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년 | 2023 서울대 다시 보기

4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총장, 5년 만에 온전한 임기를 채운 총학,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사회. 2023년의 서울대는 활기찬 변화를 맞았다. 지난 일 년간 쉼 없이 달려온 서울대의 지난 일 년을 돌아봤다.

 

새로운 바람으로 불어온


지난 2월 8일, 유홍림 제28대 총장이 취임하면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유 총장이 취임식에서 대학에 혁신이 필요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서울대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지난 한 해 서울대에는 LnL 시범 사업 시작, 첨단융합학부 신설 등 다양한 변화가 찾아왔다. 

유홍림 총장은 올 한 해 총 4차례에 걸쳐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각각 △신입생 및 복학생 △요즘 대학원 △어바웃 연건 △관악학생생활관 및 LnL을 주제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 소통하며 유 총장은 학생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생 의견 수렴 절차를 제도화해 대학을 발전시키고자 마련된 이 자리는 새로운 서울대의 모습을 꿈꾸는 자리가 됐다. 

유홍림 총장이 두 번째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에서 학생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유홍림 총장이 두 번째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에서 학생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지난 4월 확정된 첨단융합학부의 신설은 지난 한 해 서울대를 뜨겁게 달궜다. 첨단융합학부는 ‘전공·학과·단과대 간 장벽 없애기’라는 학부 교육 혁신 방안 아래 설립이 추진됐다. 당장 내년 입학 정원이 218명 늘어나는 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대는 학부 조직의 전신 격인 첨단융합학부 설립준비단을 통해 7월부터 실질적인 학부 운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학내 공청회를 통해 학부 운영안을 처음 공개했으며, 9월에는 교과과정 최종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기존 전공과의 차별성 없이 창업과 전문 인재 양성만을 목적으로 한 듯한 압축적인 커리큘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공간·교원 부족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매년 늘어날 정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여전하다. 이에 총학생회(총학)이나 단과대학생회 등 학내 여러 단체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학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왔다.

한편 지난해 10월 LnL 시범 사업 운영단이 설치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LnL 시범 사업이 시작되면서 서울대형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교육)가 더욱 구체화됐다. 지난 몇 년간 서울대를 뜨겁게 달군 RC 논의는 오세정 전 총장이 관악캠퍼스 RC를 적극 추진하며 생활과 학습을 통합해 기숙사에서 전인적 교육을 실시하는 시스템인 LnL(Living&Learning)이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나아갔다. 2023년에는 시범 사업으로서 다양한 교과·비교과 활동을 진행했다. 한편 준비 기간이 짧았던 LnL 시범 사업에 대해 많은 우려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RC에 대해 구성원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RC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고, 참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교육, 이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홍림 총장은 이에 대해 해당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자체 프로그램 개발, 학업 및 심리 상담 추진, 기숙사 건물 재건축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전히 미완성 과제로 남겨진


새로운 변화 속에서는 여러 아쉬움도 남았다. 올 한 해 학내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면서 대체 공간 마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회과학관(16동)의 전체적인 리모델링과 한국경제혁신센터 신축을 골자로 하는 공사가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후화된 시설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과 사회대 측 사이 소통 부족으로 소음 문제와 공간 문제가 충분히 대비되지 않아 많은 불편과 논란이 야기됐다. 이후에도 모니터링단 구성에 있어 사회대 대학원자치회 연석회의 준비모임과 사회대 측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등 여러 갈등이 일었다. 한편 음대는 이번 학기 예술관2(54동)와 예술관3(55동)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기존에도 실기 기간이 되면 부족하던 연습실을 대폭 줄여야 했고 무거운 악기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져 학생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16-M동 연구실을 사용하는 사회대 대학원생들이 리모델링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16-M동 연구실을 사용하는 사회대 대학원생들이 리모델링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16동 1층에 공사 자재가 산적해 있다.
16동 1층에 공사 자재가 산적해 있다.

올해 초 캠퍼스관리과는 △사당 셔틀 배차 간격 연장 △버스 크기 축소 △운행 시간 단축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한 버스 입찰 가격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길어진 대기시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약 20일 만에 운영 방침을 다시 변경했다. 대면 수업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행사로 학교를 방문하는 구성원들이 많아진 만큼 셔틀버스에 대한 수요도 늘었기에 축소된 셔틀버스 운영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캠퍼스관리과는 셔틀버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셔틀 용역 기능을 늘리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셔틀 문제에 대한 민원은 계속해서 제기됐다. 결국 사당 셔틀을 제외한 셔틀 노선의 증차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거나 다음 학기로 미뤄졌고, 좌회전 셔틀 정규 운행은 무산되는 등 복합적인 셔틀 문제는 깔끔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겨졌다.

지난 학기 초 학생들이 행정관 셔틀 정류장에서 하교 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학기 초 학생들이 행정관 셔틀 정류장에서 하교 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의 학생사회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제63대 총학 선거에서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경선이 성사되며 선거운동본부(선본) 정오가 당선됐다. 지난 1년간 정오는 △GPA 산정 기준 변경 △생협 문제 상시 대응 기구 신설 △0학점 등록제 도입 등의 공약 이행에 힘쓰며 교육·교통·문화·학식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학생 복지 사업을 진행했다. 첨단융합학부 신설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 등 갑작스레 대두된 사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본부 및 단과대학생회 등 다양한 단체와 소통하며 학생들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했다. 「정오」는 5년 만에 임기 1년을 온전히 채운 총학이었으며, 다음 학생사회를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런 정오의 노력이 무색하게, 지난달 18일 제64대 총학 선거는 무산됐다. 서울대는 2년 만에 다시 총학의 부재를 마주하게 됐으며, 단과대학생회장과 동아리연합회장은 단과대총학생회연석회의를 구성한다. 제64대 총학 재선거는 다음 해 3월 진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여파를 벗어나며 완전한 정상화를 맞는 움직임도 있었다. 2023년 1학기는 팬데믹 이후 학우들의 온전한 얼굴을 마주하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첫 정규학기였다. 작년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데 이어 지난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학생사회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월에는 각 단과대에서 준비한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행사가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대부분 숙박형으로 진행됐다. 대면 행사가 오랫동안 중단됐던 만큼 행사 기획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고려해 총학 차원에서 구성한 새터준비위원장(새준위장) 연석회의를 통해 새준위장들은 서로 정보를 나누고 도울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권 단체 활동이 위축되며 지난해 해산 논의까지 오갔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올해 총학생회칙 일부 개정을 통해 위원을 대중 모집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등 활동 기반을 다시 다질 수 있었다. 구조 개선을 거친 학소위는 인권센터 옴부즈퍼슨실 소속 주니어 옴부즈퍼슨 제3기가 진행한 인권 문제 간담회에 참여해 간담회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서울퀴어퍼레이드 서울광장 사용 불허 규탄 대학가 무지개행진’을 주도하는 등 다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자유전공학부 새내기 새로배움터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들의 모습.
지난 2월 자유전공학부 새내기 새로배움터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들의 모습.

 

사진: 『대학신문』 사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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