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2,000명씩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가 이에 반발하며 근무를 중단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목)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94곳에서 전공의의 78.5%인 8,89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69.4%인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병원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전공의는 의료법을 적용해 엄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 접수된 수술 지연만 44건에 달하는 등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야기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첨예한 갈등이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는 현재 필수의료과와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이는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수가체계 등으로 인한 의료인력 분배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저출생 추세를 고려했을 때 미래에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할 경우 2035년에는 10,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해질 것이므로 의사 육성 기간을 고려해 올해부터 당장 2,000명씩의 의대 증원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자의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되는 등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서로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정부가 접점을 모색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비대면 진료 도입, 2020년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의건강권에 큰 피해를 안겼음을 떠올리면, 의료계는 현재의 대응 태도가 의사라는 직업의 본분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사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를 의료 개혁을 위한 정당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의료 개혁의 첫 순서로 의대 증원이 타당한지, 증원 이후 학부 교육 및 병원 수련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는지 등 의료계에서 제기하는 의문점들에 보다 열린 자세로 대답하고, 미래의 의료 수요에 대해서도 폭넓은 관점에서 상호 수용 가능하며 공익에 부합하는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2021년 기준 모든 비광역시에서 응급실을 60분 내로 이용한 비율이 평균 이하로 나타나는 등 필수의료과의 인력난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전면적인 의료개혁 없이는 앞으로도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의료계와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이번 갈등을 하루빨리 봉합하고, 이를 시작으로 필수의료과 인력난과 지역 의료격차를 포함해 의료 시스템이 봉착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의료개혁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