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올해 신입생 400명 무전공 선발 검토’라는 제목의 기사가 발표된 지 세 달의 시간이 흘렀다.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자유전공학부장과의 면담을 위해 외출 준비를 하던 중, 동기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기사를 읽었다. 자유전공학부의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지만, 기존 자유전공학부의 기능이 신입생 400명 규모의 학부대학으로 이관된다는 내용은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자칫 학부의 폐지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가 여태 본부나 학부 차원의 언급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면서 자유전공학부 학우들 사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학우들은 저마다 우려를 이야기했으며, 무엇보다 본부와 학부의 소통 단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는 ‘학부대학 설립 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부의 소통 부재를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의했으며, 간담회와 자유전공학부 학생 집담회를 개최하며 지속적으로 학생 사회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세 달간 학생사회를 대변하며 많이 들었던 말은 ‘원래 학생은 학교의 의사결정자가 아니다’였다. 어떤 면에서는 맞을지도 모른다. 서울대의 거버넌스 구조에는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학생에게 그만큼의 권한이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고민해나가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이 최종 의사결정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학생이 배제돼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생은 잠시 머물다 가는 수동적인 교육 대상자가 아닌 대학 공동체의 동등한 일원이다. 최종 결정은 본부가 내리더라도 학생들은 학내 의제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고 함께 의견을 나눠야 하며, 본부는 학생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목소리를 잘 내지 않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지난 세 달을 돌아보며 그런 현상의 원인이 비단 청년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학생들은 말할 장소와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힘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민주적인 대학 사회를 위해서는 학생과 본부 간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학생들은 학내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하며 동등한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를, 본부는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학생 참여를 장려하며 협력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하기를 바란다.

 

성연서

자유전공학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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