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가작 김한나 수상소감

정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험 준비를 하고, 동아리 공연 준비를 하고, 숙제를 내고, 친구들을 만나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발표를 할 때쯤 잠깐 생각나기도 했지만 연락이 없어 막연히 떨어졌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락을 받았을 때도 대학신문사라고 하기에 혹시 내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당선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온갖 기분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사실은 대학문학상이 있다는 소식도 마감 하루 전에야 알았다. 친구한테 얘기를 듣고 그냥 넘겨 버리기엔 무언가 아쉬워서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한 번 내보고 싶기는 했지만 마감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고민했는데, 마침 예전에 썼던 시들이 있어서 그 중 몇 편을 추려서 냈던 것이다. 다듬을 시간도 별로 없어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내 본 것인데, 당선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예전에 한창 글 쓰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데, 이번에 냈던 시들도 그때 써두었던 것들이다. 그때는 내 손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꼬박꼬박 사흘에 한 번 정도 짧은 글을 썼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별로 여유를 가지지 못해 글 쓰는 것을 잊고 살았는데, 이번 계기로 다시 떠올리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항상, 내 시는 묘사적인 면에 너무 치우쳐져 있고 함축성이 별로 없어서 시로서의 자격이 불충분하다고 느껴 왔다. 읽을 때는 의미가 무겁고 함축적이며 현실 참여적인 시를 좋아하면서, 정작 내가 쓸 때는 묘사가 가득 들어간 정반대의 시가 써진다. 그동안 시보다는 소설을 훨씬 많이 읽었기 때문인 듯하다. 이렇게 아직 미숙하고 어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작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이 순간을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