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망 사용료 논쟁 파헤치기

작년 12월, 글로벌 방송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며 그 원인으로 한국의 높은 망 사용료를 지목했다. 국내 통신업계는 반발했다. 트위치 철수는 국내의 높은 망 사용료가 아닌 트위치의 경영 방만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망 사용료가 정당한지를 두고 트위치와 통신업계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망 사용료 논쟁의 쟁점

망 사용료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 의해 발생하는 요금을 통칭하는 용어다. 그중에서도 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송할 때 발생하는 ‘콘텐츠 전송 비용’과 콘텐츠 전송 비용을 해소하기 위한 ‘망 증설 비용’을 둘러싸고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사이에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CP는 망을 통해 전송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고 ISP는 망을 운영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예컨대 SK브로드밴드, KT,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은 ISP에 속하고 유튜브, 넷플릭스, 네이버 등은 CP에 속한다.

세계적인 망 사용료 논쟁에서 ISP와 이들의 입장에 동의하는 이들은 콘텐츠 전송 비용과 망 증설 비용이 최근 급속도로 증가한 것에 CP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CP가 현재보다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명 강사(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는 “구글, 유튜브 등 대형 CP가 생겨남에 따라 온라인 콘텐츠 유통 규모가 막대해졌고, 소비자는 빠른 콘텐츠 전송을 넘어 품질이 좋은 콘텐츠 전송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라고 ISP가 망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종수 교수(산업공학과)는 “코로나19 시기 인터넷 사용량이 유례없이 폭증해 해외에서는 ISP의 네트워크 장애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기도 했다”라며 망 증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망 사용료 인상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ISP가 망 사용을 대가로 접속료를 지불받는 만큼 콘텐츠 전송 비용과 망 증설 비용을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CP에게 콘텐츠 전송 비용을 전가하려는 시도는 인터넷의 인류사적 성공을 가능하게 한 망 중립성에 반한다”라고 주장했다. 콘텐츠 전송 비용의 증가를 이유로 특정 CP에게 콘텐츠 전송의 값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일은 인터넷을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망 사용료 논쟁,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하지만 콘텐츠 전송 비용과 관련한 데이터가 공개돼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이와 관련한 CP의 책임을 명백히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종명 강사는 “ISP는 망 사용료 인상을 통해 비용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CP는 충분한 값을 지불했다고 주장해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라며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CP와 ISP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상규 교수(호서대 문화영상학부)는 “ISP의 기업 내부 데이터를 얻는다 해도 ISP의 망 증설 비용에는 지역과 도시 간 거리나 인구수 등 무수한 요인이 개입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문가들은 현재의 망 사용료 논쟁에 드러나지 않은 CP와 ISP의 공생관계를 언급했다. 변상규 교수는 “사실 CP는 인터넷이 없으면 콘텐츠를 유통할 방법이 없고, ISP는 CP를 통해 자신의 망에 고객이 가입하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종수 교수는 “글로벌 CP는 국내 ISP의 망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콘텐츠 데이터를 따로 저장해 두는 캐시서버 등을 설치하고 있다”라며 공생관계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CP와 ISP의 망 사용료 논쟁은 사실상 각 기업이 기업 간 단기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생겨난 논의일 가능성이 있다. 이종명 강사는 “기밀유지협약 때문에 액수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실 각 나라의 CP와 ISP는 서로 망 사용료를 거래하고 있다”라며 “CP와 ISP는 시장 논리에 따라 서로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망 사용료를 토론 주제로 끌어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는

CP와 ISP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사이 정작 소비자들의 권익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의 상승과 5G 등 새로운 기술 등장에 따른 인터넷 요금 상승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 상승한 요금의 산정 과정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명 강사는 “현재의 망 사용료 논쟁은 소비자의 입장이나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증가한 콘텐츠 전송 비용으로 커진 CP와 ISP의 부담을 소비자가 콘텐츠 비용과 인터넷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망 사용료 책정 기준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종명 강사는 “ISP는 망 증설 현황을 설명하는 등 투명성 재고를 통해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CP는 자신들이 ISP와 어떤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변상규 교수는 “현재 인터넷 정액제로 인해 소비자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전송시키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트래픽* 과중을 원천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꾸어 과다한 콘텐츠 전송 비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래픽: 통신망을 통과하는 정보의 흐름.

 

망 사용료 논쟁은 ISP와 CP의 입장 대립으로만 여겨지지만, 우리가 망 사용료 논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CP와 ISP 각각에 대한 찬반이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합당한 가격으로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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