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2007년 「2007~2025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제화와 법인화를 향해 나아갈 것을 천명했다. 보고서에는 자유전공제 도입, 복수·연합전공 확대, 교육위원회 설치,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교육) 도입 등이 제시돼 있었고, 16년이 지나 이런 과제들은 저마다의 형태로 대부분 실현됐다. 

그리고 지난 2021년에는 대학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서울대 중장기발전계획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2007년의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가까운 미래에 서울대가 분명한 의지로 추진해 나갈 새로운 핵심 과제들이 제시됐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전공·학과(부)·단과대학(원) 간 장벽 없애기’였다. 

서울대에서 전공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생만 신청할 수 있었던 설계전공 제도가 2022년 학부생 전체에게 허용됐고, 같은 해 8월에는 학생들의 다전공 이수를 돕기 위한 전공설계지원센터가 설립됐다. 특히 학부기초대학과 RC를 필두로 한 융합 교육을 강조한 유홍림 총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변화가 본격화됐다. 융복합적 교육이라는 대학의 목표와 정부의 요구가 일치함에 따라 첨단융합학부가 신설됐고, 내년에 첫 신입생의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유홍림 총장은 2025년 학부기초대학을 신설하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전공 간 장벽을 없애고 융합 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런 목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존재한다. 충분한 제도나 시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전공을 활성화함에 따라 주전공생의 권리 침해나 수강신청 문제 등을 호소하는 의견도 있고, 첨단융합학부 신설이 학생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비판도 학내에서 전반적으로 제기됐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학 교육이 분명 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 변화의 과정이 본부의 독단적인 의지로 이뤄질 수는 없다. 만일 학부기초대학이 설립된다면 이는 본격적으로 전공 간 경계를 없애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유전공학부생과 첨단융합학부생을 비롯해 서울대의 전체 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함은 물론이고, ‘전공·학과(부)·단과대학(원) 간 장벽 없애기’라는 목표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에 학생들도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며, 학교와 논의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기를 바란다.

 

김준우

자유전공학부ㆍ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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