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경영학과 17학번 이민호 씨

‘샤로수길에서 졸업생을 인터뷰하기 좋은 카페는 없을까?’ 기자들의 고민을 단번에 달래 준 졸업생이 있다. 서울대 인근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스누푸파’의 운영자 이민호 씨(경영학과·17)다. 지난달 15일 그가 추천한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이 씨를 만났다. 성실한 학부생부터 학내 단체들과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울대 대표 인플루언서, ‘프로 춤꾼’까지, 이 씨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평생 대학생일 줄 알았는데 벌써 졸업이다”라고 운을 뗐다.

 

선한 영향력과 함께한 스누푸파

이민호 씨의 대학 생활은 ‘스누푸파’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이 씨가 운영하는 스누푸파는 샤로수길과 녹두 거리 등 서울대 부근의 맛집 추천 게시글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어제 기준 팔로워 16,000명을 넘겼다. 스누푸파는 그가 대학에 입학해 학교 근처 맛집을 탐방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 씨는 “입학 전 중국에서 오래 거주한 탓에 한국에는 익숙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라며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나만의 아지트로 삼고 싶었다”라고 회고했다. 이 씨는 스누푸파의 첫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며 “2018년 4월 4일 점심, BBQ치킨 서울대글로벌공학관점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개설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에게만 알려졌던 스누푸파는 2018년 말부터 학교 주변 맛집을 찾는 학우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면서 팔로워 수가 급증했다. 이 씨는 “2,000명 정도의 팔로워를 얻은 이후 계정을 키워 보겠다는 욕심이 생겨 정기적으로 맛집 후기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라고 당시의 포부를 떠올렸다.

한창 스누푸파의 행보를 넓히던 이민호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소상공인들과 소통하며 스누푸파의 역할을 더욱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당시 한 식당 점주로부터 스누푸파에 올린 후기 덕분에 영업이 다시 잘 되기 시작해 폐업을 재고했다는 장문의 감사 연락을 받았다. 이후 그는 스누푸파의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씨는 “이 경험 이후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도우면서 살자는 가치관을 갖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민호 씨는 샤로수길을 무대로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했다. 스누푸파를 운영하며 관악구 상권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 씨는 코로나19 시기 축제하는 사람들, 총학생회, 관악구청과 함께 비대면 축제를 기획했다. 그는 “축제 기간 내 스누푸파와 협업한 샤로수길의 식당에 방문하면 경품 응모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라며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보람찼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스누푸파를 통해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 △스누비건 △디지털 SNU공헌단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행동하는 학내 단체들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거나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서배공과 함께 샤로수길에서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식당을 조사한 후, 배리어프리 식당을 홍보하는 지도를 제작했던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 초청돼 지도 제작 동기와 과정을 소개하는 전시까지 진행해 뜻깊었다”라고 회고했다.

스누푸파를 통해 샤로수길이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도록 노력했던 경험은 지난해 9월 샤로수길 불법 전단 근절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대학신문』 2023년 9월 10일 자) 샤로수길을 누구보다 자주 방문하는 이민호 씨는 “샤로수길에 한두 개 뿌려져 있던 불법 전단이 어느 순간 급속히 늘어난 것을 목격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라고 샤로수길 불법 전단 플로깅*을 기획한 계기를 밝혔다. 이 씨는 플로깅 모집 게시글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 달간 주 2회씩 샤로수길을 뒤덮은 불법 전단을 주웠다. 그는 “플로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해 전단 불법 배포에 강력한 행정적 대응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스누푸파로 홍보하고 관악구청과 언론에 불법 전단 문제를 제보했다”라며 “그 결과 전단 배포 업체 관계자가 체포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많은 사람이 협력해 함께 문제를 해결한 값진 경험이었다”라며 “공동체의 힘과 적극적인 실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라고 밝혔다.

*플로깅: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샤로수길 불법 전단 플로깅 활동 중인 이민호 씨(왼쪽).
샤로수길 불법 전단 플로깅 활동 중인 이민호 씨(왼쪽).

 

대학, 열정의 불씨를 지핀 공간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이민호 씨의 열정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이 씨는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라며 “죽기 전 후회로 남는 일이 없도록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민호 씨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씨는 스누푸파의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이후 여러 식당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홍보 방법을 조언하고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면서 경영학에 관심이 생겨 인류학과에서 경영학과로 전과를 결심했다. 이 씨는 경영학과 전공 수업을 들으며 스누푸파의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었다. 가장 유용했던 강의로 ‘국제 경영’을 꼽은 그는 “수업에서 다양한 예제를 풀어 보며 상황별로 가장 적절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강의를 수강하기 전에는 큰 전략 없이 이벤트를 기획해 참여율이 저조했다”라며 “하지만 강의를 수강한 이후에는 이벤트 대상과 고객 경험을 보다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돼 이벤트 참여율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민호 씨는 경영학으로의 전과 후에도 인류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며 두 학문의 조화를 실천해 갔다. 이 씨는 “인류학의 질적 연구 방법은 소비자의 삶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 고객의 필요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낯선 것을 낯설지 않게 바라보고,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인류학의 가치에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이민호 씨는 춤을 통해서도 도전의 열정을 불태웠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이 씨는 ‘에이디비씨’(ADBC)를 비롯한 춤 동아리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프로 댄서 활동에도 나섰다. 그는 댄서 리아킴의 홍보 영상에 참여하고 그룹 ‘더보이즈’(THE BOYZ)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씨는 “백업 댄서 시절에는 강의가 끝난 후 바로 연습실로 가서 새벽까지 연습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라며 치열했던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도전에 대한 열정은 진로를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즐거운 삶을 꾸려나가는 것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라고 강조했다.

이민호 씨는 학교에 남아 열정을 좇을 재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학내외의 다양한 활동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도전하며 낭만을 느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남겼다. 이어 그는 학우들에게 후회 없는 청춘을 보내기 위해 마음 가는 일에는 주저 말고 도전하라는 응원을 건넸다. 그의 열정은 한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은, 삶 전반에 대한 열정이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따뜻한 마음의 경영인을 꿈꾸며

열정적이었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 이민호 씨는 현재 컨설팅 업계로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스누푸파를 운영하며 소상공인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 보람찼다”라고 진로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졸업 전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 업무를 경험하며 일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대학 생활을 마무리한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로 구직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민호 씨는 스누푸파가 공동체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계정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씨는 “졸업 후에도 스누푸파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지만, 바빠진다면 이를 동아리로 만들어 학우들과 함께 운영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누푸파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 관악구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작은 가게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종 목표는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이 상생하는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라는 이 씨의 모습에서, 그가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에 따라 따뜻하고 선한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를 ‘빵 반죽으로 고기를 감싼 비프웰링턴’에 비유한 이민호 씨는 그 이유를 “멀리서 보면 그냥 빵으로 보이지만, 속에는 품질 좋은 고기가 들어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이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비프웰링턴 속 고기를 발견하듯, 그의 마음속 뜨거운 도전의 열정과 따뜻한 선행의 가치관을 찾을 수 있었다. 계속될 그의 도전을 응원하며, 학교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게 될 모든 졸업생에게도 설렘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사진: 김부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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