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주 강사(농림생물자원학부)
여민주 강사(농림생물자원학부)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를 모두 감당하려면 현재 면적의 몇 배가 필요할까? 약 9배가 필요하다. 이는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발자국계정(National Footprint Account)을 기반으로 한 결과다. 현재 1인당 공급 가능한 면적은 0.6gha(글로벌헥타르)고, 국민 한 사람의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5.82gha다. 1967년에는 1인당 공급 가능한 면적이 1.02gha였고, 필요한 면적은 1.04gha로 두 값이 비슷했으나, 이후 계속된 수요 증가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생태적자 상태다. 

이렇게 심각한 생태적자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간단하다. 수입에 의존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소득이 높아 외부에서 자원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는 다를 수 있다. 두 가지 중요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고립이다. 기후위기로 큰 재난이 발생하거나 국내외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지불 능력이 충분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자원공급이 차단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체 농작물 공급 가능량을 면적으로 환산하면 1인당 0.10gha고, 소비는 0.66gha다. 일 년 치 생산량을 비축해두면 약 두 달을 버틸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 다른 직면할 수 있는 문제는 경제력의 소실이다. 최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보고됐다. 현재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한 부부당 적어도 2.1명의 아이를 출생해야 하는데, 0.78명에 불과한 것이다. 2023년 10월 말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약 5,140만 명인데, 2100년에는 천만 명대, 2천만 명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2002년 전남을 시작으로, 2022년 울산과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 지역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경제성장, 국가재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비할 인구가 줄어들면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하게 돼 생태적자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수요 역시 절반으로 줄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면적도 그에 비례해서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우리의 생산성은 이미 평균 이상이어서 단기간에 두 배, 세 배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공급가능량과 소비수준을 모두 고려했을 때 적정한 인구수가 얼마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선을 그리는 중요한 작업이다. 선을 잘 그려야 한다. 현재 추세대로 인구가 줄어들고 구조가 변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경제력에 대한 선을 먼저 그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요, 즉 공급 가능한 수준에 대한 선을 그어야 한다. 이 선이 결정되면, 한 사람당 최대로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정해질 것이다. 반대로, 한 사람당 소비하고 싶은 자원의 양을 먼저 정한다면, 수용 가능한 인구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공급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많은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지, 아니면 한 사람당 최대한 많은 소비를 누리는 것이 필요한지 선택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선택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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