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올 때면, 또 사범대를 지나 기숙사로 걸어갈 때면 늘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카페 파스쿠찌를 마주하게 된다. SPC를 불매하고 있는 필자는 그럴 때마다 싱숭생숭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카페 안의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내에 늦은 시간까지 머물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는 파스쿠찌 두 곳의 위치와 규모가 최적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저 묘한 기분을 느낄 뿐이다.

SPC는 노동자 불법 파견, 조직적인 노조 파괴 행위 등으로 이전부터 논란을 빚어왔지만, SPC 불매 운동이 확대된 것은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SPC의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과 부적절한 대응 방식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SPC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및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7월, SPC 계열사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제품 검수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동일한 공장에서 50대 근로자의 상체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근로자는 이틀 후 사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손님이 오가는 파스쿠찌와 파리바게뜨를 보는 일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정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다만, 이런 사회적 문제가 온전히 개인의 선택으로 귀결되며 그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상황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구매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개인은 그것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선택지와 고민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만 개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 SPC 불매 운동이 한창 뜨거웠던 시기 본부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교내 다른 매장처럼, 곧 파스쿠찌와 파리바게뜨 역시 재계약 시즌이 돌아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본부의 자체적인 고민과 적극적인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윤리적 소비가 가능한 교내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라유빈

사회학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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