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화학부 홍종인 교수

지난달 25일 자연과학대학(503동)에서 홍종인 교수(화학부)를 만났다.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마친 후 1993년부터 오늘까지 서울대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 그는 오는 봄 퇴임을 앞두고 있다. 홍 교수는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만나 함께 연구했던 경험은 내게 특권이었다”라며 “그들과 함께 연구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퇴임 소감을 전했다. 

 

Q. 연구 분야를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A. 분자와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임상 및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연구에 힘썼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은 분자와 분자 간 상호작용의 결과다. 예를 들어 약을 먹으면 그 약이 몸으로 들어와 체내의 다양한 단백질 수용체와 상호작용해 약효를 나타낸다. 그런 상호작용을 미시적으로 관찰해 어떤 분자 간의 반응이 특정 파장의 빛을 내는지 알아내고, 이를 다양한 센서 개발에 적용했다. 이외에도 유기 발광 분자를 연구했고, 빛이나 열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전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Q. 유기화학만이 가지는 매력이란?

A. 유기화학은 분자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분자 반응의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이런 분자 반응은 모두 몇몇 거대한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 규칙을 탐구하고 특정 반응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알게 된 순간이 즐거웠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분자를 합성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유기화학의 묘미다. 유기화학 연구를 통해 우리의 삶에 필요한 물질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 때 보람을 느낀다. 

 

Q. 신입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A. 김형석 작가의 『영원과 사랑의 대화』를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동물과 달리 지성과 마음을 갖고 행동하며 이를 통해 다른 존재와 교감한다는 내용의 저서다. 대학 시절은 인생의 근원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다. 그런 근원적 가치는 결국 사람과 사랑에 있다. 학생들 모두 내 앞가림만 하기도 바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람을 향한 사랑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은퇴 후 계획이 궁금하다.

A. 20년간의 캄보디아 단기 선교 활동을 통해 캄보디아 사람들과 생활하며 느낀 바가 많다. 은퇴하고도 제3세계로 가서 교육 봉사에 헌신할 예정이다. 30년 동안 열정적으로 살았으니 휴식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눔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자 안식이다. 내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먼 길을 나설 때 필요한 짐은 많지 않기에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유기화학과 사랑에 빠져 30년이란 세월을 연구에 바쳤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남은 평생을 타인에게 헌신하고자 결심한 홍종인 교수. 그는 남길 것도 후회할 것도 없다는 듯 소탈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들을 배웅했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