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정오」 1년, 성적표는?

제63대 총학생회(총학) 「정오」의 1년이 끝나간다. 「정오」는 제60대 총학 「파랑」 이후 5년 만에 1년 임기를 꽉 채운 총학이었다. 「정오」는 제62대 총학 「자정」을 이어 복지 기조의 학생회를 표방했다. 정치적 행동을 삼가고 학내 문제의 해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정오」는 지난 24일(금) 제3차 정례 브리핑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공약 이행률을 70.59%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정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약을 이행했고, 학생사회의 여러 사건들에는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그 발자취를 『대학신문』에서 톺아봤다.

 

핵심 공약 상당수 이행… 학생 목소리도 커졌다

◇맛있는 밥, 편리한 교통을 위해=학식 문제와 교통 문제. 「정오」는 파편화된 학생사회에서도 이 두 가지만은 모두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정오」는 학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생활협동조합(생협) 태스크포스(TF) 신설을,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대‒농생대‒자연대 하교 셔틀(공대 하교셔틀)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행을 모두 완료했다.

생협 TF는 「정오」가 취임하자마자 신설됐다. 생협 TF는 교내의 각종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주체인 생협의 여러 문제에 총학이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됐다. 특히 천원의 식사 기금 유치는 생협 TF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박용규 부총학생회장(경제학부·20)은 “천원의 식사 기금 고갈 문제는 본부가 인식한 의제가 아니라, 생협 TF가 면담 과정에서 먼저 인지해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생협 TF는 지난 9월 학식총조사를 시행해 학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전반을 살피기도 했다.

한편 정오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공대 하교셔틀은 이번 학기부터 시범 운행됐다. 하교 시간 5511 버스의 혼잡도가 높고, 윗공대 학생들이 셔틀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신설된 노선이었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은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대 하교셔틀에 대한 학우분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정기 운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정류장 위치가 불명확하다는 의견과, 정류장마다 탑승 가능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공대 하교셔틀은 2024년 1학기 정규 운행을 목표로 추가 협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학내 문화 활성화에 한 걸음 가까이=「정오」는 학내 동아리 활동 증진 등 학내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총동아리연합회 측은 “올해 총동아리연합회의 인력난이 극심했는데, 「정오」가 지원해 준 덕에 봄 동아리소개제 등을 무사히 개최할 수 있었다”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또한 「정오」는 동아리 문화 행사 달력을 매달 제작해 배포했으며, 관악문화재단과 협력해 학내 동아리가 공연할 기회를 확대했다. 「정오」의 핵심 공약이었던 숙박형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준비 역시 이행됐다. 총학과 각 단과대가 협업한 덕에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숙박형 새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다.

◇학생 참여 거버넌스도 확대돼=「정오」는 학내 각종 거버넌스에 학생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장기적 의제로 내세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먼저 총학은 학내 카페나 식당 등이 입점할 때 거치는 업체선정위원회에 참가해 학생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올해 새로 입점한 220동식당에의 비건식 도입, 그리고 학생회관 공차 카페의 텀블러 할인 도입 등이 그 성과다. 더불어 지난 14일 열린 제6차 교육위원회에도 처음으로 학생이 참여하게 됐다. 박용규 부총학생회장은 “「정오」는 학생의 의견을 더 강력히 피력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라며 “이를 통해 집행 과정에서 교섭력을 증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0학점 등록제’도 긍정적 전망=0학점 등록제의 경우 제62대 총학 「자정」에서 이어받은 공약으로, 「정오」 대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0학점 등록제는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학점 수강 및 등록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은 채 추가 학기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0학점 등록제는 과거 교육개선협의회(교개협)에서도 몇 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본부가 긍정적 답변을 준 것은 「정오」가 참여한 지난 제1차 교개협이 처음이었다. (『대학신문』 2023년 5월 29일 자) 비록 0학점 등록제의 정확한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관련 논의의 진전은 「자정」이 못다 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정오」의 기조가 잘 이행된 사례였다.

 

아쉬운 환경·R&D 대응, 못다한 공약도…

◇인턴학기제, 극히 일부분만 성과=「정오」는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인턴십 과목 확대가 부분 완료됐다고 설명했지만, 50%의 성과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정오」가 선거운동본부(선본) 시절 내세운 인턴십 관련 공약의 골자는 세 가지였다. 인턴십 사후 학점 인정 과목 개설, 계절학기 인턴 학점 인정 과목 개설, 인턴학기제 의제 발굴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경력개발센터와의 협의가 불발되며 인턴십 사후 학점 인정 과목 및 계절학기 인턴 학점 인정 과목은 신설되지 못했다. 다만 「정오」는 제2차 교개협에서 학교‒실습기업 협약을 통해 진행되는 현장실습학기제를 확대하겠다는 본부의 답변을 받아냈기에 해당 공약을 부분 완료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셔틀 문제 다방면에서 진전 이뤘지만=올해 초 본격적으로 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며 학내 전반에서 셔틀버스(셔틀) 대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 학기 초 사당 셔틀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운영 대수가 줄며 반발이 거셌다. (『대학신문』 2023년 3월 13일 자) 이에 지난 학기 「정오」는 캠퍼스관리과와의 면담을 통해 사당 셔틀의 배차 간격을 15분에서 10분으로, 25인승으로 바뀌었던 차량도 일부 시간대에는 다시 45인승 버스로 복구시켰다.

그러나 사당 셔틀을 제외한 셔틀 노선의 증차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거나 다음 학기로 미뤄졌다. 행정관 셔틀의 경우 오전 시간대 1대 증차에 합의했으나, 제2공학관 셔틀의 오후 시간대 추가 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시험 기간 야간 도서관 셔틀 증차도 내년 1학기 시행으로 미뤄졌다. 나아가 교통 공약 중 하나였던 좌회전 셔틀 정규 운행은 관악구청의 승차 지점 협조 거부로 인해 무산됐다. 완료하지 못한 교통 공약에 대해 신의식 중앙집행위원장(원자핵공학과·21)은 “셔틀 문제의 경우 계약 변경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1년이라는 임기 내 정식 도입이 불가능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총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 개정안 결국 좌절=한편 「정오」는 현행 총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정오」가 추진한 개정안은 △비례대의원 도입 △학생회비 배분 비율 조정 △학생총투표 관련 절차 명문화 △학생회비 예·결산 절차 개선 등을 골자로 했다. (『대학신문』 2023년 8월 28일 자) 그러나 지난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 상정됐던 「정오」의 총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총학생회칙 개정안의 경우 비례대의원 도입과 학생회비 배분 비율 조정 등에 대한 의견이 갈려 최종 부결됐고, 함께 상정됐던 선거시행세칙 개정안은 정족수 미달로 인한 전학대회 중도 폐회로 논의되지 못했다. (『대학신문』 2023년 9월 18일 자)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소통을 위해 노력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다”라면서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 이뤄진 총학생회칙·선거시행세칙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앞으로의 개정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약도 대응도 부실했던 환경 의제=한편 「정오」는 학내 환경 의제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정오」는 당초 선본 시절에도 환경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당선 이후에 자체적으로 실시한 환경 관련 사업도 많지 않다. 다만 「정오」는 환경동아리연합회의와 매달 면담을 진행하며 학내 환경 단체의 각종 협력 요청에 응했다. 구체적으로는 RE100 사업 홍보, 학내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 구축 등이 「정오」가 협력한 사안이었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환경동아리연합회의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사업에 대한 제안을 듣고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라면서도 “다만 전반적으로 단발성 행사 위주였다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환경 의제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후회를 표했다. 

◇아쉬웠던 R&D 대응=「정오」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방침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정부의 R&D 예산 전면 삭감 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카이스트 총학의 연대 요청을 「정오」가 내부적으로 묵살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정오」는 R&D를 학외 사안이라고 판단해 학외 문제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따른 것이라 해명했지만, 결국 대응이 미흡했음을 사과하고 향후에는 학외 문제에 대한 연대 요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R&D 예산 삭감 대응은 갑작스럽게 진행되기도 했고, 평소에 크게 관심이 있던 사안이 아니다 보니 무지했던 측면이 있다”라고 반성했다.

한편 사건이 일단락된 이후 총학에는 ‘정부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해당 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대학신문』 2023년 10월 9일 자) 다만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특별위원회 내부에서는 활동 기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며 “26일 열리는 총운위에서 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한다”라고 전했다.

 

단과대학생회는 호평, 인권 단체는 ‘쓴소리’

◇기층 단위 학생회와의 소통 활발, 일부 공약에는 실행력 부족=「정오」는 출범 당시 기조문에서 단과대 및 과·반 학생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힘을 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오」가 제시한 단과대 관련 24개 공약은 △완료 13개 △수정 이행 2개 △부분 완료 1개 △폐기 8개로 64.58%가 완료됐다. 실행된 공약으로는 △치의학대학원 치의학과 과방 운영 시간 연장 △생활대 종합교육연구동(220동) 편의점 운영 시간 연장 △경영대 SK경영관(58동)에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빌리지’ 대여소 설치 등이 있다.

여러 단과대학생회에서는 「정오」가 기층 단위 학생회와 꾸준히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고 평했다. 인문대 김철진 학생회장(국사학과‧21)은 “총학이 공약을 구상할 당시에는 인문대 학생회가 없었기에 공동 공약을 내놓지 못했지만, 추후 여러 차례의 면담을 통해 공동 사업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자연대 오정민 학생회장(지구환경과학부‧20) 역시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정오」 내에서 이뤄진 다수의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됐으며 소통을 위한 총학 차원의 노력도 매우 컸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층 단위와 활발히 교류하려는 총학의 노력은 연건캠퍼스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연건캠퍼스에 대한 공약 7개는 연건캠퍼스 학생회와의 합의하에 폐기된 자판기 확대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행됐다. 연건캠퍼스에서도 올해 4월부터 관악캠퍼스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배달비 무료 애플리케이션 ‘배달긱’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 9월 관악캠퍼스 가을 축제 폐막제 후에는 연건캠퍼스행 셔틀이 운행됐다. 의대 최지혁 학생회장(의학과‧20)은 “총학의 지원으로 관악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연건캠퍼스에서도 누릴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몇몇 단과대 공약이 시도조차 되지 않아 유감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자유전공학부 김준우 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2)은 총학과 함께 내걸었던 공동 공약이 좌절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두 학생회는 전공진입생의 어려움을 듣고 적응을 돕기 위해 ‘다전공생 커뮤니티 전수 조사 및 대응’ 공약을 마련했지만, 현황 조사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권 공약 모두 이행? 실질적 변화는 “글쎄”=「정오」는 6가지 인권 공약을 모두 실행에 옮겼다. 4건이 진행 완료됐고 1건이 수정 이행, 1건이 부분 완료됐다. 하지만 학내 인권 단체들은 「정오」의 공약 이행만으로 인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 권소원 위원장(경제학부·19)은 “「정오」는 소수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거나 인권에 대한 논의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하연식당에 채식 도시락 자판기가, 220동식당에 비건 코너가 생겼지만 몇 가지 메뉴만이 온전한 비건식이며 그마저도 다른 학식보다 비싸 충분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장애학생 이동지원차량 개선’ 공약의 경우에도 야간 차량의 노선과 운행 빈도만 늘어났을 뿐 주간 차량의 대수는 변하지 않았다.

한편 공약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권 의제도 있었다. 「정오」의 인권 공약에서 언급된 구성원은 장애인과 비건뿐이었다.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ueer in SNU) 측은 “총학은 소외당하는 구성원의 존재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라며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공약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학소위는 인권헌장 제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총학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권소원 위원장은 총학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인권헌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학생사회 전반의 의제로 제시하지는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없어지니 허전한 학생회로 기억되고파”

「정오」의 1년이 끝나간다. 학생사회를 이끌어 온 「정오」 3인방은 그간의 임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총학생회실에서 조재현 총학생회장, 박용규 부총학생회장, 그리고 신의식 중앙집행위원장을 만나 그 소회를 물었다.

왼쪽부터 신의식중앙집행위원장, 조재현 총학생회장, 박용규 부총학생회장.
왼쪽부터 신의식중앙집행위원장, 조재현 총학생회장, 박용규 부총학생회장.

Q. 임기를 돌아보며,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조재현 총학생회장(조): “조재현 총학생회장은 주로 계획된 범위 안에서만 활동한다.” 제62대 총학 「자정」의 전 부총학생회장이 『대학신문』 인터뷰에서 내게 남겨주신 말씀이다. 그때는 썩 납득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굉장히 정확한 평가다. 「정오」가 선본 시절 내세운 공약은 미리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해 준비한 것들이었고, 수치적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임기 중 예상치 못하게 닥쳤던 첨단융합학부 신설, R&D 예산 삭감에 대한 대응은 미흡했다. 내가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으며 한계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박용규 부총학생회장(박): 생협 TF장을 겸임하며 팀을 직접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외부적으로는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내부적으로는 팀원들을 챙겨야 하는데, 외부적으로 대응할 사건들이 많아지면 내부적으로는 소홀해졌던 것 같아 아쉽다.

 

Q. 2023년 현재의 학생사회에 대한 진단을 부탁한다.

신의식 중앙집행위원장(신): 늘 고민하지만 항상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인 것 같다. 「정오」가 학우들의 일상을 많이 개선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학생회 없어도 살 만하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요즘 학생사회가 많이 바뀌어서 학생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 ‘없으면 안 되는 학생회’가 아닌 ‘있는 게 당연한 학생회’로 변화할 때가 아닌가 한다. 늘 학우들의 곁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바꿔나가는, 그런 학생회 말이다.

박: 이번 총학 선거 과정에서의 학생사회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래도 요즘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비판과 검증이 이뤄지는 듯하다. 물론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커뮤니티에서의 검토 등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회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지점보다는 부수적인 문제들에 대한 지적이 다수를 이루는 것 같아 안타깝다.

 

Q. 이번 선거는 무산됐지만, 향후 등장할 차기 총학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신: 솔직히 총학에 나설 유인이 몇 없다. 총학이 큰 스펙이 되지도 않고, 나온다 해도 선거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무엇보다 총학 당선 자체가 점점 힘들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꼭 총학 선거에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조: ‘학생들이 보지도 않는데,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할까’ 매번 정례 브리핑을 준비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왔던 말이다. 물론 「정오」의 공약 이행 충실도를 어필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지 않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차기 총학이 우리가 거쳐온 치열한 고민들을 참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자료들이다. 이 밖에도 인수인계 자료와 재정백서 등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정오」에서 잡아둔 체계를 향후 총학이 잘 참고했으면 좋겠다.

 

Q. 학생사회가 「정오」를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지?

신: 퇴임하고 나니 허전한 학생회로 기억되고 싶다. 사실 학생회가 알게 모르게 하는 일들이 정말 많다. 가령 빌리지에 배터리가 비게 되면, 그 업체에 연락해 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총학이다. 더욱 큰 문제를 예로 들자면, 첨단융합학부 신설이 예고된 상황에서 교육과정 등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총학의 역할 중 하나였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정오」가 임기를 마친 후에 ‘아, 「정오」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었구나’ 정도로만 기억해 주셔도 기쁠 것 같다.

박: 「정오」의 성과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도 좋다. 그저 우리가 많이 고민하고 애썼다는 점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과거 총학 자료를 뒤적이다 보면 새삼 그들의 치열했던 고민을 보고 놀랄 때가 많다. 그런 것처럼 10년쯤 뒤 누군가 「정오」가 남긴 발자취를 보며 ‘학우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이만큼 노력했었구나’하고 생각해 준다면 정말 감사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파편화된 학생사회의 한가운데서, 「정오」는 학생들의 일상을 개선해 나가는 데에 주력했다. 「정오」는 모두의 공통 관심사인 학식, 교통, 문화 등의 의제를 다루며 학생 복지 증진에 이바지했다. 그와 동시에 학내 각종 거버넌스에 학생 참여를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도 신경을 썼으며, 갑작스럽게 통보된 첨단융합학부의 신설 등 외부적 문제에도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권·환경 등의 중차대한 의제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수를 받았으며, 임기 도중 R&D 대응 연대 요청을 둘러싸고 발생한 논란은 ‘학외 사안에 대응하지 않겠다’라는 「정오」의 기조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70.59%라는 높은 공약 이행률과 본부와의 각종 면담 내용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활동 자료집은 그간 「정오」가 발로 뛴 노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오」의 활동은 총학의 각종 소통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자 지난 1년의 발자취를 보며 「정오」의 성적표를 매겨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김진희 수습기자 jh020720@snu.ac.kr

인포그래픽: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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