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친환경 AI 활용의 전망을 살피다

침대에 누워 ChatGPT와 대화하는 것과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 중 무엇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할까?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발간한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3」에 따르면, GPT-3를 훈련할 때,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시간 20분을 비행하는 것보다 500배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미국인 한 명이 28년간 내놓는 탄소에 맞먹는 양이다. 인공지능(AI)이 나날이 발전하는 가운데 기술의 혜택을 계속 누리면서도 A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친환경 AI, 그린 AI=그린 AI란 AI 모델의 효율을 높여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 등을 낮추는 기술로, 2019년 앨런 AI 연구소가 「Green AI」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AI 모델을 만들고 훈련하기 위해서 수많은 컴퓨터가 밤낮없이 가동되고 이 과정에서 전력을 소모하면서 탄소가 다량 배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김성우 교수(응용공학과)는 “AI 작동 과정에서 탄소가 지나치게 배출돼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린 AI 개념이 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에 의한 탄소 배출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한 번 학습한 데이터를 지우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는 AI 특성상, AI 모델이 훈련과 학습을 거듭할수록 서버에 데이터가 쌓이며 더 많은 컴퓨팅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허은녕 교수(에너지자원공학과)는 “4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AI 분야에서 막대하게 늘어나는 정보량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량을 감당하려면 화력 발전소가 수억 개에서 수십억 개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한 연구들이 있다”라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에너지는 덜 쓰고 성능은 그대로=AI 활용 확대가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 속에 등장한 그린 AI는 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AI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하는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AI 소프트웨어의 효율화를 위해 AI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김성우 교수는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순서를 조정해 AI 소프트웨어의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AI를 훈련하는 과정에 AI가 기존에 학습한 것과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미 저장된 정보를 다시 넣는 경우 모델 개선 없이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김 교수는 “쉽고 단순한 정보부터 어렵고 복잡한 정보 순으로 알고리즘의 학습 순서를 조정하면 AI 모델이 데이터를 더 빨리 받아들여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알고리즘의 효율적 구성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한편,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그린 AI를 실현하기 위해 컴퓨터가 작동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간 이동하는 데이터양을 줄이고 컴퓨터의 연산 시간을 축소하는 방법 등이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안에 연산 장치를 넣어 메모리에서 연산 일부를 처리함으로써 연산 속도를 증가시키는 PIM(Processing In Memory) 기술이 개발됐다. 이재진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CPU와 메모리가 떨어져 있던 기존 반도체와 달리, PIM을 적용한 지능형 반도체에서는 메모리에서 미리 연산 일부를 수행하므로 CPU로 이동하는 데이터가 적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AI 작동에 화석 에너지가 아닌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도 친환경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김성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교외 지역에 데이터 서버를 배치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라고 예시를 들었다.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숙제=기업과 학계에서는 기존 기술보다 적은 전력으로 같거나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하는 그린 AI가 경제적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21년, SK하이닉스는 2022년에 잇따라 PIM을 활용한 반도체 메모리를 선보였다. 이재진 교수는 “AI를 포함한 IT 분야 전반이 저전력, 고효율, 고성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업계의 동향을 전했다.

정부에서도 고효율 AI 모델 개발에 힘을 싣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장동력기획과 노명종 사무관은 “지난해 10월 국가전략기술 임무중심 전략로드맵에서 핵심 목표 중 하나로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와 모델 운영에 드는 전력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모델 개발이 제시됐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AI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를 현재의 그린 AI 기술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재생 에너지는 AI 서버를 움직이기에는 불안정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은녕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재생 에너지만으로 AI 학습과 훈련에 필요한 엄청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린 AI를 개발하는 노력과 더불어 전반적인 AI 사용량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성우 교수는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AI를 더 많이 사용할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논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그린 AI 논의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에너지 자체를 덜 쓰려는 노력까지 아울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I가 빠르게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지금, 그린 AI는 AI와 탄소 중립이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AI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