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김별(서양사학과·22)
김별(서양사학과·22)

거듭되는 변화로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간혹 어른들이 하는 “대학은 더 이상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외딴섬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쓸쓸해집니다. 미래에 대한 무지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졸업을 앞두고 저와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는 학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학 생활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학이 안정된 삶을 보장하지 않는 지금이, 대학이 지니는 의미를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학이 지니는 의미를 여러 방면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대학이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부정하고, 대학이 앞으로의 삶에서 미미하게나마 보장해 줄 것들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또는 대학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떠올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는 미지의 영역인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와닿지 않고, 후자는 직접 체감하기에는 대상이 너무나 큽니다. 그렇기에 일상적인 대학 생활에서 피부로 느낀 대학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나에게 대학은 무엇이었나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 봤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매일 학교에서 마주하는 얼굴들이었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친구, 가족처럼 나를 챙겨줬던 룸메이트, 수업 시간 혹은 도서관에서 봤던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우들…. 저는 그들에게 배려와 사랑, 용기를 받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회의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대학 생활을 보냈음을 떠올리면 나의 시간은 초라하지 않습니다. 대학 이후 마주할 세상을 그들이 채워나갈 것을 생각하면 두렵기만 했던 미래가 조금은 살아갈 만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이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하더라도 대학 시절 마주했던 사람들의 진심과 사랑, 열정만큼은 진실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빛나는 사람들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 그리고 나와 순간을 공유한 사람들에 대한 믿음은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얻게 된 수확 중 가장 값진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평생 간직하고 싶은 것입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두렵고,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사랑을 꺼내보고 싶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내 세계를 지지하는 굳센 기둥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빛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학우분들 또한 함께했던 사람 덕분에 빛나던 순간들을 갖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학교를 떠난 후에도 그 순간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대학 시절의 경험은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기에 얻어낸 성취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이 간직한 기억이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보다 크게 남기를 바랍니다. 긴 여정을 마친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수고했다고 토닥여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의 찬란한 순간을 양분 삼아 밝게 빛나는 별이 돼 세상을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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