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학상에는 특별한 지점이 있다. 문단의 여러 문학상들과 다른 점은, 벌써 65회를 맞이하는 이 상이 오로지 젊은 청춘과 배우는 학생의 교집합에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상에 응모한 모든 이는 창작자 이전에 독자이며, 독자이기 이전에 사회의 구성원이며, 이미 완성되어 누적된 성취를 평가받는 자이기 이전에 과정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올해 응모된 80명의 300편은 단순한 심사 대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청춘과 정신의 지향을 가늠할 지표이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80명의 응모자 뒤에는 800명의 망설이는 시심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살기 힘든 세상이라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시를 품고 산다는 사실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런데 응모작의 편수에 비해 질적인 성취가 아쉽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작품, 본인이 무슨 시를 쓰는지 알고 있는 작품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대개 이미지는 산만하고, 언어는 흩어지고, 목소리는 일관되지 않았으며 그 흐릿함이 시적인 실험이나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파편화된 일상과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정한 심리를 반드시 시적인 파편화와 불안정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행하는 작금의 시를 닮아가지 말고 더 넓고 더 깊이 독서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것이 우수작의 자리를 비우고 가작을 선택한 이유이다.   

가작으로 선정된 <착시와 패턴>은 상큼해 보이는 연애와 일상을 슬픔의 아이러니로 그려냈다는 발상의 독특함, 전체적인 완성도와 구조의 탄탄함으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작 작품과 함께 제출된 다른 작품들도 완성도가 균질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갈고닦은 실력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한 권의 시집을 묶어낼 자질이 보인다. 

아쉽게도 최종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했던 작품들도 있었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분명 그 안에 젊은 시인의 자세가 완연했던 <빛의 대답>, 섬세한 필체로 투명도를 자랑한 <목련 비행>과 같은 다른 응모작이 있어서 심사는 끝나도 그들의 창작은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그밖에 <파도를 보내주는 법>, <환상통>, <이름>에도 잠시 눈길이 갔다.

시는 배우기 어렵고 쓰기는 더 어렵다. 시란 그저 읽을 때에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날에는 무엇보다 강렬하게 영혼을 치고 들어온다. 이 어려움과 알 수 없음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시는 무엇보다도 영혼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청춘의 시는 고뇌를 직시하려는 노력과 경험을 반추하는 성찰 속에서 발아되어 비유와 상상을 통해 응집된 언어로 솟아나온다. 이때의 언어는 작위의 구성보다 자연스러운 노래를 닮는다. 시를 쓰려는 시도는 백지를 마주하는 공포와 대면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시를 쓰기에 앞서 내면의 소리에 정직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소중하다. 언어의 거울에 비추며 시를 살아보는 것이다. 올해 응모한 80명과 미래에 응모할 800명은 시와 삶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미 쓴 시와 앞으로 쓸 시에 응원을 보내는 바이다. 

 

김진하 교수(불어교육과)

나민애 교수(기초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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