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는 LnL, 첨단융합학부, 학부대학 등 교육에서의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굵직한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보면 본부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충분히 시도했는지 의문이 든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사업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본부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에만 머무는 이유는 사실상 학생과 본부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학생회를 통해 학교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뿐이다. 그간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가 있었을 시절 학생회는 첨단융합학부 신설과 관련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간담회를 계획하는 등 학교의 주요 변화에 대응했다.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지금도 학부대학 신설에 대해 2024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와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있다. 물론 학생회의 역할은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수합해 전달하는 것이고, 본부에게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부가 보여준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만 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LnL과 같이 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작년에 시작된 LnL 시범 사업이 올해 연장·확대된다는 소식도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LnL 시범 사업은 그 비전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재학생을 기숙사에서 내모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첨단융합학부 신설 과정에서도 본부는 학생회에 기대어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받기만 할 뿐이었다. 본부는 간담회를 통해 학생사회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주장하나, 이미 첨단융합학부 신설이 확정된 상태에서의 논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학생은 본부의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힘든 위치에 있다. 이제까지 본부는 학생회의 요구가 있어야만 그에 호응하는 식으로 주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그 호응마저도 학생사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는 본부가 학생사회에 호응하는 태도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본부를 기대한다.

 

김지환

인류학과·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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