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제도혁신위원회 임경훈 위원장 인터뷰

유연한 학제나 획기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대학의 추세인 오늘날, 서울대는 어떤 변화를 그리고 있을까. 혁신을 위한 서울대의 노력을 살피기 위해 서울대 제도혁신위원회를 찾았다. 지난 6월 출범한 제도혁신위원회의 임경훈 위원장(정치외교학부)은 서울대 혁신의 필요성에 누구보다도 강하게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우정원 글로벌사회공헌센터(153동)에서 임경훈 위원장을 만나 제도혁신위원회의 역할과 향후 계획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지난 6월 서울대에 총장 직속 상설 기구로 제도혁신위원회가 설치됐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제도혁신위원회를 소개해 달라.

A. 제도혁신위원회는 서울대의 혁신을 위해 규제에 기반한 거버넌스 대신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신뢰 기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설치된 위원회다. 제도혁신위원회는 행정 체계와 운영 방식 전반을 개혁하기 위해 문제를 분석하고 원인을 진단하며 개선 방안까지 제안하는 학내 싱크탱크로, 교수와 직원, 교외 전문가로 이뤄진 22명의 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혁신 아이디어와 로드맵을 직접 고안하고 있다.

제도혁신위원회는 주로 행정 영역의 문제를 다룬다. 구체적으로 서울대 구성원의 자율성을 높이고 교육·연구 현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규제를 해소하며,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기관에 필요한 유연하고 효율적인 행정 조직 및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구성원들의 잠재력과 상호협력 수준을 높이고자, 구성원의 동기를 진작하고 구성원 간 갈등을 완화하며 학내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도 설계하고 제안하고자 한다. 제도혁신위원회에서 추진하는 행정 영역의 변화를 학내 구성원 개개인이 곧바로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제도혁신위원회 활동이 서울대 인프라 곳곳에 배어들어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서울대에 제도혁신위원회가 설치된 것이 어떤 의의를 갖는가?

A. 타 선진국 소재 대학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하고 이에 발맞춰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것에 비해 한국 대학들은 획일적 규제의 틀에 갇혀 스스로 혁신할 자율성과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서울대는 2011년 법인화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각종 규제와 관행에 발목 잡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개혁에 인색하다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변화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도혁신위원회의 설치는 대학혁신 방안과 모델을 제시해 이런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내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Q. 지금까지 제도혁신위원회가 이룬 성과를 소개해 달라.

A. 지금까지 서울대 법인은 법인의 재정과 산학협력단, 생활협동조합 등 관련 법인들의 재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내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엄정하게 이뤄지지 않은 채 매년 다음 해 예산을 편성해 왔다.

이에 제도혁신위원회는 서울대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자립성을 확대하기 위해 학내 재정 거버넌스를 개선하고자 재정전략실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유홍림 총장께 건의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 위원회가 제안한 로드맵에 따라 재정전략실 재편이 이뤄졌다. 제도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로드맵은 그동안 분산돼 있던 재정 운영과 관리의 주체를 재정전략실 중심으로 통합하고, 재정전략실을 △예산과 △재무과 △자산운영과 △회계지원팀 △예산성과평가팀의 3과 2팀 체제로 확대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와 같은 통합재정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예산 집행이 대학 운영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엄격하게 평가하고, 대학의 각종 지출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재정전략실이 다른 부서와 더 긴밀히 협력하면서, 재정 기획과 회계 등 관련 업무를 개선하고 이에 필요한 행정 인력의 전문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Q. 현재 제도혁신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정 개혁을 소개해 달라.

A. 대학 행정은 크게 법령과 규정 등의 규제 영역과, 학내 결정 절차, 실행 조직 및 인적자원 등의 조직 운영 영역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제도혁신위원회에서는 두 영역 모두에 대해 시급한 사안부터 작업하고 있다. 가령 교원 채용, 국외 출장 등의 교무 관련 규제와 교육·연구 등에서의 불필요한 작업이 초래하는 문제를 분석하며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개선이 가능한 사안들에 대한 의견을 본부에 전달한 상태다.

최근에는 주요 회의체와 위원회 등의 의사결정 체계를 보다 효율화하고 행정 조직을 단순화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현하자는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유홍림 총장께 전달했다. 해당 건의문에는 우수한 행정 인력이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교육·연구 현장에 밀착한 지원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앞으로 학내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세부 사안별 로드맵을 본부에 순차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학교 행정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제도혁신위원회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31일(일)까지 ‘행정 혁신 공모전’을 개최중이다. 교직원과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교육·연구·행정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안들을 수집해 해결하고자 하니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임경훈 위원장은 “서울대를 과감하게 혁신해 미래 구성원들에게 지금보다 활력 넘치는 대학을 물려주고 싶다”라며 “나아가 서울대의 변화를 통해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이 자율성 속에서 도약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진: 손가윤 사진부장

yoonpat2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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