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학내 배리어프리 보장이 부진한 점 △장애 학생들의 요구에 대한 본부의 미온적 태도 △징계심의위원회에 학생 참여가 불가능한 점 등 서울대의 인권 현황에 대한 여러 문제가 지적됐다. 

현재 서울대에서 인권 사안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다뤄진다. 본부는 간담회나 부처 차원의 면담을 통해 배리어프리 보장 등의 시정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2012년 설치된 인권센터는 학내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 및 심의·상담과 인권 교육을 전담하고, 인권헌장(안) 등 새로운 규범이나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관련 연구와 포럼, 공청회를 추진한다. 학생사회에서는 총학생회와 단과대학생회가 인권 침해 사안에 대응해 왔으며, 여러 학생 단체가 학내 인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을 넘어 구조적 해결이 필요한 경우, 이를 연속적이고 책임 있게 추진할 공식 기구가 없으면 논의가 쉽게 정체된다. 실제로 2019년 제안된 인권헌장(안)은 공청회나 인식조사에서 전반적인 합의가 확인됐음에도 본부가 평의원회 상정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미루고 있어 현재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권센터는 개별 사안 대응이나 연구만을 진행할 수 있을 뿐, 이를 실질적 변화로 이어가는 것은 결국 의사결정권을 가진 본부의 책임이다. 본부의 대응 상황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협의체가 없다면 인권 사안의 근본적 해결은 본부의 의지에 막연히 기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시정 요구에 대한 본부의 이행을 촉구할 통로도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장애 학생과 관련 학생 단체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비롯한 부처와의 지속적인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더딘 변화의 속도를 토로한다. 간담회나 면담으로는 예산 편성을 이끌어낼 만한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학생 개인이나 단체에 문제 제기의 부담이 지워져 있어, 해결이 요원한 문제 앞에 소수자와 학생 단체가 실속 없이 지쳐만 간다. 의제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공식 협의 기구가 없으므로 4년마다 구성원이 바뀌는 대학교의 특성상 인권 사안 해결의 동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인권 관련 사안들의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서는 개별 부처 차원을 넘어서 학생사회와 함께 인권 사안을 논의하고 본부의 대응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때 본부와 총학생회의 정례 협의체는 관련 주체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의견 차이를 확인하고 장기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 정례 협의체는 인권 의제를 지속적으로 환기할 뿐만 아니라, 문제 제기의 공식 통로로도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정례화된 교육환경개선협의회는 그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권 의제에 관해서도 정례 협의체가 설치된다면 본부의 연속성 있는 논의와 책임성 있는 대응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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