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완(지식재산전공 석사수료)
허완(지식재산전공 석사수료)

이번 2월,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소풍〉을 봤다. 스크린 수가 적었기에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테지만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노익장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더 감명 깊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사돈지간이면서 어릴 적 친구 사이인 ‘은심’과 ‘금순’이 60년 만에 고향 남해에 같이 모여 소싯적 추억을 나누고, 동향 친구 ‘태호’와 재회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필자는 이를 통해서 노년 세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더 효도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영화를 보고 우선 떠오른 것은 바로 오늘날 지방, 그중에서도 농촌의 인구위기였다. 극 중 배경인 남해의 평산마을은 노년층 인구가 많은 마을로 그려진다. 80세 이상 노인 주인공인 ‘금순’은 농사를 하고 ‘태호’는 양조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노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마을의 특성상 인구 부족은 필연이다. 이로 인해 극 중에서 젊은 청년회장인 ‘윤주’는 귀한 취급을 받는다. 지난 2월 주간지 「시사저널」은 저출산이 심각하다 못해 무(無)출산이 팽배한 농촌의 인구 부족 여파를 다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인구 소멸 전국지도’를 기획·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3,666곳 가운데 123곳이 약 66년 8개월 이후부터 소멸한다고 한다. 이런 지도의 타당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수는 있지만 그만큼 농촌의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농촌의 인구 부족 문제는 더 나아가 지방의 인구 부족이나 지방 대학의 문제와도 상당 부분 연관된다. 일례로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서울 등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몰려 신입생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늘면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는다’는 이른바 ‘벚꽃엔딩’이 회자되고 있다. 작년 10월 한국경제인협회에서 보도한 「지역 인재육성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대학 발전방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율이 평균 5.3%지만 비수도권 4년제 대학은 그 두 배인 10.8%라고 한다. 물론 정원 조절을 통해 미충원 현상을 완화하고는 있지만, 계속 정원을 줄여 나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 극 중 배경이 된 남해에서도 초등학교, 중학교 몇몇은 이미 폐교했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이나 부산 등 타지역으로 전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또한 지방의 의료 문제도 심각하다. 극 중 비춰진 요양원은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진 곳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개 노인들이었다. 최근 불거지는 의사 공급의 문제가 자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의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국리민복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단순히 농촌의 인구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의 학생 부족 문제, 노령인구 의료 서비스 문제까지 다양한 인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다층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감히 이 자리에서 논하기에는 필자의 지식이 그저 일천할 뿐이다. 이미 나라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오랫동안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인구 문제가 여러모로 심각함을 여실히 느꼈고, 심지어 누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해도 쉽게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결국 점진적으로 이민자를 받아 인구 부족 문제를 완화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은 든다. 

다시 돌아와서 이 영화는 노년의 건강 문제 이외에 악덕 기업과 가맹점 관계, 노인과 자녀 간의 재산 갈등 등 사회의 여러 이슈를 얕은 수준에서나마 잘 짚어 나간다. 유쾌하지만 마냥 유쾌하다고만은 볼 수 없는 이 영화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하고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주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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