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 차장 (취재부)
김미리 차장 (취재부)

“그런데, 요즘 홍콩 안전해요?” 교환학생으로 홍콩에 가게 됐다고 말하니 누군가 물었다. 아마 4년 전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의 아비규환을 떠올리며 질문했으리라. 나는 답했다. “이미 오래전에 안전해졌다”라고. 지난 2019년 홍콩에 쏟아진 한국인들의 관심은 각별했지만, 그 결말까지는 잘 모르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지난 4년간 홍콩은 빠르게 ‘정상화’됐다. 2020년 봄에 소위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며 민주 진영이 약화된 덕이다. 정치적 소요가 사라지니 겉보기에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언론에서 간간이 홍콩의 쭈그러든 자유에 대해 보도하기는 하지만, 다른 중차대한 뉴스에 밀려 그리 큰 관심이 쏟아지지는 않는다. 

그나마 기사화되는 것은 최근의 홍콩 구의원 선거다. 불과 4년 전의 선거에서는 479석 중 452석이 직선제로 뽑혔고, 이때 범민주 진영은 389석을 얻으며 대승했다. 반면 올해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에서는 직선제로 선출되는 좌석이 88개로 줄었다. 당국이 선거제도를 뜯어고친 탓이다. 그마저도 친중 진영이 ‘애국자’로 추천하지 않으면 출마할 수 없어 민주 진영은 단 한 명도 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했다. 정치적 선택권이 없어진 홍콩의 민주파들은 이제 투명 인간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홍콩의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수) ‘야당에 희망이 부족해 선거가 어려움을 겪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반대파의 불출마가 선거의 대표성을 떨어뜨린다며, 향후 선거에서는 더 균형 잡힌 후보자 스펙트럼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SCMP의 사설란에서 간만에 본 정치 비평이라 기꺼운 마음으로 읽었다. SCMP는 따지자면 친중에 가까운 매체인데, 이번 선거를 두고서는 어느 정도 민주 진영의 이해관계에 맞는 논평을 낸 것이다.

이 사설을 통해 알 수 있듯 홍콩 내 표현의 자유는 아직 절멸 수준까지는 아니다.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도 아직 ‘온건한 저항’을 하는 이들이 있다. 가령 홍콩 프리프레스(HKFP)라는 소규모 언론사는 100%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SCMP보다 더 친민주적인 기사를 낸다. 젊은 대학생들도 아직 비판의 끈을 놓지 않은 듯하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교환학생으로 갈 학교의 학보사 계정을 들락날락하는 중인데, 종종 변화된 정치적 분위기를 논평하는 글이 보여 반갑다. 다만 홍콩 정부는 이마저도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홍콩 행정장관 존 리는 2024년 말까지 국가보안법을 추가로 제정할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규제의 명분으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평화는 정치적 갈등을 제거하고 시민들을 획일화시킨 상태가 아니다. 적어도 시민들이 한 마디씩 궁시렁거릴 권리는 줘야 하지 않겠나. 온건한 저항의 목소리마저 틀어막힌다면,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였던 홍콩의 영혼은 진정으로 파괴될 것이다. 나는 다음 학기 ‘안전해진’ 홍콩에 가서 침묵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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