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영어영문학과 김명환 교수

지난달 11일 인문관2(2동)에서 김명환 교수(영어영문학과)를 만났다. 2003년부터 서울대에서 영미문학을 가르쳐 온 그는 제34대 중앙도서관장과 ‘서울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생물학 고전부터 현대 한국 소설까지 다양한 책으로 가득한 그의 연구실에서는 40년간 학문과 사회에 관심을 쏟아온 지식인의 향기가 풍겨왔다.

 

Q.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주제를 소개해 달라. 

A. 월터 스콧의 역사 소설에 대해 논문을 두 편 냈고 같은 주제로 정년퇴임 강연을 했다. 그의 역사 소설은 오랜 대립과 내전을 거듭해 온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는 한국전쟁을 겪고 80년 가까이 분단된 남북 관계와 닮아있기에, 그의 소설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퇴임하고 기회가 된다면 내용을 발전시켜 단행본을 내고자 한다.

 

Q. 민교협 등을 통해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의견을 펼쳐온 이유는?

A. 지식인으로서 마땅히 할 일이다. 오늘날 서울대를 포함한 전 세계 대학이 정치권력과 자본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 시흥캠퍼스 신설, 국정 교과서 도입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민교협에서 다른 교수들과 뜻을 모아 목소리를 냈다. 

 

Q. 중앙도서관장으로 재직하며 이룬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A.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내내 중앙도서관을 개방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몇 년간 도서관 출입을 막은 국내외 대학이 많았다. 하지만 도서관 문을 닫는 것은 곧 대학의 문을 닫는 것이라 생각해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을 개방했다. 마찬가지로 교내 도서관을 폐쇄하지 않았던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에 견줄 만한 성과라고 느낀다.

 

Q.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권한다면?

A. 벽초 홍명희 선생이 지은 『임꺽정』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임꺽정』은 연산군과 중종 시기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일제강점기에 조선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쓰여 반식민지 독립 투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2008년 개정판은 어려운 어휘를 상세히 해설해 놓아 신입생도 이해하기 쉽다. 단행본 열 권을 모두 보기 어렵다면 『임꺽정 1: 봉단편』만이라도 접해보기를 권한다. 백정의 딸과 홍문관 교리의 사랑 이야기로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김명환 교수는 두 기자에게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대학 시절 여러 분야의 고전을 두루 읽고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공부에 푹 빠져보기를 바란다”라는 그의 조언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생의 3분의 2를 인문학 연구에 바친 그의 삶이 서울대 밖에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기를 바란다.

 

사진: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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