 인상 반대 대학생 공동행동’(공동행동)이다. 공동행동에 함께한 △고려대 △건국대 △단국대 △동덕여대 등 총 12개 대학은 서포터즈를 꾸려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전대넷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등록금 규제 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기조를 보였다”라며 “등록금 인상이 확정되기 전에 학생들의 반대 의사를 확실히 알리고자 했다”라고 이번 운동의 배경을 밝혔다.

공동행동은 지난 9월 3주간 대학생 7,2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등록금 인상 방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예산 확대 △대학‒교육부‒학생 3자 협의체로 의사결정 구조 개선 △대학 종합 감사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대학별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사실상 학생의 거부권이 보장되지 않고, 정부가 등록금 정책을 손볼 때 개별 대학이 대응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3자가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응답자의 83%가 등록금이 투명하게 운용되고 정확히 내게 돌아온다는 신뢰가 매우 낮다고 답했다”라며 종합 감사가 진행되지 않는 대학의 등록금 운용 전반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재정 위기의 폭탄은 누구의 손에=한편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해 온 이유는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 온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등록금은 직전 3개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인상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국가장학금 1유형이 가구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반면, 2유형은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려는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 여부에 따라 정부가 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제약하고 있다. 김영철 교수(서강대 경제학부)는 “국가장학금뿐만 아니라 교육부 재정 지원 사업의 전제 조건으로도 대학의 국가장학금 2유형 대상 여부를 확인한다”라며 “등록금 규제가 법으로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사실상 등록금 동결의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그간의 기조를 깨고 등록금을 인상하려 하는 것은 학령 인구 감소와 물가 상승 때문이다.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 대비 4.02% 인상한 국립대학 청주교대의 재무팀 관계자는 “인건비와 공공요금이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해 등록금을 동결하고는 운영이 어려웠다”라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사립대학 관계자 J씨는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과 세제 혜택이 다르고 정부 지원도 없다시피 해 등록금에 크게 의존한다”라며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 사립대학은 재정상 위기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고등교육 재정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제지하면서도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한 지원은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영철 교수는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서 등록금 동결만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에 질적인 하락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임은희 연구원은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24만 명이지만,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은 약 46만 명”이라며 “정부의 지원 확대 없이 대학이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상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불만이 이어지자 지난 6월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등록금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시기는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학 재정에 힘쓰겠다고 하지만, 모든 정부가 가능한 한 등록금 인상 과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경향을 띤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학 역시도 재정 위기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김민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대학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대학도 학생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라며 “대학은 재정 안정을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대학 총장 집단인 대교협은 정부에 소극적으로 입장만 발표할 뿐이다”라며 “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쉬운 방법인 등록금 인상을 택하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임은희 연구원은 “몇몇 사립대학은 재정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미래를 위한다는 이유로 적립금을 쌓아 두고만 있다”라며 “쌓아 두거나 보관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립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교연이 2022년 2월 사립대학과 전문대학이 보유한 적립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 총액은 10조 6,202억 원으로, 이는 2023년 국가장학금 전체 예산인 약 4조 원을 훨씬 웃돈다. 다만 김영철 교수는 “서울 일부 명문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꽤 크지만, 수도권이 아닌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적립금과 거리가 멀다”라고 진단했다.

◇인상만이 답일까? 정부와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학생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학생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등록금 인상안은 그저 대학 재정 위기를 막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학의 재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현재보다 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영철 교수는 “초중등교육 예산이 현재 약 68조 원인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약 14조 원 남짓”라고 지적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처장도 “한국의 고등교육재정 규모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원은 OECD 평균이 1.0%지만, 한국은 0.7%로 이는 약 5.8조 원의 격차다. 황 사무처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제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학을 지원해야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학에 지원을 늘려, 수익자 부담 원칙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한편 대학도 재정 위기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등록금이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의 복지를 실현하는 데 쓰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민아 집행위원장은 “연초에 열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새로 당선된 총학생회가 학교와 하는 첫 회의다 보니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재정 위기에 대해 대학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홍익대 서포터즈 홍길동 황서현 단장은 “무엇보다 등록금을 낸 만큼 돌아오는 것이 있다는 효능감이 학생들에게 느껴져야 한다”라며 “학교는 학교 시설, 전임교원 확충, 적립금 활용 방안 수립 등 학생들이 원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내국세의 일부를 대학에 교부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골자의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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