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기자(사진부)
이수진 기자(사진부)

오랜만에 만나는 이에게 근황을 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나지 않더라도 으레 메시지나 전화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굳이 묻지 않아도 누군가의 근황을 쉽게 알 수 있는 시대다. 특히, 24시간 동안 게시물이 유지되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으로 매일 찍은 사진을 올리고, 개인 블로그에 매일 쓴 일기를 게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소셜미디어 이용 양상에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그것을 주변 사람에게 공유하려는 목적이 있다. 소셜미디어는 ‘소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져왔지만, 스토리와 블로그를 올리고 보는 것은 소통이 아닌 ‘공개’와 ‘관람’에 불과하다. 서로의 말을 교환하는 상호적인 작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일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불특정 다수는 그것을 ‘관람’하는 것에 그친다. 이런 일방적인 작용은 진정한 소통이라 보기 힘들며, 오히려 친한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지금 뭐 해?’, ‘오늘 뭐 했어?’와 같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일상의 대화를 대체하기까지 한다.

설날에 주변인에게 일일이 연락하기보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올리고, 친구에게 여행 가서 뭐 했냐고 질문할 시간에 여행지에서 찍어 올린 사진들을 빠르게 확인한다. 이유는 하나다. 편리해서. 편리함이 나쁜 것은 아니나, 경계할 필요는 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누군가와 근황을 공유하는 대화는 아무리 시답잖아 보일지라도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소통의 기회다. 그렇기에, 대화가 아닌 방법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대화를 대체할수록 관계는 얕아지고 개개인은 친밀함에 대한 갈망을 해소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모두와 연결된 세상에서 현대인이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 연결의 실이 너무나도 얇기 때문이지 않을까. 기존에는 비대면적 소통이 대면적 소통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며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 주된 담론이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은 하나의 표준이 되었고, 온라인 세상은 우리의 또 다른 현실 세계가 됐다. 그러니, 온라인 세상이 이미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이 시점에 온라인 소통 자체의 문제점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온라인 내의 대화 때문에 ‘오감’ 혹은 ‘주고받음’이 될 수 있던 교류가 ‘옴’과 ‘감’, ‘줌’과 ‘받음’으로 분절되는 양상이 가진 결함에 관해 지적하고자 한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일부를 떼어 내 허공에 뿌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행위. 이것을 어떻게 소통이라 볼 수 있겠는가?

관계의 깊이가 무조건 시간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다만, 편리함만 좇느라 정성과 시간을 쌓지 않는다면 관계는 당연하게도 깊어지지 못한다. 정보가 곧 친밀함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친밀함은 그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며, 그 과정은 대화와 같은 긴밀한 소통의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편리함을 위해 대화를 ‘게시’와 ‘조회’로 대체하는 것을 줄여볼 필요가 있다. 오늘만큼은 보고 싶은 친구에게 근황을 직접 물어보자. “요즘 어떻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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