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정(사회학과·22)
최희정(사회학과·22)

누구나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건강한 삶을 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회는 언제나 완벽한 정상(頂上)에 다다를 것을 요구하고 그곳에 정상(正常)이라는 팻말을 붙인다. 정상에 닿지 못한 사람들은 비정상으로 규정돼 은폐되고 고립된다. 이런 방식의 규정에서 누가 살아남는가? 어느 누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지난 2022년 병원 진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서울시민 52.5%가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민 2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신질환은 숨겨야 할 것 혹은 빨리 이겨내고 정상으로 돌아와야 할 상태로 여겨진다. 

아파도 괜찮다고 쉽게 말을 던지지만 아파도 괜찮은 사회가 아니다. 대학교 휴학에는 늘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쉬는 동안에도 얼마나 ‘알차게’ 쉬었는지 증명해야 한다. 아파도 괜찮지만 남에게 조금의 피해도 줘서는 안 되고, 조용히 아파하는 것은 용납되지만 큰 소리로 아픔을 외치는 것은 제재된다. 아픔의 결과는 꼭 성장이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된다. 언제나 정상(正常)이라는 정상(頂上)을 향해 부단히 발악해야 한다. 

정신질환을 밝혀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낙인찍지 않을 사람, 자신의 괴로움과 슬픔을 공유해도 배제 받지 않을 공동체를 찾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어렵다. 질병의 아픔은 사회로부터의 고립, 낙인, 배제를 거치며 더욱 악화한다. 만성적 특징이 강한 정신질환은 개인에게 있어 제거해야 할 종양이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불행한 일, 빨리 피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주체의 위험이자 기회며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아픔과 고통을 소통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사회로부터 도망친, 혹은 내쫓긴 사람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 어디에서 자신의 삶을 발언할 수 있을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소통 기회의 부재는 정신질환을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게끔 하고, 이런 자의적이고 타의적인 고립은 악순환을 만든다. 누군가를 배제할수록 배제당한 이들뿐만 아니라 남겨진 이들도 고통받는다. 그들은 자신이 밟고 올라선 바로 그 ‘비정상’이 되지 않기 위해 또다시 애써야 한다. 실체가 없는 정상을 향한 끝없는 경쟁이다.

건강에 대한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병원 등의 요소만이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소통,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미디어와 대중 수준에서 발생하는 소통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일반적으로 ‘건강과 질병, 예방 및 치료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해 개인이나 집단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말한다. 모두가 끝없이 고립되는 사회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연결되는 사회가 필요하다. 

누구도 완벽하게 다다를 수 없는 정상이라는 허구에 갇혀, 우리는 스스로를 끝없이 괴롭히고 있다. 오늘 나는 정상이지만 내일 나는 비정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 아파도 괜찮다는 허울뿐인 말이 아니라 정말 아파도 괜찮은, 추락하지 않을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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