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유학생 비자 제도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짚다

작년 11월 27일, 한신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4명 중 22명이 학교의 일방적인 제적 처리와 함께 강제 출국당했다. 이 사건은 외국인 유학생을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과 국내 외국인 유학생 비자 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왜 ‘강제 출국’이었나 

많은 공분을 산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발급을 위한 ‘잔고증명’에 대한 부분이었다. 해당 유학생들은 법무부에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에게만 요구하는 ‘3개월 이상 1천만 원 이상의 잔액 유지’의 유학 비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학생 중 미등록 체류 유학생 수가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법무부로부터 유학생 유치를 제한받을 것을 우려한 한신대 측이 강제 출국 조처를 한 것이다. 피해 유학생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해당 유학생들은 강제 출국 조치에 부당함을 느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고, 경찰은 한신대를 대상으로 특수 감금과 협박을 조사 중이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 같은 한신대의 강제 출국 조치는 한신대와 출입국관리소 측에서 범한 행정 집행상의 오류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최정규 변호사는 “잔고증명이라는 비자 발급 조건에 대한 학교 측의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수원출입국외국인청 평택출장소 또한 비자 발급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비자를 발급했다”라고 짚었다.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 센터장은 “행정적 실수로 인한 피해가 모두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근시안적인 국내 유학 비자 조건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단순한 행정 실수로 치부하기보다 유학생 유치 확대에만 집중해 정작 이들의 장기적인 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유학 비자 제도의 맹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잔고증명에 관한 추가적인 유학 비자 조건은 특정한 국적을 가진 이들에게만 요구된다는 점에서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유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재정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조영관 센터장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등록금 대출도 받지 못한다”라며 “이들이 체류하면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내국인과 매우 차이 나는 상황에서 현재처럼 높은 재정적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학기 중 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유학 비자 조건을 고려하면, 유학생들의 재정적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유학생들의 유학 후 취업과 정주를 연구하는 독일 괴테대 박주현 박사후연구원은 “재정적 불안정성과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유학 비자 조건 탓에 유학생들이 불법적인 노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유학 비자 발급을 위한 한국어 능력 평가의 기준을 낮춘 유학 비자 조건 개정은 유학생 유치의 양적 증대만을 겨냥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홍준현 교수(중앙대 공공인재학부)는 “해당 유학 비자 조건의 개정이 단기적으로는 유학생 수를 늘릴 수 있겠지만, 이는 한국어 수학 과정에서 중도 탈락한 후 미등록 체류로 이어지는 유학생의 수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이런 비자 제도는 대학과 정부가 교육적인 관점이 아닌 재정적 관점에서 유학생을 유치했던 기존 정책의 기조에서부터 비롯됐다”라며 현 비자 제도가 갖는 정책적 인식의 문제를 짚었다.

 

유학생을 고민하는 유학 비자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 지속될 유학생의 삶을 고려해 유학 비자 조건을 재구성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박주현 연구원은 유학 졸업 후 취업 정주를 돕기 위해 “유학 중 노동시장 경험을 제한하기보다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유학 비자 규정을 개선하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홍준현 교수는 “언어 능력에 관한 유학 비자 조건을 강화해 학업 의지가 있는 유학생을 수용하고, 유학 과정에서 언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과 지자체, 정부 부처가 유학생의 특수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김경환 교수(강원대 행정학과)는 “비자 설계 과정에서 거주민이자 유학생이자 잠재적 노동자로서 유학생들의 다면적 정체성은 고민되지 않았다”라며 “다면적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 부처 간의 논의가 이뤄질 때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일관된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최정규 변호사는 “유학생을 학생이 아닌 재원으로 생각하는 방향의 유학 비자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한신대 사건은 또 다른 학교에서 반복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속 가능한 생활을 고려한 유학 비자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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