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런던의 가치가 구현되는 과정을 포착하다

매일 아침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는 시장이 도시 분위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도시 브랜드라 하면 아마 슬로건이나 마스코트와 같은 방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도시 브랜드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되며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런던은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턴트 기관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올해 실시한 도시 브랜드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세계적인 관광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도시가 브랜드로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시대, 런던 거리 곳곳에드러나는 도시 브랜딩 과정을 살펴보자.


공공 디자인을 통한 도시 브랜딩

◇도시의 가치를 구현하는 도시 브랜딩=도시 브랜딩이란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드러내는 브랜드가 행해지는 과정이다. 이장섭 교수(디자인과)는 “브랜드란 가치의 구현”이라며 “도시 브랜드는 해당 도시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의 총합”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브랜드는 과거에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형만을 의미했으나 현재에는 △경관 △행정 서비스 △역사와 문화 △국제적 인지도 등의 도시 정체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이현성 교수(홍익대 디자인학부)는 “도시 브랜드는 외형적인 미적 요소만이 아니라 도시가 지니는 스타일, 성격, 심지어 정책까지도 포괄하는 하나의 매체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이라 알려진 사례로는 ‘I♥NY’(아이 러브 뉴욕)를 비롯해서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아이엠스테르담) 등과 같이 도시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슬로건이다. 이희복 교수(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는 “도시 브랜드를 알리는 과정에서 슬로건이나 로고, 캐릭터 등 다양한 방식들이 동원된다”라며 “도시 브랜딩의 구성요소가 매우 다양하지만, 그 본질은 도시의 정체성이 잘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 공공 디자인=공공디자인은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공공 디자인이란 좁은 개념으로는 구청과 같은 공공 기관을 디자인하고 슬로건이나 캐릭터 등의 상징물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넓은 개념으로 보자면 교통 서비스 및 교육 서비스 디자인 등 공공의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과정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현성 교수는 “공공 디자인은 산업 제품의 경쟁력 향상이 목표인 상업 디자인과 달리 공공성과 가치의 향상이 목적인 인간중심적 디자인”이라고 그 특징을 설명했다. 

공공 디자인과 도시 브랜드는 구별된 개념이지만, 상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공공 디자인과 도시 브랜드는 모두 공공성을 지니며 시민들과 연결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는 의도적으로 공공디자인을 계획 및 관리하는 과정을 거쳐 확립되기도 하고, 이미 존재하던 공공디자인이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며 강화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지역 자치 단체나 공공 기관의 차원에서 흔히 이뤄지는 도시 브랜드 방식으로, 도시 계획 과정에서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장섭 교수는 “공공 디자인이 도시 브랜딩 전략을 통해 세워진 계획을 실현하는 창구로 기능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원래 존재하던 공공 디자인이 특유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지닌 공통된 유산이 돼 궁극적으로 도시 브랜드에 기여하기도 한다. 이는 대체로 시민 단체나 마을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는데, 시민들이 역사적인 특징과 문화를 지닌 전통시장이나 교통 시설 등의 공공 디자인을 사용하고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도시의 가치로 자리 잡아 도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런던의 도시 브랜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시 브랜드는 외적으로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내고 내적으로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도시’가 되도록 한다. 이는 일차적으로 관광객과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다른 지역과 협력할 계기를 제공한다. 동시에 도시 브랜딩은 도시의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서 시민들의 정체성, 삶의 방식과 맞닿아 시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즉 좋은 도시 브랜드는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만족감을 주며 도시만의 고유한 정체성, 역사적인 특성, 정책 등을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같은 도시 브랜드의 효과는 런던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런던은 강력한 도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런던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로, 공공 디자인을 통한 도시 브랜딩이 돋보인다. 테이트 모던과 런던 아이는 정체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던 런던시의 도시 계획 과정에서 공공 디자인이 적극 활용된 예시다. 또한 역사성을 지닌 런던의 지하철과 마켓들은 도시가 본래 품고 있던 공공 디자인이 어떻게 도시 브랜드와 도시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 도시에 모던함을

◇창의적 혁신적 도시로의 변화=시대가 바뀌면서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도시에 반영하기 위해 공공 디자인을 활용한다. 런던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풍스러운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동시에 과거의 시간에 고여 있는 듯한 정적이고 따분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20세기를 맞이하며 런던의 이미지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시선이 늘어나면서 런던시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공공 디자인을 활용했다. 매튜 카르모나 교수(UCL 도시계획학과)는 “그 당시 정부도 사람들이 영국을 바라볼 때 문화와 역사만 기억하고 현대 산업이나 서비스를 가진 현대적인 이미지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라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도시 계획을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현대적 이미지를 추구하기 위한 계획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는 영국 정부 산하단체로 밀레니엄 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시작된 사업으로 복권을 통해 3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민간 혹은 공공 단체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에는 런던 아이와 테이트 모던 미술관, 밀레니엄 브리지, 밀레니엄 돔 건설 등의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런던은 이를 통해 도시 속 지역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세련됨과 모던함’을 도시 전체 경관에 조화롭게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이 덕분에 런던시 곳곳에는 현대적인 이미지를 담은 건축물이 세워지며 낙후된 지역이 재생되는 등 도시 전체가 현대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런던의 현대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런던 아이.
▲런던의 현대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런던 아이.

◇활기차고 동적인 런던을 표현하다, 런던 아이=런던 아이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핵심 건축물 중 하나로 템스강에 위치한 높이 135m의 대관람차다. 이는 건축가 부부인 데이비드 마크스와 줄리아 바필드가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고풍스러운 런던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여왕의 궁전을 내려다보므로 불경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이 거셌다. 이에 런던 아이는 도시가 추구하는 현대적 이미지를 위해 5년만 운행할 계획으로 1999년 12월 31일 밀레니엄을 기념하면서 개장됐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 런던을 내려다볼 수 있었던 장소가 세인트 폴 대성당을 비롯한 몇몇 고층 건물에 그쳤던 당시 상황에서, 이곳은 관광객과 시민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게 됐다.

런던 아이는 도시의 모던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런던 아이는 런던 시내를 한눈에 조망하며 런던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런던의 야경을 한껏 동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렇게 관광객은 물론 런던 시민들까지 런던 아이를 통해 런던시가 지향하는 현대적성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콘라드 자고딘스키 지역 브랜딩 디렉터는 “런던 아이는 도시의 여러 가치인 개방성, 진보, 그리고 현대적인 전망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대표적 건축물, 테이트 모던.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대표적 건축물, 테이트 모던.

◇산업 시설에서 문화 공간으로=테이트 모던은 시대가 바뀌면서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공공 디자인 또한 변화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미술관을 설립한 민간 미술재단 테이트는 1897년에 ‘테이트 브리튼’을 개관하고 이어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를 개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 공간이 부족했던 테이트는 런던에 대규모 미술관 건립을 계획했다. 제한된 예산탓에 런던에서 넓은 부지를 매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테이트는 템스강 남쪽에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러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있던 템스강 남쪽은 런던 금융가의 중심이던 템스강 북쪽과 달리 오래되고 낙후된 공장 지대로 이민자와 노동자가 주로 거주하던 곳이었다. 테이트는 지리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도시 재생 사업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넓은 부지의 미술관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됐고 테이트의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테이트 모던은 도시와 시민들이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하며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었다. 

또한 테이트 모던은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지역의 분위기를 바꾸면서 템스강 북쪽과 남쪽의 교류에 기여해 도시 전체의 사회적 통합을 이끌었다. 이현성 교수는 “도시를 재생할 때, 전면적으로 모든 곳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촉매 역할을 하는 핵심적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다”라며 “테이트 모던은 다소 슬럼가로 여겨지던 템스강 남쪽의 예술적 공간이 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라고 분석했다.

 

언더그라운드, 통일성과 특색 사이

▲지역 특색을 반영하는 강력한 상징물, 언더그라운드 로고.
▲지역 특색을 반영하는 강력한 상징물, 언더그라운드 로고.

◇편리하고 통일된 강력한 상징물, 로고와 서체=런던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길을 헤메던 기자를 도와준 것은 멀리서도 발견할 수 있었던, 빨간 원으로 된 언더그라운드 로고였다. 런던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는 공공 디자인과 이를 100년간 유지한 지속성이 결합해 브랜딩 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런던 언더그라운드가 가진 놀라운 점은 대다수의 런던 시민이 언더그라운드 로고를 런던의 정체성을 담은 강력한 상징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로고는 당시 런던 지하철을 운영하던 런던 제너럴 옴니버스 회사의 홍보 담당자인 프랭크 피크가 역 이름도 읽기 힘들 정도로 광고물이 넘쳐나던 지하철 역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하철 로고와 역 이름이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원했고 서체 디자이너인 에드워드 존스턴과 건축 디자이너인 찰스 홀든에게 지하철 공공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 결과 1925년 빨간 구형의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정제된 서체 디자인이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은 지하철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런던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100여 년의 역사 동안 도시 속에 잘 스며들며 강력한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장영호 교수(홍익대 디자인학부)는 언더그라운드 로고에 대해 “수요자 입장을 배려해 일관적으로 유지한 디자인”이라며 “시민들은 일관적이고 단순한 언더그라운드 로고에 익숙해지고 궁극적으로 이를 런던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해당 로고가 성공적인 도시 브랜드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런던은 교통 박물관과 기념품 상점 등에서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를 활용한 옷, 컵, 배지, 장난감 등 다양한 관광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런던 언더그라운드 로고와 서체의 예시는 일관적인 공공 디자인이 시민들에게 공통된 기억 자산이 되면서 도시의 정체성이 되고 심지어 상품화까지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문화 공간, 지하철 역내 디자인=통일된 로고를 유지하면서도 지역마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특색을 가미한 역사 디자인은 또 다른 도시 브랜딩 중 하나다. 런던 지하철 역내 디자인은 해당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담고 있다. 일례로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배경인 베이커 스트리트역 승강장 벽에는 셜록 홈즈가 그려져 있고, 채링 크로스역에는 근처에 위치한 트라팔가 광장의 모습과 역사적 인물의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이장섭 교수는 “지하철은 도시에 대한 첫인상이 생기는 곳”이라며 “지역마다의 특색을 담은 지하철 역내 디자인은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와 중시하는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브랜딩 사례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런던은 ‘아트 온 더 언더그라운드’라는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하철 역내 디자인을 색다르게 꾸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예시로 엠뱅크먼트 역에서는 화가이자 판화가인 로빈 데니의 기하학적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현성 교수는 “런던은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운영했다는 역사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지하철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면서 그 정체성이 더 확고히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마켓, 전통과 다양성을 품다

◇시장이 도시 브랜딩에 기여하는 과정=도시 곳곳에 위치한 마켓은 다른 마켓과 차별적인 상품을 판매하면서 특유의 분위기와 문화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버로우 마켓과 브릭 레인 마켓은 상인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시장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 두 마켓이 가진 문화적 공간이라는 특징과 다양성의 역사는 런던이라는 도시를 더욱 빛내준다. 콘라드 자고딘스키 디렉터는 “버로우 마켓과 브릭 레인 마켓의 문화적인 활기는 런던이 가진 매력을 배가한다”라며 “도시의 포용력과 문화적인 풍요라는 가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활기찬 분위기의 버로우 마켓.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활기찬 분위기의 버로우 마켓.

◇오래된 역사성을 지닌 마켓=버로우 마켓은 영국에서 오래된 재래시장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는 1014년에 처음 열려 1,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본래 템스강 남쪽에서 오는 여행자들에게 농산물을 파는 도매 시장이었지만, 현재는 ‘음식을 통한 연결’(Connecting through food)이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현대화되면서 런던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모두 사랑받는 시장이 됐다. 런던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버로우 마켓은 엄격한 판매 규정으로 품질이 보증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버로우 마켓은 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로우 마켓에 방문한 이탈리아 출신인 관광객 피에트로 씨(요리사·25)는 “요리사인 친구의 추천으로 버로우 마켓에 방문했다”라며 “버로우 마켓은 다양한 국가의 식재료와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 국제적인 장소라고 느꼈다”라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도시 중심지에 이런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브릭 레인 마켓에서 한국의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브릭 레인 마켓에서 한국의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거리예술과 다양성의 성지=브릭 레인 마켓은 브릭 레인 거리에서 열리는 주말 마켓으로 예술품과 공예품을 중점으로 파는 백야드 마켓, 농산물뿐만 아니라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업 마켓 등 총 5개의 마켓을 포함한다. 브릭 레인 마켓은 17세기에 일요일마다 열리는 유대인 커뮤니티의 농산물 시장이었으나 20세기에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유입되면서 더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베트남, 튀르키예,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식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한편 거리 예술로도 유명한 브릭 레인 마켓은 많은 예술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판매하기 위해 모이는 예술의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던 사진작가 알리 아담스 씨는 “브릭 레인 마켓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곳으로 예술 작품을 판매하기에 완벽한 곳”이라며 이곳에 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브릭 레인 마켓은 런던에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는 장소”라고도 전했다. 이외에도 브릭 레인 마켓은 세계의 다양한 음식과 빈티지 의류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상품들을 판매하며 런던이 다양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도시를 기억하는 과정

도시 브랜딩은 한마디로 우리가 도시를 기억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저 도시의 외형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가 품고 있는 가치를 공공 디자인을 통해 느끼고 이를 떠올린다. 따라서 성공적인 도시 브랜드를 위해서는 도시가 품고 있는 가치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화와 역사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영호 교수는 “도시가 이미 지니고 있는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시민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문화와 관습을 포함한 지역 특색의 맥락을 중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이현성 교수는 “공공 디자인은 문화적 만족감을 주거나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편의성이나 품격을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대에 맞춰 변해가는 다양한 가치가 도시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공공 디자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도시 브랜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공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공공 디자인에 관한 경험을 넘어 그 도시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어떤 역사와 문화를 즐겼는지에 따라 도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장영호 교수는 “도시의 모습이 연극 무대라면, 시민 의식과 삶의 행위 수준은 배우와 같다”라고 비유하며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공공 디자인과 사회적, 문화적 요소 등 다양한 분야가 같이 발달해야만 한다”라고 전했다. 콘라드 자고딘스키 디렉터는 또한 “도시 브랜딩은 포괄적이고 복잡한 과정으로 다양한 요소들의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아내 해당 지역에 사는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디자인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이나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가 고려돼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은 ‘디자인서울2.0’ 프로젝트를 통해 공감, 포용, 공헌, 회복, 지속 가능성이라는 5개의 가치에 따른 도시 브랜딩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이 추구하는 가치가 앞으로 도시 공간에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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