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한계 바깥으로 나아간 학생들, Scale-up Project 결과 발표 전시회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파워플랜트(68동)에서 ‘Better & Greater: SNU Scale-up Project 2023’(Scale-up Project) 결과 발표 전시회가 열렸다. Scale-up Project는 문화예술원에서 주관하는 학생 대상 예술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7월 다섯 팀을 선정해 4개월간 제작지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며 아이디어의 실현을 지원했다. 이번 프로젝트 운영을 맡은 김민아 작가(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수료)는 “초기 구상이 다소 미숙하더라도 참신함과 융합적인 시너지가 있는 팀을 선정했다”라고 지원자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대학신문』이 Scale-up Project 결과 발표 전시회를 감상하고, 개성과 가능성으로 충만한 다섯 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건축학의 시선으로 다양한 ‘몸들’을 만나다 : 〈stroll manuals: 걷는 방법들〉

김별 씨(건축학과‧20)와 박신우 씨(건축학과‧18)는 〈stroll manuals: 걷는 방법들〉에서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캠퍼스 공간이 어떤 몸을 위해 지어졌는지 탐구했다. 이들은 학내 장애인권 동아리 위디(with:D)와 함께 음대 건물에서 파워플랜트로 이어지는 길을 다양한 방식으로 걸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때 ‘걷기’는 몸과 ‘지어진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자, 경직된 세계에 평화적으로 저항하기 위한 통로가 된다. 전시장에 설치된 약 15m 길이의 탁자는 실제 워크숍 경로를 재현한 것인데, 그 위에는 캠퍼스 공간에서 배제를 경험한 장애학생 당사자의 이야기부터 걷기 워크숍, 캠퍼스 공간 전반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는 서사가 다양한 매체로 표현됐다. 천장에 매단 카드에 담긴 워크숍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몸과 걷기 경험은 탁자를 따라 걷는 관람자를 ‘지어진 세계’에 대한 새로운 상상으로 초대한다. 

작가 김별, 박신우 인터뷰 

Q. 위디와의 협업은 이번 작업에서 어떤 의미였나?
별: 이 작품이 순수한 예술 작업을 넘어 사회적인 영향도 발휘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작업 과정에서 위디에 직접 들어가 배리어프리 팀장을 맡았다. 위디에서 그간 진행한 배리어프리 조사 자료를 공부하고 장애학생간담회에도 참여하는 등, 위디의 작년 2학기 배리어프리 팀 활동을 우리의 작업과 거의 병행했다. 다행히 위디 구성원들도 우리의 기획을 좋게 보고 많이 도와줬다. 위디로서는 조사와 건의 활동만으로는 해소되지 못했던 답답함을 새롭게 풀어나갈 기회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신우: 많이 공감하지만, 내 관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이번 작업을 위디의 활동과 동일시하기보다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노력했다. 학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시장 안에서는 작품성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그런 입장을 어떻게 예술적, 건축적으로 표현할지 고심했다. 특히 위디가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역사를 존중하는 측면에서도 우리 팀의 건축학적 지식과 접근법을 살리는 편이 위디에 더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Q. 워크숍에서 ‘기울어진 길 거꾸로 걷기’ 등 다양한 걷기 방식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인지?
별: ‘기울어진 길 거꾸로 걷기’는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경사진 길을 거꾸로 내려가야 한다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다만 단순히 장애인의 입장을 체험해 보자는 취지는 아니었다. 우리는 장애가 몸에 있다기보다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떤 공간에서 장애인이 채택하게 되는 행동 방식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규정되지만, 다르게 보면 그것은 그 공간의 한계이다. 한편 워크숍 과정에서 참여자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행인의 시선을 느끼며, 다양한 ‘걷기’의 시도가 일종의 행진이자 사회운동이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신우: 사람들은 공간을 처음부터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공간은 특정한 근거와 논리에 따라 설계된 것이다. 즉 우리는 ‘지어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데, 이때 설계의 근거는 많은 경우 사람의 몸이다. 그렇지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누구의 몸인가. 이번 작품을 통해 공간이 원래 주어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공간이 특정한 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몸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말랑말랑한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물 위에서 감각하는 타인의 생명 : 〈Wave of Connections〉

김예라 씨(조소과‧21), 김진희 씨(심리학과‧21), 이나경 씨(컴퓨터공학부‧20), 김다현 씨(작곡과‧20), 최연우 씨(기악과‧20)로 구성된 Emotion Walk 팀은 타인과의 연결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초연결 시대에 역설적으로 증가한 외로움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그것을 극복할 생명의 감각으로서 ‘심장 박동’에 주목했다. 사전 실험에서 검증한 ‘여럿이서 타인의 심박수를 들을 때 외로움이 완화될 것’이라는 가설에 기반한 작품 〈Wave of Connections〉는 사이매틱스* 기법을 활용해 관람자들이 서로의 심장 박동을 시청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원판 위 물의 파형과 그 주위를 감싸는 소리는 관람자가 그 앞에 설치된 반구를 만질 때마다 그의 심박수에 따라 변화한다. 이를 통해 관람자는 이전에 작품을 지나간 타인의 심장 박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동시에 자기 심장 박동의 흔적을 다음 사람에게 남겨주며, 타인과의 연결을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가 김예라, 이나경 인터뷰

Q. 팀원 구성이 가장 다양했는데, 협업 과정은 어땠는지?
예라: 다른 팀원들의 도움 덕분에 작품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이번 작업에 앞서 아두이노*를 활용한 작품을 혼자 진행했었는데, 그에 비해 이번 작품은 사이매틱스 기술을 활용하는 등 훨씬 도전적이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있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던 부분은 다른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내가 구현하면서 협업의 장점과 재미를 느꼈다. 
나경: 예라의 말에 동감한다. 혼자서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는 예라가 철판 모델링을 쉽게 해내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마찬가지로 내가 회로를 다룰 때는 다른 친구들이 신기해하더라. 이렇듯 여러 사람의 힘이 모여서 기술적인 어려움을 해결했다. 평소 모든 일을 혼자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친구들과 힘든 점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Q. 후속 작업 계획이 있다면?
예라: 후속 작업을 해 볼 생각은 당연히 있지만, 방향성에서는 아직 고민이 있다. 관객 참여가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이번 전시회에서 관객분들이 우리 작품을 경험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한 관객분께서 우리의 작업이 심리치료 목적으로 쓰일 수도 있겠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심리치료가 이뤄지는 곳으로 장소를 특정한 작업도 시도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이 작업을 발전시켜서 여러 미디어아트 전시에 출품해 볼 생각이다. 

*사이매틱스: 물이나 모래 등의 매질에서 진동이 시각적 패턴으로 확인되는 현상. 소리를 가시화하는 용도로 널리 활용된다.
*아두이노: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controller) 기반의 하드웨어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사용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며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해 교육, 예술, 산업에 널리 사용된다.

 

멀티미디어로 되살려낸 동자동에서의 삶과 죽음 : 〈얼굴들(Faces)〉

VR 기기를 체험 중인 동자동 주민들 (사진 제공: 김수지 씨)
VR 기기를 체험 중인 동자동 주민들 (사진 제공: 김수지 씨)

김수지 씨(인류학과 박사과정)의 〈얼굴들〉은 인류학 석사 논문을 집필하며 동자동에서 진행한 현지 조사 경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동자동 쪽방촌의 무연고사와 공영장례를 연구했던 작가는 영정 사진 없이 ‘얼굴 없음’으로 현존하는 망자들에게서 개별적 정체성이 상실된 죽음을 마주했다. 그러나 이를 논문으로 집필하다 보니 동자동 주민들의 삶이 총체적으로 담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민족지*의 한계를 느꼈고, 〈얼굴들〉을 통해 영상, 가상현실(VR), 사진, 저널 등으로 구성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동자동 주민들의 삶과 죽음은 이곳에서 일상 공간의 선명한 이미지와 애도문을 낭독하는 애끓는 육성으로 되살아난다. 특히 작품의 핵심인 VR 경험은 동자동 주민 조인형 씨의 방, 동자동 사랑방*, 그리고 공영장례가 열리는 새꿈공원을 가상 공간에 재현함으로써 활자의 역량을 넘어서는 시각적 아카이빙을 성취해 낸다.

작가 김수지 인터뷰 

Q. 인류학적 민족지 작업에서 해소되지 못한 재현의 문제가 〈얼굴들〉 작업에서는 어떻게 다뤄졌나? 
수지: 민족지 작업을 수행하며 동자동 주민들의 삶을 논문의 형식과 주제에 맞춰 재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굴들〉에서는 3D 스캐닝을 비롯해 글이 아닌 매체들을 동원함으로써 주민들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재현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동자동 주민들의 삶을 대상화하고 전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더 크게 겪었다. 그런데 전시 둘째 날 조인형 씨를 포함한 동자동 주민분들이 와서 보시고는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 특히 VR 기기를 체험하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신기해하시고, 끝날 때쯤에는 울먹거리시며 작품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인지 확인하셨다. 주민들에게는 대상화의 문제보다도 자신들의 삶이 기록되고 보관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다. 후속 작업에서 이 문제를 더 섬세하게 다뤄보고 싶다.

Q. ‘얼굴 없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궁금하다.
수지:
영정 사진이 없고 때로는 고인의 이름마저 부재한 동자동 공영장례는 무연고사망자의 개별성이 휘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것이 다시 정상화돼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설적으로 얼굴 없는 영정의 집결 자체가 재현되지 못하는 이들의 현존을 강하게 드러내는 정치적인 힘을 가지기도 한다. 망자의 ‘얼굴 없음’을 통해 강한 발언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메시지가 ‘죽음의 개별성을 되살려야 한다’라는 의미로 축소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3D 스캐닝으로 제작한 VR 공간과 전시 공간에도 중간에 삽입한 텍스트와 영상 등을 통해 이런 논의를 담았다. 

*동자동 사랑방: 동자동 주민 당사자와 활동가로 이뤄진 주민 자조 조직.
*민족지(ethnography): 특정한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대한 기술적 설명. 주로 현지 조사에 기반하며, 인류학 논문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형식이다. 

 

빛과 그래픽으로 아파트의 세계를 소환하다 : 〈아파트 소환술〉

(사진 제공: 최재윤 씨)
(사진 제공: 최재윤 씨)
(사진 제공: 최재윤 씨)
(사진 제공: 최재윤 씨)

최재윤 씨(건축학과‧16)와 강해성 씨(건축학과 석사과정)는 카드 게임과 투영의 형식으로 도심에서 익숙하게 지나치는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최재윤 씨의 건축학과 졸업 작품에서 시작된 이들의 작업은 아파트의 옥탑 구조물을 사람의 ‘머리’처럼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아파트를 생명체로 이해하고 해부학적으로 재구성하기에 이른다. 카드 게임 〈아파트 소환술〉에서 관람자들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표현된 아파트의 구조체, 수도관, 옥탑 구조물,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조립하며 자신만의 아파트를 ‘소환’할 수 있다. 또 카드 게임 직후 무작위로 제시되는 타로 카드는 소환된 아파트에 개성을 더할 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연관된 사회적‧역사적 서사를 덧씌움으로써 관람자를 한국 도시의 사회사에 접속시킨다. 

작가 최재윤, 강해성 인터뷰

Q. 작품을 카드 게임의 형식으로 제작함으로써 의도했던 효과는 무엇인지?
재윤: 관객을 단순 관람자가 아닌 행위자로 끌어올리고 싶어 게임이라는 형식을 채택했다. 카드는 가벼운 종잇장 안에 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래픽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건물’이 상기시키는 무겁고 단단한 이미지도 반전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점수를 따서 승자를 결정하는 형식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아파트의 그래픽적 요소가 갖는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그림 맞추기 형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이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OHP 프로젝터*로 빛을 비춰 그래픽을 확대하는 장치도 추가했다.
해성: 투명 카드에 프로젝터를 쏘면 카드 그래픽이 확대돼 나타나는데, 사용자가 자신만의 카드 조합을 만든 후 손바닥 정도 크기였던 그래픽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OHP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천을 빛이 잘 투과되는 재질로 선택해 게임 참여자뿐만 아니라 다른 관람객도 그래픽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전시장에서의 효과 역시 고려했다.

Q. 타로 카드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점도 재밌었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나? 
재윤:
이 게임에서 아파트를 사람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고, 나아가 사용자가 10가지 경우의 수 중 자신만의 아파트 하나를 만들어 내는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타로 역시 카드 각각에 고유한 특성이 있고, 여러 가지 카드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서 운명이 점쳐지는 등 선택된 카드에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 점들이 좋아서 우리 게임과 타로를 연결해 봤다.
해성: 작업 과정에서 조사와 게임 제작을 병행하다 보니, 카드 게임이 조사의 건조한 결과물처럼 느껴지는 시점이 있었다. 이 게임을 어떻게 더 흥미롭게 만들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10가지 아파트 사이의 관계성을 만들어서 세계관을 짜보자고 제안했고, 그 과정에서 타로를 많이 참고했다. 결국 관계성을 설정하지는 않게 됐으나, 각 카드의 특성들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타로 카드의 방식이 흥미롭게 활용된 것 같다.

*OHP 프로젝터(Overhead Projector): 빛을 이용해 확장된 이미지를 스크린에 투사하는 디스플레이 시스템.

 

불규칙성만이 인간다움의 증거인가 : 〈랜덤 플레이 댄스〉

장진우(컴퓨터공학부‧22), 이성현(작곡과‧22), 조형준(언어학과‧22)으로 구성된 앙케트 팀은 학내 흑인 음악 동아리 ‘바운스팩토리’에서의 인연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무한한 불규칙성을 표상하는 난수*에서 인간다움의 핵심을 발견하고, 관람자와 함께 그것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한다. 〈랜덤 플레이 댄스〉는 검은 천막으로 둘러쳐진 공간으로 관람자를 초대하는데, 이곳에 설치된 키보드로 관람자가 연주하는 음계와 숨겨진 카메라로 관측되는 그의 몸짓은 곧 난수로 측정된다. 그에 상응해 생성되는 음악과 영상은 공간과 감응하는 관람자의 불규칙적인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고유한 ‘인간다움’의 표상이다. 그러나 불규칙성의 정도가 100%에 도달할 때 들려오는 인간의 비명 소리는 관람자의 움직임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생성되도록 설정함으로써, 작품은 난수와 인간다움의 관계를 끝내 미결의 상태에 남겨둔다. 

작가 조형준 인터뷰

Q. 이번 작업이 이전에 해왔던 음악이나 영상 작업과는 어떻게 달랐나?
형준: 이번에 함께한 팀원들과 미술관을 즐겨 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음악이나 영상 작업물을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릴 때는 설명란에 태그도 하나하나 달 수 있고, 사람들에게도 직접 공유할 수 있었다. 반면 전시라는 매체에서는 작가가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제한된 공간과 매체 안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면서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이 새로워서 재밌었다. 기술적으로는 재료를 어디서 구하고, 어떻게 설치 작품을 만들지 고민이 있었다. 멘토님께서 조형예술 작가로서 전시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Q. 작업 과정에서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궁금하다.
형준:
우리 팀은 전부 2학년 학부생으로 프로젝트 참여 팀 중 최연소였다. 처음으로 학교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아 전시회까지 진행했던 만큼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제작 초기에는 예술이 더 무겁게 다가오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꼈다. 또 작업하면서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는데, 앞으로 작가의 길을 걸을지 확신도 없는 만큼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팀원들과 계속 얘기할수록 이전부터 가졌던 예술을 대하는 태도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런 게 재밌는데 너희는 어때, 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듯 표현하는 창구를 만드는 것, 결국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인 것 같다.

*난수: 정의된 범위 내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수. 다음에 나올 값을 예측할 수 없다.

 

결과 발표 전시회에서 진행된 각 팀의 발표 영상은 문화예술원 유튜브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재은 아트 디렉터는 “처음 시도한 사업이었던 만큼 기획 과정에서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주셨던 문화예술원과 여러 교수님들이 큰 힘이 됐다”라고 전했다. 문화예술원은 이번 사업 외에도 ‘Student Scale-Up’, ‘Class Scale-Up’ 등 학생들의 예술적 시도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 중이다. 꿈틀대는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학교의 세심한 지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더 큰 꿈으로 자라나고 있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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