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무인도서 관리의 실태를 파헤치다

작은 그릇을 뒤집은 종기 모양을 닮아 쫑기도라 불리는 섬을 아는가? 쫑기도는 해양수산부가 정하는 ‘11월 이달의 무인도서로 선정됐으나 이 섬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알려지지 않은 무인도서가 많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무인도서는 영해를 묵묵히 수호하며 국내 해양 자원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가치를 잃을 위기에 처한 무인도서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한국의 무인도서는 어떻게 관리될까?

국내 3,382개에 달하는 섬들 가운데 2,918개는 무인도서, 464개는 유인도서다. 무인도서란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만조 시 해수면 위로 드러나는 땅이다. 무인도서는 영해의 크기를 결정하는 영토적 가치를 지닌다. 영해는 육지의 돌출부나 섬들을 연결한 영해기선으로부터 12해리에 이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무인도서는 각종 천연기념물이나 해양 자원의 보고라는 생태적 가치도 지닌다. 이웅규 교수(백석대 관광학부)는 “무인도의 경우 사람이 살지 않아 생태계가 잘 보존돼있고 해양 자원이 풍부하다”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4월의 무인도서로 선정된 경남 남해군의 백도는 1급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매가 서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째뿔산호, 우뭇가시리 등이 분포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다. 

해양수산부가 2020년 발표한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에 따르면 미등록 무인도서를 등록하고, 이를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이라는 4가지 관리유형으로 분류한 후 해당 유형에 따라 섬의 출입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것 등이 무인도서 관리에 포함된다. 이때 미등록 무인도서의 등록이란 무인도서를 지번 주소에 등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토지의 위치나 넓이 등을 조사한 기록인 지적(地番)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가 해양수산부의 지적 조사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이 무인도서를 지번주소에 등록한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이렇게 등록한 무인도서에 대한 생태 조사를 거쳐 관리유형을 지정하고, 유형에 따른 관리를 책임진다. 신순호 명예교수(목포대 지적학과)는 “관리유형을 지정하면 섬의 특성에 알맞은 정책 수립이 가능해져 그 생태적 가치를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조사와 무관심, 훼손되는 무인도서의 가치

하지만 국내의 무인도서 중 상당수는 등록되지 못해 공식적인 영토로 관리받기 위한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에 따르면 2,918개의 무인도서 중 미등록 섬은 363개에 이른다. 이처럼 많은 수의 무인도서가 미등록된 이유는 무인도서의 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발표한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무인도서 전체의 총 면적은 69㎢, 유인도서 전체의 총면적은 3479㎢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순관 명예교수(순천대 행정학과)는 “지적 조사를 마치지 못해 무인도서를 등록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작은 바위로 이뤄진 무인도서는 만조 수위가 높은 경우 접근과 조사가 쉽지 않다”라고 짚었다. 신순호 교수는 “등록되지 않은 무인도서의 경우 섬을 관리할 행정주체가 불분명해져 등록된 섬에 상응하는 관리를 받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등록됐더라도 관리유형이 지정되지 않아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무인도서 역시 많이 존재한다. 해양수산부의 「제2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에 따르면 관리유형이 지정되지 않은 무인도서는 663개로 미등록 무인도서보다도 많았다. 신순호 명예교수는 “생태계나 특성을 면밀하게 조사할 기술이 없었던 때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무인도서가 지금까지도 관리유형이 지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생태계가 우수해 환경부의 특정도서로 지정된 보령시의 횡견도와 오도는 무인도서 관리유형이 지정되지 않아 방목 가축 등을 사전에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유해야생동물, 해양쓰레기로 인해 생태계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끈끈한 연계와 관심이 완성하는 무인도서의 가치

무인도서의 등록과 관리유형 지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행정적, 기술적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부처 간 끈끈한 연계를 통한 빠짐없는 조사가 중요하다. 홍선기 교수(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는 “군사지역 중 국방부가 관리하는 무인도서는 해양수산부가 직접 조사할 수 없다”라며 “이런 지역에서는 군이나 다른 부처의 지원을 받아 섬의 특성을 조사해 관리유형을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정순관 명예교수는 “고화질 인공위성을 활용한 위치 정보 확인 등 새로운 측량 기술이나 드론을 이용해 무인도서를 영토에 등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기술 활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무인도서에 대한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순관 명예교수는 “무인도서에 대한 가치 인식과 관심이 없다면 어떤 좋은 정책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웅규 교수도 “육지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섬의 영토적·생태적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해양 중심적 사고를 통해 무인도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무인도서의 미등록 문제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무인도서는 대한민국 영해의 최전선으로서 중요한 영토적 가치를 지닌다. 훼손되지 않은 생태계를 가진 무인도서는 중요한 연구 자료이자 유산이기도 하다.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홀대받아온 무인도서를 이제는 제대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은 우리 모두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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