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제1차 장애학생간담회 열려

이동권과 편의시설 개선 논의돼

민원 처리와 담당자 인식은 과제로

내년부터 장애학생 지원 체계 변화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역량 강화 중요

 

◇확인된 주요 개선 사항은=지난 20일(월) ‘2023학년도 제1차 장애학생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본부 측에서는 △장애학생지원센터 임희진 전문위원 △김동일 교수(교육학과) △유준희 학생처장(물리교육과) △학생지원과 △장학복지과 △시설지원과 △캠퍼스관리과 △중앙도서관 △음대 직원이, 학생 측에서는 △학내 장애인권 동아리 위디(with:D) △장애학생*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작년 2월에 열렸던 ‘2022년 제2차 장애학생간담회’ 후속 조치 현황을 점검하고, 위디와 총학생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간담회를 주관한 임희진 전문위원은 “원래 매 학기 초에 간담회를 진행해 왔으나 이번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 관련 규정 개정을 준비하느라 늦어졌다”라고 간담회가 지연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의 주요 의제는 경사로, 자동문 등의 편의시설과 장애학생 이동권 개선이었다. 이전 간담회에서 논의된 요구사항 중 편의시설에 관한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리모델링 계획에 반영됐다. 특히 이동권에 관해서는 총학생회 「정오」의 주요 인권 공약이기도 했던 장애학생 이동지원차량 운행 확대가 이뤄지는 성과를 거뒀다.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이번 학기부터 기존 주 2회에 그치던 이동지원차량의 야간 운행을 주 5회로, 기존 서울대입구역까지였던 노선을 낙성대역까지로 확대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동지원차량 운행 시간 연장 △각종 편의시설 전수 조사 및 개선 △학생회관(63동) 승강기 추가 설치가 요구됐으며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장애학생: 장애학생 등록 신청 후 학교 내부 심사를 거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등록된 학생으로, 장애학생으로 등록된 경우에만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충민원 처리의 어려움과 담당자 인식 문제 등이 지적돼=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10여 년째 학생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 저상 셔틀버스 도입에 대해 캠퍼스관리과 권견우성 주무관은 “현재 저상버스는 전기차로만 출고되나 학내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이 없어서 당장 도입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이동권 관련 요구사항으로 이동지원차량 운행 시간 연장만 제출된 것으로 보아 이동지원차량 운행 확대로 수요가 많이 충족된 것 같다”라고도 답했다. 그러나 위디에서 활동 중인 최원빈 씨(정치외교학부‧20)는 “현재 이동지원차량 시스템은 이용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어 유동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라며 “저상버스 도입 없이 이동지원차량 운영만으로는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운행되는 차량이 1대뿐이다 보니 20분 단위로 사전에 수합된 일정에 따라서 한 명씩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의 고충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한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디 소속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김별 씨(건축학과‧20)는 “편의시설 개선을 요구할 때 어느 부처에 문의해야 할지 학생들이 알기 어렵고, 부처들이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답변하기도 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애학생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민원을 일차적으로 전달하는데, 유관 부처와 연계해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도 한다. 김윤하 씨(아동가족학과 박사과정)는 “장애학생은 오랫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혹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고충이 있어도 말 없이 참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최원빈 씨도 “문제 조사까지는 동아리 차원에서 할 수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것은 동아리의 능력 밖이고, 그 과정은 늘 쉽지 않았다”라며 학생들이 문제 제기 중 지치기 쉬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는 장애학생만의 어려움은 아니다. 인권센터에서 주니어 옴부즈퍼슨으로 활동 중이기도 한 김윤하 씨는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고충이 있을 때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답답한 상황이다”라며 “인권센터에서도 이에 관해 지난 7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3년 8월 4일 자) 이어 그는 “장애학생들에게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민원 처리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센터 이준정 센터장(고고미술사학과)은 “고충민원이 있을 때 어디로 연락하면 되는지 정리한 안내서를 인권센터에서 오는 2월 중으로 마련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자의 역할을 확실히 설정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간담회에서 김윤하 씨는 “장애학생 이동지원차량 기사의 업무상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분들도 있었다”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애학생 이동지원은 기사 본인이나 학교가 봉사해 주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기도 한다”라며 담당자의 부족한 장애 감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장애학생 이동지원차량 운전기사의 관리는 캠퍼스관리과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장애 감수성이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별도로 채용하지 않고 셔틀버스 기사 중에서 순환 배치하고 있으며, 장애학생 지원을 위한 교육이나 가이드라인도 미비한 실정이다.

 

◇법령 개정에 따라 기대할 만한 제도적 변화도=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학내 장애학생 지원 체계의 중심인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장애학생복지위원회에 변화가 생긴다. 지난해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이, 올해 교육부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장대넷)가 큰 역할을 했다. 장대넷은 2021년 결성된 전국 대학생 연합 단체로, 현재 서울대의 위디를 포함한 전국 11개 대학의 학생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장대넷 정승원 위원장은 “대학생이 입법 과정에 참여하거나 정부와 대화하는 등 조직적이고 거시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 개별 대학의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대넷이 제안해 개정된 특수교육법의 주요 내용은 △장애학생지원센터 센터장의 자격 요건 명시 △특별지원위원회 장애학생 참여 의무화 △교육부 산하 고등교육지원센터 신설 △개인별 실태조사와 지원 의무화다.

그에 따라 기존에는 장학복지과 산하에 있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내년부터는 장학복지과에서 분리‧독립해 학생처 산하 기구로 신설될 예정이다. 센터장으로는 시행령에서 설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교수가 임명된다. 한편 장애학생의 교육·복지 지원에 관한 기본 방침과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장애학생복지위원회의 구성도 바뀌었다.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위원 구성을 교직원, 장애학생, 관련 전문가로 다양화하고 한 가지 유형이 전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지난 8월 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전체 위원 15명 중 3명이 장애학생으로 채워졌다. 임희진 전문위원은 “6명가량의 지원자 중에서 단과대와 장애 유형의 다양성을 고려해 선정했다”라고 전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실질적 역량 강화가 중요해=제도적 변화가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최원빈 씨는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인력은 자체직원인 임희진 전문위원, 속기사 1명, 사회복무요원 1명이 전부다. 지원인력 및 보조기기 관리와 같은 업무에서는 장애 유형에 따라 개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민원 내용을 유관 부처에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개입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희진 전문위원도 “장애학생지원센터 내에 편의시설 담당자와 지원 업무 담당자가 따로 있거나, 유관 부처마다 장애학생 지원 담당자가 생기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과 더불어 예산 및 권한 증대가 필요하다. 본부 역시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장학복지과는 이번 장애학생지원센터 독립이 “전문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전했다. 유홍림 총장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장애학생 지원 미흡에 대한 지적에 대해 “장애학생지원센터 인력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임희진 전문위원은 “센터장 아래에 행정직원 둘, 특수교육에 관한 전문직원 하나가 있다면 장애학생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 같다”라며 기대를 표했다. 

한편 상위 기관으로 고등교육지원센터가 설치돼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승원 위원장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개별 학생의 필요를 파악하고 지원한다면, 고등교육지원센터는 현황을 파악하고 센터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내에서는 해결이 어렵지만 적절한 외부 자원이 있는 경우 이를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연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작년에 개정된 특수교육법은 고등교육지원센터 설치를 명시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실제로는 설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승원 위원장은 “당장 내년에 설치될 예정인데도 아직 운영 체계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고, 교육부가 제출한 예산안도 개정 당시 제안한 수준의 절반에 그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 이수진 수습기자 

polarbear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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