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9시, 수업이 있어 강의동 입구에 들어서며 『대학신문』 2086호를 집어 들었다. 신입생들이 활짝 웃고 있는 입학식 행사장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고, 1면 상단에 특집 ‘교회에 다니고요, 퀴어입니다’와 특별기고 ‘에브리타임 ‘애용자’들에게’가 소개된 것을 보고 어떤 내용의 기사들일까 궁금해졌다.

강의를 마치고 찬찬히 지난주 신문을 살펴보니 개강 후 첫 신문인 만큼 자유전공학부와 기초교육원이 관련된 학부대학, 그와 연결된 ‘열린 전공’의 조급한 추진이나 첨단융합학부 신설, 서울대형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교육)를 목표로 하는 LnL(Living&Learning) 시범 사업 등 주로 새 총장이 들어선 후 진행하는 대학 본부의 사업과 학생의 권리 사이의 간극을 묻는 특집 기사가 아주 뜨거웠다. 인류학과 22학번 김지환 학생의 신문고 기고문이 학생회의 의견에 듣는 시늉만 하는 대학 본부에 진정한 소통을 요구하고 있어 특히 의미심장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번 주 다른 기사들의 내용이 ‘사회적 약자’라는 주제로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다. 서울대 미술관 소장품전을 다룬 기사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스스로의 감각을 통해 충분히 아름다움의 지분을 나눠 가질 수 있다”라며 배리어프리 미술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는 오진이 학예연구사의 말이 사회적 약자를 향한 진지한 변화의 조짐으로 들렸다. 또 보수적 한국 교회에서 개신교를 믿는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앨라이를 다룬 특집 기사와 취재수첩,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학술 기사는 논쟁적 주제를 다루고 있어 평소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학생의 감수성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다룬 연세대 나윤경 교수의 특별기고는 지난 학기 ‘디지털시대의 영상문화와 윤리’ 수업의 강사로서 익명의 학생이 남긴 악플에 가까운 강의평가로 고민하던 나 역시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대학의 존재 이유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사유’라는 나윤경 교수의 지적으로부터, 장차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학생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지 한결 선명한 시선을 찾을 수 있었다. 

2024년 1학기 개강 첫날 집어든 『대학신문』에서, 지난 학기 강의평가에 상처받은 강사는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도 대학신문이 정론직필(正論直筆)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학 구성원에게 공감과 위로까지 선사하기를 기대하겠다.

 

정창영 강사

연합전공 정보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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