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수의학과 윤여성 교수

밤새 내린 눈이 캠퍼스의 바닥을 소복이 덮었던 지난달 10일 수의과대학(85동)에서 윤여성 교수(수의학과)를 만났다. 자신의 첫 제자가 후임으로 들어오게 됐다며 방을 차근히 정리하고 있던 그의 모습은 연구실의 훈훈한 공기와 어울리며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Q. 지금까지의 거쳐 온 학문적 여정을 소개해 달라.

A. 처음에는 말하지 못하는 동물을 치료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수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생명 활동 전반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고, 연구자의 길에까지 접어들게 됐다. 특히 전자현미경 등을 활용해 각종 기관의 세밀한 구조를 탐구하는 조직학을 전공하면서, 면역 장기의 구조부터 뉴로제네시스*까지 다양한 주제를 횡단해 왔다.

*뉴로제네시스(neurogenesis): 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는 과정. 

 

Q. 동물을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수의학 공부를 시작했는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과 연구를 하면서 느낀 고민이 있었다면?

A. 공부를 하다 보니 동물을 치료하기보다 오히려 죽이는 일이 더 많았다. 수의학 연구에서는 동물 실험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에는 양면성이 있다. 생명이 희생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구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 같은 상황이라, 언제나 윤리적인 고민이 남는다. 그래서 수의대 차원에서는 매년 위령제를 지내며 동물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고,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을 맡을 때는 실험동물을 기리는 위령비를 만들기도 했다.

 

Q. 연구와 교육 이외에 교수로서 중요하게 여겼던 활동이 있다면?

A. 한국수의해부학회 회장을 맡을 때 수의학 용어를 한글화하고 『우리말 수의해부학용어』를 편찬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학문처럼 수의학 용어도 대개 일본식 번역어나 어려운 한자어여서 처음 배우는 학생이 공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 세대 이전의 선배들부터 쭉 한글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마침 내가 회장을 맡았을 때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또 수의학 용어의 한글화는 비전공자, 특히 수의과에 내원하는 보호자와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금도 후배 교수들이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무계획 속에서 마음 가는 대로 지내면서 새로운 방향이 잡히기를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교육과 연구에서 벗어난 삶이 아직 익숙지 않은 듯한 그의 반응은 되려 이 일에 쏟아 온 마음의 무게를 방증하는 듯했다. 윤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화기치상’*의 마음가짐을 지닐 것을 당부했다. 그에게 앞으로 펼쳐질 자유로운 시간에도 조화롭고 상서로운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화기치상(和氣致祥): 음과 양이 서로 화합하여 상서로움을 이룬다.

 

사진: 이수진 기자 

polarbear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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