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L, 첨단융합학부, 학부대학, 열린 전공까지… 서울대 학부 교육 어디까지 바뀌나

유홍림 총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막 지난 지금, 서울대는 LnL(Living&Learning) 시범 사업 실시, 첨단융합학부 신설, 학부대학 및 열린 전공 신설 추진 등 학부 교육에서의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대학신문』에서는 지난달 27일 김성규 교육부총장(국어국문학과), 오병권 교무처장(수리과학부), 이지현 교육부처장(치의과학과), 기초교육원 노유선 원장(생명과학부) 등 학내 주요 보직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현재 진행 중인 서울대 교육 혁신의 현주소를 물었다. *이하 내용은 간담회 답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은 별개 사안

학부대학 통해 교양 교육 혁신 추진

첨단융합학부 관한 우려 해소할 것

LnL, 공간 아닌 콘텐츠 중심 RC 추구

▲ 김성규 교육부총장이 발언 중이다. 양쪽은 오병권 교무처장(왼쪽)과 노유선 원장(오른쪽).
▲ 김성규 교육부총장이 발언 중이다. 양쪽은 오병권 교무처장(왼쪽)과 노유선 원장(오른쪽).

 

베일에 싸인 학부대학 과연 무엇인가

◇학부대학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겨울=지난 1월 초 일부 언론에서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 방침에 따라 서울대가 학부대학을 신설할 전망이라고 전하자, 학내에는 여러 논란이 일었다. 당장 내년 3월까지 학부대학을 신설하고 이에 자유전공학부를 편입할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자 학생사회는 본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학부대학 신설과 그곳으로의 편입이라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반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에 지난 두 달간 본부와 학생사회는 학부대학 신설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여럿 가졌다. 지난 1월 5일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는 학부대학 신설과 관련해 자유전공학부 학부장과 면담을 가졌고, 1월 7일 ‘학부대학 설립 대응 태스크포스’(학부대학 TF)를 설립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후 학부대학 TF는 2024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와 함께 지난 1월 16일 ‘학생분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학부대학 신설에 관해 본부와의 소통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학부대학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자유전공학부 학생 간담회’에서는 학부대학과 관련해 본부 주요 보직교수들과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만나 질의응답을 가지고 의견을 공유했으나, 서로 간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반발하는 부분은 자유전공학부가 학부대학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점과 학부대학 학생이 진입하는 전공으로 소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담회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자유전공학부를 확장하지 않고 굳이 학부대학을 신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라며 반발했고, “학제적 교류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소속이 유지돼야 한다”라며 소속 변경에 관한 본부의 구상을 비판했다. (『대학신문』 2024년 2월 26일 자)

 

◇본부,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 구분해달라”=본부는 학부대학에 관한 논의에 앞서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은 명확히 다른 사안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라며 “논의를 하다보면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간담회에서 본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학부대학은 전공별 장벽을 없애고 융합적 교육을 이룩하기 위한 차세대 교육 혁신 플랫폼이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학부대학 신설은 지금까지의 서울대 기초 교양 교육을 전부 뒤바꾸려는 시도라고 생각해야 한다”라며 학부대학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열린 전공은 교육부의 무전공 정책을 서울대가 수용한 것으로, 열린 전공 학생은 전공 선택 전까지 학부대학에 소속될 전망이다. 

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학부대학의 교육은 △공통핵심역량교육 △융합교육 △글로벌교육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다. 이중 공통핵심역량교육을 위해 추진되는 ‘베리타스 강좌’의 경우 이번 학기 4개의 ̒베리타스 1̓ 강좌가 개설되기도 했다. 베리타스 강좌는 토론과 실천적 프로젝트를 중시하는 과목으로, 현재 ̒베리타스 1̓ ̒베리타스 2̓ ̒베리타스 실천̓ 등 세 유형의 강좌로 구성될 계획이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4년 2월 11일 자) 베리타스 강좌는 학부대학의 교육 목표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베리타스 강좌를 통해 서울대만의 교육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라고 전했다. 

 

◇학부대학 신설되면 무엇이 바뀌나=현재 학부대학 설립추진단에서 구상 중인 안이 실현된다면, 학부대학 신설에 따라 학부 졸업 요건에는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베리타스 강좌를 첨단융합학부의 필수 교양 교과목으로 지정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베리타스 강좌를 전체 학부생의 필수 교양 교과목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본부는 간담회 이후 이뤄진 추가 질의에서 “만일 베리타스 교과 영역이 필수 이수 영역으로 지정될 경우, 현행 ‘학문의 세계’ 등 필수 이수 교양 강좌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라며 학부 교양 교육의 전반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다만 학부대학 신설에 따른 교육 변화의 주된 대상은 2025년 이후 입학하는 학생들에 한정될 전망이다. 노유선 원장은 “졸업 이수 규정의 경우 학생이 입학한 해에 설계된 규정을 따른다”라며 기존 재학생들은 졸업 요건 변화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부대학에서 설립되는 강좌는 기존 재학생이더라도 문제 없이 수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노유선 원장은 “학부대학 신설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교과목 역시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갖고 수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초교육원 아닌 학부대학인 이유는=학부대학 신설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지점 중 하나는 기초교육원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양 교육 강화를 위해 새로운 학부 설립까지 필요하냐는 것이다. 현재 본부의 계획에 따르면 학부대학이 신설될 경우 기초교육원은 학부대학의 전신이 되며 자유전공학부는 학부대학으로 재편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학부대학 신설은 부적절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본부는 서울대 교육 혁신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학부대학 신설을 통한 학칙상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유선 원장은 “기초교육원은 학칙상 교육기구가 아닌 부속시설로, 단독으로 교과목을 개설하거나 학생을 교육할 수 없어 현재 기초 교양 강좌 개설을 타 기관에 위탁하고 있다”라며 “학부대학이 기초교육원을 승계한다면 기존의 변칙적인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고, 나아가 교양 교육의 지속적인 구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본부는 학부대학을 설립한다면 그곳에 장기 근속하는 교원이 임용되므로 지속적인 교양 교육 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현재 기초교육원에는 2년이라는 짧은 임기의 원장과 부원장만 존재한다”라며 “학부대학 소속의 교원이 있다면 항시적으로 교육의 방향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사회 배제, 졸속 추진 비판에 대한 해명은=학부대학 설립에 대해 학생사회에서는 학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변화를 본부가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일례로 지난 1월 15일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자보를 게시해 학부대학 신설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학생이 배제됐으며, 언론 보도 이전에는 학부대학 관련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본부는 학부대학 신설을 비롯한 학부 교육 개혁안이 최근에서야 학생사회에 공개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학생들과 학부대학에 관해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이고, 지금부터라도 이야기하고자 한다”라면서도 “교과 과정과 같은 문제를 처음부터 학생들과 상의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본부는 학부대학 신설이 유홍림 총장의 발언을 통해 사전에 시사됐다고도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이진수 협력부처장(행정학과)은 “유홍림 총장은 작년 『대학신문』과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큰 주제 중 하나로 학부대학을 언급했다”라며 “학부대학 신설은 아무런 언질 없이 갑자기 실시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학부대학 신설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본부는 학부대학이 유홍림 총장 취임 직후 논의가 시작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오병권 교무처장은 “유홍림 총장 취임 직후 2025년까지 학부대학을 설립하겠다는 큰 계획이 세워져 지속적으로 실행돼 왔다”라며 “첨단융합학부 추진 당시에도 첨단융합학부의 교육 정책이 학부대학에도 일부 적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 방침과 학부대학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오병권 교무처장이 “학부대학을 준비하고 있던 도중 정부의 요청이 있어 열린 전공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라며 "학부대학 자체는 정부 정책과 어떤 연관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학부대학 신설까지 남은 절차는=본부는 내년 3월까지 학부대학과 열린 전공의 신설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구체적인 교육 과정의 설계를 마치고, 8월부터 학부대학을 위한 공간 조성에 착수하는 것이 현재 본부의 계획이다.

본부는 앞으로의 학부대학 신설 관련 논의에 있어 학생들의 의사를 경청할 뜻을 전했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현재 학부대학 관련 논의를 총괄하는 학부대학 설립추진단 아래 학생 분과에 학생이 포함돼 있으며, 추진단 산하 전체 분과가 모두 모이는 실무위원회에도 학생이 참여한다”라며 “그들을 통해 학생들의 의사를 전달받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는 정기적인 간담회도 열릴 전망이다. 이지현 교육부처장은 “이번 달부터는 공청회가 2주에 한 번씩 열릴 것이다”라며 지속적인 의견 수렴 및 논의를 약속했다.

▲ 현재 구상 중인 학부대학 설립 타임라인.
▲ 현재 구상 중인 학부대학 설립 타임라인.

 

갈등의 뇌관 ‘열린 전공’, 본부의 구상은 무엇인가

◇서울대가 그리는 무전공, ‘열린 전공’=지금까지 논의된 바에 따르면 열린 전공 학생은 학부대학에 소속되며, 일정 기간 이후 하나의 전공을 선택해 진입할 전망이다. 열린 전공 학생의 전공 진입에는 이른바 ‘선발권’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선발권은 열린 전공 학생이 진입하고자 하는 학과(부)가 해당 학생을 평가해 선발할 수 있는 제도로, 단순 성적이 아닌 학생이 거친 전공 탐색 과정을 고려한다. 간담회 이후 이뤄진 추가 질의에서 본부는 “자유전공학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을 막기 위해서는 열린 전공 학생들의 선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충분한 고민과 탐색을 마친 학생의 전공 선택은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교육 여건 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본부는 열린 전공의 규모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정부의 요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의대 등 일부 단과대를 제외한 전체 학생의 10% 규모의 정원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라며 “정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단과대 학장들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본부는 열린 전공 신설에 따른 기초학문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열린 전공이 신설되더라도 의대 등 일부 단과대를 제외한 전체 학생의 10%가 정원의 최대다”라며 열린 전공으로 인한 기초학문 약화가 우려만큼 크지는 않으리라는 관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기초학문은 열린 전공 신설과는 별개로 지원이 필요한 사안이다”라며 “현재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할 경우 모든 학생에게 일정액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여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열린 전공 소속 변경 여부는 명확하지 않아=지난 자유전공학부 학생 간담회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열린 전공 학생이 전공에 진입할 경우 진입하는 전공으로 소속이 변경되는 형식의 구상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열린 전공 학생의 소속 변경이 이뤄질 경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자유전공학부의 전통과 문화가 단절될 것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대학신문』 2024년 2월 26일 자)

아직까지 전공 진입 시 소속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열린 전공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지금의 자유전공학부처럼 소속이 유지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나뉠 것이다”라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특정 전공에 진입하게 되면 진입 학과(부)에서 관리하게 된다”라며 두 가지 유형의 공존을 밝혔다. 그러나 간담회 이후 이뤄진 추가 질의에서 본부는 “열린 전공 학생은 일정 학기 이수 후 전공을 선택하면 모두 선택한 전공으로 소속이 변경된다”라며 “관련 세부 사항은 추후 논의와 상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첫발 떼는 첨단융합학부, 앞으로의 행보는

◇본격적으로 출범한 첨단융합학부=지난해 4월 신설이 결정된 첨단융합학부는 5개의 세부 전공을 두고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신기술 개척을 위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8월 열린 ‘첨단융합학부 학내 공청회’에서 첨단융합학부 송준호 학부장(첨단융합학부)은 “공동체의 난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학부”라며 첨단융합학부의 취지를 소개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3년 8월 23일 자)

새로 설립된 첨단융합학부는 올해 정원 외 입학을 포함한 첫 신입생 229명을 맞이했다. 학부·대학원 재학생으로 구성된 ‘SNUTI SUPPORTERS’와 함께 신입생 새로배움터와 신입생 환영회를 마친 신입생들은 S, N, U, T, I 총 5개의 반으로 나뉘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SNUTI SUPPORTERS는 이후에도 신입생의 학교 적응과 학생자치를 돕고, 첨단융합학부의 비교과 활동에도 함께 참여하며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새로 선보이는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이 다수=첨단융합학부 교육과정은 ‘첨단융합전공과 나의 미래’ 등 고유한 전공과목 외에도, 학부대학을 통해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인 베리타스 강좌 역시 필수 이수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준호 학부장은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어울려 융합적 교육을 이수하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별도의 우선권 없이 타 학과(부) 학생들과 같은 선착순 수강신청 방식이 적용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단체 방문 등 비교과 활동에 대해서는 “지식의 전달과 현장의 경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교육이 첨단융합학부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학년 때부터 다양한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첨단융합학부에게 제공되는 높은 수준의 지원이 불공정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송 학부장은 “등록금을 산정하면서 비교과 활동에 수반되는 비용을 일부 고려했고, 서포터즈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재학생에게도 비교과 활동에 참여 기회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공 진입의 대원칙은 자유로운 선택=첨단융합학부 재학생은 2학년 2학기에 5개의 전공 중 하나에 진입하게 된다. 전공 진입 시 선발 기준에 대해 송준호 학부장은 “학생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며 단순히 학점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대신 상담 교수와 매 학기 1회 이상의 면담을 통해 교과목 이수 현황, 비교과 활동 등을 계속 확인하며 면밀한 멘토링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본격적인 시행 이전부터 전공 진입에 제한을 두는 것은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여겨 별도의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라면서도 “교육적 효과를 위해서라면 전공별 최대 수용 인원을 둘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교원과 시설은 단계적으로 확보할 것=학부 신설에 따라 필요한 인프라는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송준호 학부장에 따르면 현재 교원은 총 21명을 확보한 상태며, 18동 1층의 강의실과 학생 공간은 3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교원 수에 대해 송 학부장은 “4년 뒤에는 872여 명 규모의 학부가 되는 만큼 43명의 교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라며 “이 중 30명 안팎은 신규 채용으로, 나머지는 기존 교원의 겸무를 통해 확충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용 공간 역시 당장은 차질이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추가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송 학부장은 “공간 기획의 문제는 캠퍼스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학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다”라면서도 “주변 기관과 협의할 계획이고 자체적인 공간 기획안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공간 문제에 대한 사전 대비를 약속했다.

 

◇첨단융합학부 신설 과정을 돌아보며=한편 첨단융합학부 설립은 지난 2022년 교육부가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규제를 완화한 결과기도 하다. 하지만 본부는 첨단융합학부가 교육부의 일방적 지시로 설립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본부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첨단융합학부가 탄생한 것은 맞으나, 서울대는 수년 전부터 첨단분야 증원을 희망했고 융합적인 교과과정 개발도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급박했던 설립 과정에서 제기됐던 우려에 대해 송준호 학부장은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이 설립 과정에 참여해 주셨고 의견 조회, 공청회 등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도 적극 청취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앞으로도 구성원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서 남은 우려를 해소하고 모두의 첨단융합학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LnL 시범 사업 연장, 무엇이 달라지나

◇서울대형 RC 꿈꾸며 시작한 LnL=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교육)는 학생과 교수 등이 기숙사에 함께 거주하며 학습과 생활을 통합한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모델로, 서울대에서는 성낙인 전 총장 재임 시기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싸고 본부와 학생 사회의 대립이 첨예할 당시 처음 화두로 등장했다. 이후 오세정 전 총장이 관악캠퍼스 RC를 적극 추진한 결과 지난 2022년 학부 신입생을 대상으로 LnL 시범 사업이 출범했다. 당초 1년의 시범 사업으로 계획됐던 LnL은 작년 11월 사업 연장이 결정돼 올해 두 돌을 맞이한다. (『대학신문』 2023년 12월 4일 자)

 

◇시범 사업 첫해를 돌아보다=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LnL 시범 사업에는 248명의 신입생이 참여했으며, 대학원생 프록터 13명과 학부생 멘토 26명이 운영 인력으로 함께했다. 학생 구성에 대해 간담회에 참여한 LnL 시범 사업 운영단 여명석 총괄단장(건축학과)은 “다양성을 위해 기숙사 신청이 불가한 수도권 학생도 일부 선발했고, 글로벌 인재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과 장애학생도 선발했다”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모인 신입생들은 10명 내외의 셀(cell), 20명 내외의 반으로 편성돼 학부생 멘토와 대학원생 프록터의 관리 아래 다양한 공동체 생활을 경험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이 운영된 906B동에는 스터디룸과 주방을 비롯한 각종 공용공간도 확보됐다. 

여명석 총괄단장은 “LnL은 Living에만 국한돼 있던 기숙사 생활에 Learning을 더하고자 시작된 프로그램”이라며, 배움을 함께하는 강좌로 1학기에는 ‘관악모둠강좌: 공동체’를, 2학기에는 ‘학생자율세미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자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의 경험을, 후자는 전공의 경계를 넘어 융합적인 학습과 문제 해결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해 LnL 운영 성과에 대해 여 총괄단장은 “참여 학생의 만족도가 높고, 일반 기숙사에 비해 사생 간 갈등도 훨씬 적었다”라고 답하며 전문적인 평가는 LnL 종단연구 등을 통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공간 운영 계획은=2인실인 906B동과 달리, 올해부터 사업에 새로 포함된 919D동은 6인실 혹은 5인실로 구성돼 있으며 호실 중앙에는 거실이 있다. 그에 따라 셀과 반의 구성 인원이 조정되고, 거실을 공동 공간으로 활성화하는 등 약간의 차이가 생길 예정이다. 한편 남녀 혼성 운영에 대해서는 “906B동은 혼성으로, 919D동은 층별로 남녀를 분리해 운영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nL 사업 확장에 따라 재학생과 대학원생이 사용할 기숙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LnL 시범 사업은 기숙사 전체 정원 중 신입생 정원 일부를 할애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큰 영향이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LnL이 906B동과 919D동을 사용해 관악사 사생들이 신관 입주에 불리해진다는 지적에는 “장기적으로는 기숙사 재건축을 통해 전반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라고 답했다.

 

◇서울대형 RC는 여전히 모색 중=그러나 LnL 시범 사업이 서울대에 적합한 RC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여명석 총괄단장은 “운영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서울대에 적합한 RC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지는 못했다”라며 지속 가능한 규모와 예산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용 가능 인원이 풍부한 유럽이나 미국 대학의 RC와 달리 관악캠퍼스의 공간은 매우 한정적인 만큼, 공간에만 의존하지 않는 콘텐츠 중심의 RC를 추진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본부는 LnL이 관악캠퍼스에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라며 LnL은 시흥캠퍼스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사진: 손가윤 기자 yoonpat2701@snu.ac.kr

인포그래픽: 여민영 기자 snumy70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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