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관악사 청소노동자 A씨의 하루: 닦고, 치우고, 정비하고… 청소노동자가 보여준 일터로서의 관악사

지난달 14일, 2021년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숨진 이 모 씨의 유족이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대가 약 8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021년 당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고용노동부와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 결과와 사망 직전 고강도 노동이 있었다고 판단한 그해 12월의 산업재해 판정에 이어, 이 씨의 죽음에 서울대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비극 이후 약 3년이 지난 지금, 관악사 청소노동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지난 8일(금) 기자가 오전 6시 30분부터 구관 청소노동자 A씨와 하루 일과를 함께해 봤다.

A씨를 만난 것은 오전 6시 30분. 그는 이미 6시 10분에 출근해 일할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공식 출근 시간은 7시지만 A씨는 늦어도 6시 20분까지는 관악사에 도착한다고 했다. 7시에 청소를 시작하면 학생들이 일어나기 전에 일을 끝마치기 빠듯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일어나서 처음 가는 곳이 화장실하고 샤워실인데, 깨끗해야 기분 좋잖아요. 시간이 겹치면 서로 불편하기도 하고.” 그는 가장 먼저 화장실을 물청소하며 솔로 변기를 닦아내고 물내림을 확인했다. 이날 아침, 막힌 변기는 전체 16개 중 2개. 하수관이 막힌 변기 뚜껑을 열 때 “보지 말아요”라는 A씨의 말에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다행히 물만 가득 차 있었다. A씨는 한숨 돌렸다는 듯 웃으며 “변기 수압이 약해서 잘 막혀요”라고 익숙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어 샤워실에 들른 그는 배수구를 덮은 머리카락을 긁어내고, 학생들이 두고 간 세면용품과 옷가지를 수거했다. 그렇게 1층부터 층마다 하나씩 있는 화장실과 샤워실을 묵묵히 청소해 나가다 3층 샤워실에 다다랐을 즈음, 학생들이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A씨가 일찍 일을 시작한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공식 출근 시간이 원래 8시였다가 7시로 앞당겨졌는데도, 일하다 보면 더 일찍 나오게 돼요. 지금은 4시에 퇴근하는데, 차라리 6시에 나와서 3시에 퇴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 같아요.” 다만 그는 개인차가 있기에 출근 시간을 아예 앞당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A씨가 구관 샤워실을 물청소하고 있다.
▲A씨가 구관 샤워실을 물청소하고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 청소가 끝나고 1층 비품 창고에 마련한 자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A씨는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며 쓰레기통을 비우기 시작했다. 매일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의 양은 평균적으로 75L 쓰레기봉투 7개라고 했다. 쓰레기 처리장에 봉투를 내다 버린 후에는 건물 내부를 돌며 바닥과 계단을 쓸고 닦았다. 다음 차례는 창문과 거울. 특히 거울을 신경 써서 닦던 그는 웃으면서 “학생들이 계단 앞에 있는 거울을 많이 보더라고요. 반짝반짝하면 좋잖아요”라고 말했다. 건물 내부 청소를 마친 A씨는 밖으로 나가 외벽을 타고 자라난 덩굴을 잘라내고 건물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A씨가 기자에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A씨가 기자에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곧이어 A씨는 화장실에 들러 아침에 발견했던 부서진 변기를 다시 찾았다. 시설 담당자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 수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변기나 배수구가 막히거나 고장 나면 우선 직접 손써 보지만, 그래도 안 되면 담당자에게 말해야죠. 그 사람들도 바빠서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대한 손봐야 해요.” A씨는 낡은 시설을 매일 점검하고, 조금 더 사용할 수 있게 손보고, 시설 담당자에게 수리를 부탁하는 등 건물을 돌보는 일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결국 학생들이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라도 얼른 재건축이 돼야 할 것 같아요.” 변기 사진을 찍으며 그가 덧붙인 말이다. A씨가 일하고 있는 관악사 구관은 올해로 지어진 지 42년이 됐다. 부족한 환기‧냉방 시설, 낡은 화장실은 물론 엘리베이터도 없는 열악한 시설 상황은 2021년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업무 강도를 높인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1년 7월 22일 자) 각종 보수가 시급한 건물이지만,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어 현재로서는 관리와 수리 정도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수압이 약한 변기를 바꾸려면 배수관부터 물탱크까지 전체를 개조해야 해요. 언제 허물지도 모르는 건물에 그렇게까지 요구하기는 어렵죠.” 이어 A씨는 “내 역할은 학생들에게 가는 불편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면서도 “시설 자체가 오래돼 열심히 청소해도 깨끗해지는 것 같지 않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오전 일과가 끝나는 11시 30분경, A씨는 휴게실을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921동으로 데려갔다. 현재 관악사 919C/D동, 921동, 922동, 923동, 924동을 청소하는 다섯 명의 노동자들은 921동에 마련된 남자 휴게실을 이용하고 있다. 휴게실에는 에어컨, 온열매트, 컴퓨터 등 여러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A씨는 휴게실이 일터와 다른 건물에 있어서 매번 들르기에는 번거롭다고 말했다. “중간에 잠깐씩 쉴 때는 일하는 건물 1층의 비품 창고에 머물러요. 행정실 직원들은 여기서 쉬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매번 921동까지 오가기는 어렵죠.” 다만 점심시간처럼 다소 긴 휴식을 취할 때는 꼭 휴게실에 간다고 덧붙였다. 

함께 휴식을 취하며 기자는 조심스레 지난 2021년 청소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그 이후의 변화에 관해 질문했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동료들을 통해 익히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옛날과 달리 소위 ‘갑질’이 없어졌다고들 이야기해요.” 당시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필기시험을 보도록 하거나 복장을 점검하고 품평한 것이 밝혀져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A씨는 “요즘 그런 건 한 번도 못 봤어요”라며, 과거에는 작업복 등 장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작업복은 물론 필요한 건 다 있다고도 했다. 

2021년 당시 과중한 노동 강도가 지적되면서 주말 근무가 폐지된 일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학신문』 2021년 9월 13일 자) A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고 했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 사정이 대개 넉넉하지 않아서, 외려 주말 근무 수당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휴일에 일하지 않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죠.” 주말에 청소를 대신하는 용역 업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 주말에는 외부 업체가 쓰레기만 비워주니까, 월요일에 청소 상태가 더 안 좋기도 하죠.” A씨는 어떤 월요일에는 건물에 있는 총 16개의 변기 중 14개가 막혀있던 적도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관악사 내에서 매년 순환 근무가 이뤄지는 데에는 다들 긍정적이지만, 낡은 시설과 기숙사라는 특성 때문에 여전히 다른 건물에 비해 일일 노동 강도는 여전히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관악사 관장발령 직원이라 순환 근무도 관악사 내에서만 해요. 관악사 노동 강도가 전반적으로 높은데 다른 기관들로는 순환이 안 되니까, 다들 여기도 총장발령으로 바뀌기를 바라거나 다른 기관의 총장발령 직원 모집에 지원하기도 해요.” 그는 자신도 공대 청소노동자에 지원한 적이 있다고 했다. 

A씨를 비롯한 관악사 청소노동자들은 고용 구조와 그에 따른 차이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기관장발령 직원은 서울대 부속 기관의 운영상 필요에 따라 정원 외로 채용되는 직원으로, 현재 대부분의 기관이 다양한 업무를 위해 기관장발령 직원을 두고 있지만 관악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악캠퍼스 청소노동자들은 총장발령 직원이다. 이원화된 고용 구조는 2021년 당시에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다른 관악사 구관 청소노동자 B씨는 “총장발령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면, 우리도 한국교직원공제회*에 가입할 수 있게라도 바뀌면 좋겠다”라며 “똑같이 서울대에서 일하는데 우리는 같은 직원이 아닌가 하는 소외감이 든다”라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구관 복도를 청소하고 있는 A씨.
▲구관 복도를 청소하고 있는 A씨.

점심시간, A씨는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오후 일과가 시작되는 1시부터는 샤워실과 화장실을 다시 한 번씩 돌며 물청소를 하고 물때를 제거했다. 쓰레기통을 다시 비우는 도중에 쓰레기를 주우려 복도를 여러 번 왕복하기도 했다. “돌아서면 다시 해야 하는 게 청소예요. 그래도 언제든 학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기본은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죠.” A씨는 자신의 일을 그렇게 설명했다. 하루 종일 건물을 청소하면 매일 평균 만 보, 많을 때는 만 오천 보도 걷는다고 했다.

퇴근을 1시간여 앞둔 시각, 기자가 먼저 자리를 뜨게 됐다. 기자를 배웅하는 길에 A씨는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소탈한 웃음을 보였다. 기자의 ‘직업병’ 때문일까. 그 웃음 뒤로 A씨와 동료들이 지나가듯 이야기한 고충들이 여운처럼 떠올랐다.

*한국교직원공제회: 교육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공제회.

 

사진: 박승열 취재부장

morris0474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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