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일) 금융위원회는 내년 6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변동성 확대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인해 공정한 가격 형성이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댔다. 작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과 불법 공매도 감시 전담 기구 설치 등 공매도 제도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공매도 전면 금지는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도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꾸준히 부정적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외국계 투자 은행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자 모든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매도하는 것으로, 투자자는 공매도로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매수한 차익으로 이익을 얻는다. 공매도는 가격 효율성을 조절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도 존재해 대부분의 금융 선진국에서 허용하고 있는 투자 기법이다. 하지만 국내 공매도 시장에는 개인 투자자 비율이 전체 투자자의 2% 정도에 그쳐, 주가가 상승해야 이익을 얻는 대다수 개인 투자자의 이익과 공매도를 이용하는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의 이익이 상충한다. 이에 많은 개인투자자는 꾸준히 공매도 금지를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표준적 제도로 정착한 공매도 제도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허용됐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는 이전의 공매도 금지 사례와는 달리 지나친 주가 하락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혼란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처럼 세계적인 경제위기일 때 지나친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이와 같은 큰 경제위기의 충격이 없는데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번 조치가 시의적절한지 의문이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갑작스럽게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책 전환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 정책 전환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정책 전환의 당사자인 정부 당국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번 공매도 금지는 정부가 설명 책임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런 정책 전환은 전반적 주식 시장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매도가 발표된 후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편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급작스러운 발표로 인해 확대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차입 매도를 통해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는 시장 평가를 반영해야만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고 있는 주식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막아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행하기 때문이다. 돌연 태도를 바꾼 정부의 이번 공매도 정책이 장단점을 두루 고려해 설득력을 갖춘 결정인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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