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동향 |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갈등 속 대학생들의 생각을 듣다

지난달 1일 정부는 필수의료 진료과(필수과) 인원 부족, 지역의료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개혁을 목표로 △의료사고 부담 완화 △보상체계 공정성 확보 △지역의료 강화 △의대 증원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러자 의료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전공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은 휴학을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는 의대 태스크포스(TF) 2곳, 의대생 3명, 의대생이 아닌 대학생 4명을 만나 의대생 휴학, 그리고 의료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이 의대생을 침묵시키나

의대 구성원들의 공식 입장은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의대협은 지난달 20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의대 2,000명 증원 정책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와 정부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학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담겼다. 전국의 40개 의대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의대협과 입장을 같이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의대는 정부 정책에 반발해 각 대학의 TF 또는 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학생 결의를 담은 입장문이나 정부의 정책을 검증하는 카드뉴스를 업로드하고 있다.

기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의대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대 의대가 위치한 연건캠퍼스를 찾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거나 기자가 다가가기만 해도 자리를 피했다. 현장을 취재하러 온 모 기자는 “학생 수십 명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응답하는 학생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는 추후 연락이 닿은 의대 구성원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다수의 의대생들은 의사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몇몇 개인의 의견이 언론을 통해 과다대표돼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의대생 A씨는 “몇몇 의사의 주관적인 의견이 마치 의사의 전체 의견인 양 커뮤니티 등지에서 재생산되며 의료계 전체를 비난하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봤다”라고 인터뷰를 망설인 이유를 밝혔다. 한 의대 TF는 “자칫 우리가 전체 의대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라고 답했고, 다른 의대 TF 역시 “현재 거의 모든 의대가 언론을 통한 왜곡을 조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의대생과 비의대생, 엇갈리는 시선

비의대생들은 의대생의 휴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염려함과 동시에 의사 집단의 이기심을 비판했다. 비의대생 B씨는 “의사협회(의협)는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전문직 면허를 들고 있다는 특권 의식을 가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비의대생 C씨는 “의대생들의 휴학은 자신의 이권을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의사 집단이 속물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의 속내는 어떨까.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의대생들은 본인들이 단순히 사익을 추구해 휴학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의대생 D씨는 의대 증원이 의료개혁의 첫 순서로 이뤄지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2,000명이라는 정부의 숫자는 과도하다”라며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에 따르면 의대 증원만이 아닌 의료 이용 행태와 의료 전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필수과의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정책에는 전체 수가 체계를 조정하는 세부 방안이 나와 있지 않아 정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라며 필수과 환경 개선 정책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의대생도 있었다. 의대생 A씨는 “정책 계획이 발표된 시점부터 2,000명 증원 시 카데바* 부족, 교육공간의 부족을 해결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학내에 있었다”라고 전했다.

*카데바: 연구 목적을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신.

 

의대생과 비의대생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지점은

의대생들과 비의대생들의 목소리가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자가 만난 대학생들은 모두 필수과 환경, 전문의의 높은 업무 강도, 공공병상 부족 등 의료개혁과 관련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의료개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었다. 의대생 D씨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필수의료분야 교수님들의 충분한 자문을 받아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의대생 E씨는 “필수과가 처한 현실이 착잡하다”라며 “필수과의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대생이 아닌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의대생 F씨도 “높은 업무 강도, 지방 기피 현상 등 의료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비의대생 G씨 또한 “의대 증원 정책은 꼭 필요하다”라면서도 “단, 졸속 정책보단 장기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개혁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료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정부, 의료현장과 시민사회 등 의료행위에 직접 관계 맺는 주체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본질적인 의료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논쟁이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료개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그에 대학가도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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