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는 항상 지치고 낯선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직까지도 잊을 만하면 영화관을 찾아가 영화를 기다리는 까닭은 과거에 보았던 몇몇 영화들이 시간을 거슬러 계속 되살아나며 나를 영화 앞으로 다시 데려가기 때문인 것 같다. 즐거웠던, 때로는 황당했던 마주함.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보는 이를 침묵시키는 그런 만남을 다시 한번 반복시키고픈 욕구가 나를 영화관으로 그리고 지금 현재로 위치시킨 원동력일 테다. 

운 좋게 올해에도 이런 불가해한 만남을 몇 번 할 수 있었는데, 에리세, 와이즈먼, 스필버그 그리고 하야오와 같은 거장들의 다른 얼굴들과 조우한 일이 그랬다. 아직도 영화의 최전선에서 어둠 속을 더듬거리는 현인과 장인들의 손과 시선에 매료될 수 있었는데, 이런 매혹이야말로 영화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충만함이다. 아마 대학문학상에 보낸 글도 이런 기분에 답을 한다는 느낌으로 썼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약속된 유령들과의 매혹적인 만남 이후 깔리는 침묵과 머뭇거림에 대항하는 동시에 새로운 영화로 나아가게 할 또 다른 침묵을 지어내는 일이니 말이다. 별자리를 짓듯이 각자의 영화를 경유하는 길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었으면 한다.

그러니 앞으로 미래의 영화와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영화 보기라는 지난한 행위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끔 나를 밀어줄 ‘도래할 영화’들과 계속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올 한해가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대학신문』이 전해준 반가운 소식 덕분에 그래도 기억에 남는 연말이 될 것 같다. 문을 열어준 대학문학상에 크게 감사드린다.

 

고민규(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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