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명(협동과정 여성학전공 석사과정)
이소명(협동과정 여성학전공 석사과정)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로 지면을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시 없는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왜 시여야만 하는지 설명하기도 어렵다.

어린 시절 다 싫고 밉고 화가 나고 죽고 싶어서 시를 처음 썼다. 내 안에서 줄줄 새고 있는 말을 퍼다 치덕치덕 펼쳐놓으니 속이 후련해졌다. 그러다 보니 신이 났다. 더 후련해지고 싶고 더 잘 해보고 싶었다. 본의 아니게 많은 것을 미워하며 오랫동안 썼다. 시와 시를 쓰는 내가 그 중심에 있었다. 나는 늘 내가 가장 미웠다.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가 정말 미웠다. 

하지만 장면과 문장이 모든 걸 찢고 내게 다가오는 순간이 못 견딜 만큼 좋다. 이것을 언제까지나 계속하고 싶다. 삶은 밝고 신기하고 나를 놀래키고. 그래서 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쓰고 싶다. 엎어져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휘갈기고 싶다. 시가 가끔 밉고 자주 정말 좋다. 그 반대기도 하다. 미움과 사랑은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뽀송한 솜이불 같은 사랑을 주는 나의 가족, 처음 만난 순간부터 변함도 대책도 없이 시에게로 함께 달려가고 있는 절정문학회와 무대책 친구들, 오랜 시간 혼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을 내게 보여주는 메모 친구들, 다정함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수많은 사람과 사랑과 이야기들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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