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이정상 교수

지난달 12일 보라매병원에서 이정상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이정상 교수는 1992년 서울대병원 임상교수에 부임해 △한국유체공학회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대 교수협의회(교협) 33대 회장을 지내며 학술 영역뿐만 아니라 학내 사안에 관해서도 폭넓게 활동했다. 의사 가운을 걸친 채로 등장한 이정상 교수의 모습에서 바삐 돌아가는 병원의 시간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노련함이 느껴졌다.

 

Q. 흉부외과 전문의로 재직하며 인상적이었던 일화를 소개해 달라.

A. 식도암 수술을 하셨던 74세 할아버지께서 10년 만에 찾아오셔서 “왜 이렇게 오래 살려서 나를 힘들게 하냐”라며 투정을 부리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식도암이 예후가 좋지 않은데, 오랜 시간 건강하게 지내고 계셔서 인상적이었다. 한편, 안타까운 일화도 있었다. 흉선암*에 걸린 사범대 학생이 찾아왔었다. 그 학생의 5년 생존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생의 아버지에게 말씀드리자, 그분이 진료실에서 우셨던 것이 기억난다. 환자에게 알 권리가 있지만, 잔인한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과연 선인지 고민하게 됐다. 의사로 살다 보면 환자로부터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흉선암: 양측 폐 사이 흉골 뒷부분에 위치한 흉선에 생기는 종양. 

 

Q. 학제 간 융합연구를 진행하며 대한의협-의학회 학술대회 학술부위원장을 맡았다. 융합연구의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A. 주로 정맥학과 유체공학 간 융합연구를 진행했다. 2003년에는 초음파와 레이저 기술을 응용해 정맥 질환을 쉽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안전정확기법’을 개발했다. 위험성이 큰 레이저의 용량을 정확히 계산하고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물리학자, 공학자와 협업한 것이다. 또한 동맥혈관수술 전후 두 혈관이 만나는 각도에 따른 피의 유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방안을 고안해 수술의 안정성을 높였다.

 

Q. 교협 회장직을 맡으며 고민한 주된 현안은 무엇이었나?

A.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서울대에 총장 공백 시기가 있었다. 관련 조항이 부재해 누가 총장 직무를 대행할지와, 이미 후보 순위*가 매겨졌던 총장 후보 선출 과정을 어디서부터 다시 진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모든 교수의 직접선거로 교협 회장에 당선돼 대표성이 있었던 나는 당시 서울대 법인 이사장, 평의원회 의장, 학원장협의회*와 함께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독일과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교수 80%와 학생 20%로 이뤄진 3자 회의체를 만들고 교육부총장에게 총장 직무대행을 맡겨 총장 후보 대상자 공모 및 초빙 단계부터 총장 후보 선출 과정을 재시작하는 방안으로 합의를 이끌었다. 서울대의 역사에서 처음 겪는 중대한 위기를 잡음 없이 넘기는 데 기여해 뿌듯하다. 대학 구성원 각각을 1대1로 대면해 증거와 역사에 기반한 충분한 대화를 거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후보 순위: 총장 임명 과정 중 지원한 총장 후보들에게 매겨진 순위로, 서울대 법인 이사회에서 이사회 위원들이 진행하는 면접과 질의응답을 거쳐 부여된다.

*학원장협의회: 22개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장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정상 교수는 “윗세대가 걸어온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앞선 행보를 기록하고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대학 내에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 은퇴 후에도 대전보훈병원 병원장으로서 계속될 그의 삶을 응원한다.

 

사진: 최수지 기자 

susie2003@sn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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