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국어국문학과 양승국 교수

겨울의 한기가 일던 지난달 4일 인문관1(1동)에서 양승국 교수(국어국문학과)를 만났다. 책으로 꽉 찬 책장이 미로처럼 놓인 연구실에서는 그가 보낸 지난 세월의 향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양승국 교수는 약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시와 소설 중심의 국문학계에서 불모지였던 근대 희곡을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그는 국내에서 최초로 희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Q. 희곡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미개척 분야를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국문학 연구계에서는 시와 소설만을 고귀한 현대 문학으로 취급해, 희곡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故 김윤식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께서 현대문학사 강의에서 제대로 된 희곡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마침 선친이 극작가셨기에 희곡에 익숙하기도 했다.

 

Q. 초창기의 희곡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가?

A.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국내 희곡 목록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서울의 도서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희곡 자료를 엮어 10권짜리 『한국근대희곡작품자료집』을 출판했다. 희곡 목록을 갖추고 보니 희곡에 대한 정의와 연구 방법론이 부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영어권 비평 연구서들을 참고하며 희곡 연구 방법론을 고민했고 공연 대본을 통해 희곡을 연구하는 관점을 수립했다. 이후 연극과 영화 비평을 모아 『한국근대연극영화비평자료집』을 발간해 희곡 연구의 실질적인 기초를 다졌다.

 

Q. 교수자로서 수업의 지향점은 무엇이었나? 

A. 교수로 처음 부임하고 서울대 인재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했다. 인문학자를 융성할 때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강의보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강의가 필요하다. 대학원생 강의를 할 때는 ‘드라마와 시간’ 등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직접 문제의식을 찾아서 공부하도록 했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 한국 대학 수업에서는 교수와 학생 간의 토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지가 드러날까 쉽게 말을 꺼내지 않고 조별 토론을 할 때가 돼서야 입을 떼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졸업 후에는 서울대 학생으로서 받은 혜택을 봉사의 자세로 환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전하는 마음이 귀해지는 요즘, 희곡 연구라는 불모지를 탐색하고 도전한 양승국 교수의 말에서 기존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대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딘가에서 도전하고 있을 그의 은퇴 후 삶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최수지 기자

susie20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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