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와 패턴

이소명

 

슬픔을 키우는 나와 슬픔이 키운 네가 앉아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을 따라 이어지는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카페에서는 발랄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 나는 슬픔을 만났어 
저 열린 문틈으로 슬픔이 걸어 들어왔지
내가 말했고

모든 슬픔은 틈을 좋아해
나의 슬픔은 자주 저런 틈으로 도망치곤 했어
네가 답했다

우리는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운 좋게 같은 것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틈으로 사라지거나 틈으로 들어온 슬픔이
다음 순간 아주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옆에 서 있기도 했다는 것

스피커를 타고 내려오는 쾌활한 얼터너티브 록
작게 몸을 흔들거리면서 너는 창밖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숲길을 따라 걷거나 벤치에 앉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다른 것을 갖고도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이따금씩은 정말 기묘했다

몸을 조금씩 흔드는 데 열중하며 우리는 주문한 디저트를 먹었다
블루베리 베이글을 먹는 너와 초콜릿 와플을 먹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두 사람 다 빵을 먹고 있네요 말하겠지

저 숲길에서 슬픔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 
말하는 내게 너는 
저 숲길에서 슬픔에게 버려진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중얼거리는 동안 
너는 무언가 적은 냅킨을 쪽지 모양으로 접고 있었다

카페를 나와 숲길을 한참 걷다가 너는 문득
슬픔을 두고 왔다고 말했다

나는 지나치게 슬픈 표정으로 뛰어가는 너를 바라보고 있다

주머니 속에는 네가 접은 냅킨이 있다
그것을 꺼내 한참을 바라보다가
기분이 상한 슬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도중에는 슬픔을 내려놓고 냅킨을 펼쳐보았다
빛이 너무 쨍해서 글자를 읽을 수 없었다

내려놓은 슬픔을 잃어버렸는데 
집에 가면 슬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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