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서양화과 심철웅 교수

지난달 5일 미술관(151동)에서 심철웅 교수(서양화과)를 만났다. 미술관에서는 지난달 7일까지 심철웅 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Nomadic Dream〉 전시회가 열렸다. 그는 한국영상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미디어아트의 토대 구축 및 발전에 기여했다. 심 교수는 “교수 생활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정년을 맞이한 소감을 밝혔다.

 

Q.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작품이 많다. 〈Nomadic Dream〉도 역사적 주제가 담겨 있나? 

A. 〈Nomadic Dream〉은 세계화와 다문화라는 시대적 배경과 개인적인 유학 경험에서 시작됐다. 10여 년간의 유학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겪으면서 문화적·민족적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일제강점기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역사 자체가 내가 경험한 ‘노마딕’(nomadic), 즉 유목민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외부의 개입으로 훼손되고 잃어버린 문화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 인식을 담은 전시회가 〈Nomadic Dream〉이다.

한양도성 성벽을 따라 사진을 찍은 작품인 〈De-sp[l]ace_Two Rings of Wall〉이 하나의 예시다. 우리는 남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이 과거 일본의 신당인 조선신궁으로 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일본이 만들어 놓은 공간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여전히 일본이 만든 공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작품이 〈De-sp[l]ace_Two Rings of Wall〉이다. 〈Nomadic Dream〉의 주제 의식은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강조했던 점은 무엇인가?

A. 소재, 주제, 개념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주제가 무엇인지 물으면 ‘소나무’라고 답하는 학생이 있다. 하지만 이는 주제가 아니라 소재를 말한 것이다. 주제는 소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개념은 주제에 대한 나만의 느낌이나 사상이다. 이 세 가지를 잘 구분할 수 있으면 훌륭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예시를 들자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가 아빠 얼굴을 그리는 것이 주제인 수업에서 나무를 그렸다. 왜 나무를 그렸는지 묻자 아이는 “아빠가 언제든지 있듯 나무도 항상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단순히 소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재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담아 작품과 관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은퇴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예술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새로 구한 작업실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해 예술 작업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교수 생활을 하며 미디어아트에 집중했었는데, 회화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난 후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심철웅 교수의 모습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서울대를 떠나지만 멈추지 않을 그의 도전과 예술 여정을 응원한다.

 

사진: 최수지 기자

susie200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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