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한국 경제 저성장의 원인과 대응 방안

한국 경제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성장률을 1.4%로 봤으며, 지난 6월 「OECD Econocimc Outlook」 113호에서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2%대 미만으로 GDP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전세계적인 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극심한 저성장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는 저성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GDP성장률로 보는 저성장의 의미

일반적으로 한 국가 경제의 성장 정도는 실질GDP성장률(실질성장률)과 잠재GDP성장률(잠재성장률)을 포괄하는 GDP성장률로 판단한다. 이중 실질성장률은 보통 1년 주기로 가계·기업·정부라는 경제주체가 생산한 부가가치가 전년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최남수 교수(서정대 호텔관광과)는 “실질성장률은 재정 정책,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동적이며, 1년 동안 국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하는 지표다. 이는 한 국가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때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장치를 의미한다. 최 교수는 “실질성장률이 연도·분기별로 달성하는 성장률로 눈에 보이는 성적표라면 잠재성장률은 경제의 실제 체력을 나타내는 성장률”이라고 비교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두 GDP성장률이 2% 미만이면 한 국가의 경제가 저성장이라고 진단한다.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과)는 “GDP성장률, 특히 실질성장률이 2% 미만이면 저성장이라고 본다”라며 “실질성장률이 8%대 이상인 경우 고성장, 4~5%인 경우 중성장, 1~2%인 경우 저성장이라고 통칭한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광석 교수(한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는 “잠재성장률이 2%로 아래로 떨어지면 저성장에 대한 우려를 매우 심화시킨다”라고 전했다. 

이런 저성장은 경제 규모가 큰 국가가 자연스럽게 밟는 수순이지만, 전문가들은 같은 저성장이더라도 GDP성장률 2%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 천소라 연구위원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획기적인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 선진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현상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국제대학원 김현철 원장(국제학과)은 “OECD 선진국의 실질성장률은 대부분 2% 전후로 수렴한다”라며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1% 차이가 가져오는 파급력이 커 2%대가 안정적인 성장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짚었다. 최남수 교수는 “갑자기 실질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면 실질 소득, 정부 세수, 기업 투자, 고용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두 GDP성장률은 올해 1%대까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두 GDP성장률의 하락 속도가 급격해 안정적인 저성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질성장률의 경우, 올해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OECD 등 대부분의 주요 기관에서는 국내 실질생산률을 외환위기, 미국발 경제위기 코로나19 등 전세계적인 위기 시기를 제외하고 처음 2% 미만으로 예측했다. 최남수 교수는 “한국의 실질성장률이 1970년대에는 10%였다가 2010년대에는 3%에 이르더니 2020년부터 2022년 3년만 2%대에 머물고 올해 급격히 1%대로 떨어졌다”라며 “이에 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김광석 교수는 “1980년대 10%에 이르던 잠재성장률도 2016년부터 2%대에 접어들더니 올해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역동성을 잃은 저성장이 고착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바닥까지 떨어진 성장률, 그 원인은

이처럼 GDP성장률이 1%대로 급격히 떨어진 현상은 GDP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동향을 살펴 설명할 수 있다. 최근 GDP 성장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계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 모두 하락세를 보인다. 가계 소비는 가계가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구입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45% 이상으로 높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김현수 교수(전남대 경제학부)는 “가계부채가 증가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며 상환 부담에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 투자는 기업이 생산력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행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러시아, 중국 이후로 기업 부채 증가율 속도가 세 번째로 높다”라며 “이는 기업이 신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해졌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출 또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의 정부 지출은 425조 8천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조 5천억 원 줄었다. 총수출에서 총수입을 뺀 순수출도 감소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무역수지가 올해 1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GDP성장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노동, 자본, 생산성의 악화로도 GDP성장률의 하락 원인을 살필 수 있다. 노동은 근로 시간이나 생산연령인구 등의 영향을 받는 지표다. 이에 대해 천소라 연구위원은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2019년에 정점을 찍어 생산연령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기계를 늘리는 등 투자를 포함하는 자본에 대해 김광석 교수는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생산성은 노동·자본·토지 등 다양한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최남수 교수는 “올해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61% 수준에 그치며 성장 기여도는 -4%로 낙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저성장에 연착륙하려면

전문가들은 저성장 국면을 맞이한 한국이 대내외적 위기에 대비하며 GDP성장률이 2%에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현철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기후 위기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위기에 맞서 실질성장률 2%를 유지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라고 전했다. 천소라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2%를 유지하려면 저성장을 비롯한 목전의 문제들을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완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나 노동 등 GDP 생산율에 반영되는 경제적 요건들을 유심히 관리해야 한다. 김현철 교수는 “가계 소비가 부동산 투기가 아닌 주식 시장으로 흘러 기업 투자를 진작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가계 소비와 자본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동과 생산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장기적 안목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최남수 교수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민자 및 해외 인력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광석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라며 “기초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1%대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 경제, 0%로 가는 하락세의 늪에 빠질 것인가, 경제 선진국으로서 2%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인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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