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 복지의 현주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인은 약 1,262만 명이며, 이 중 81.6%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1,262만 명이라는 숫자에는 반려동물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 몸이 불편해 반려동물과 산책하러 나갈 수 없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모두가 반려동물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방법은 없을까. 기자는 독거노인 반려인 임도빈 씨(76)와 신영옥 씨(84)를 만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족

기자는 지난 6일(수) 임도빈 씨와 그의 반려견 ‘토리’를 만나 대방공원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임 씨는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살게된 후 고독감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외로움에 빠져 살던 5년 전 어느 날 아침, 그는 한 이웃이 반려견과 공원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고 부러워서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엄연히 그와 한 가족이 된 5살 강아지 토리는 임 씨의 삶에서 떼 놓을 수 없는 큰 행복이 됐다. 임 씨는 “내 말과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토리를 자식보다 소중히 생각한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임도빈 씨는 토리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G폰을 사용하는 임 씨에게는 인터넷으로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전혀 몰라 이웃들에게 귀동냥으로 배웠다”라며 “한 번은 토리에게 음식을 잘못 먹이기도 했다”라고 회상했다. 

같은 날 오후 기자는 신영옥 씨가 홀로 사는 은천동 자택을 방문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신 씨는 갈 곳 없어 헤매던 고양이 두 마리 ‘나비’와 ‘뚱땡이’를 거둬 기르고 있다. 주인이 고독사해 갈 곳 없던 나비와 주변 공원에서 홀로 돌아다니던 뚱땡이는 어느덧 신 씨에게 소중한 가족이 됐다. 신 씨는 “3년 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부터 한 주민이 고독사한 후 방치된 고양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엄마한테 와야지”라며 구석에 숨어있던 고양이들을 달래는 신 씨의 모습에서 고양이를 딸처럼 여기는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아플 때면 신영옥 씨는 걱정이 앞선다. 신 씨는 “매달 35만 원의 수급비로는 생활비도 감당하기도 어려워 동물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반려 가구가 지출한 반려동물 치료비는 평균 78만 7천 원으로, 사실상 수급비가 유일한 수입원인 신 씨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금액이다.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은

고령 1인 가구 임도빈 씨와 신영옥 씨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이라고 일컫는다. 김성호 교수(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는 “반려동물 돌봄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나 반려동물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등 반려동물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모두가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이 점차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 속에서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영환 팀장은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지금,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에도 반려동물은 가족처럼 각별한 존재다”라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채일택 국장은 “「2019년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37.7%의 응답자가 반려동물 양육 시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자신의 생활비를 줄인다고 응답했다”라며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을 향한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근 여러 지자체 역시 반려동물 돌봄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사회복지체계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돌봄 지원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우리동네 동물병원 △김포시의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화성시의 시립 반려동물병원 등 취약계층에 반려동물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김포시청 가족문화과 유난영 팀장은 “김포시는 반려 문화를 사회 복지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취약계층도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청 동물보호과 성호경 주무관은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으로 작년 한 해 1,533명의 취약계층을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더 많은 반려인을 위해

이처럼 조금씩 반려동물 돌봄 복지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의료비 지원 위주의 지원책에서 더 나아가 다각적인 반려동물 돌봄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채일택 국장은 “현 정책은 반려동물을 사후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돕는 의료 지원에 그친다”라며 “장기적으로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건강관리 교육 같은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호 교수는 “최종적으로는 동물등록제를 대대적으로 보강해 반려동물의 입양부터 죽음까지 모든 과정을 살피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돌봄 복지가 궁극적으로는 넓은 의미의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보다 보편적인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환 팀장은 “아직은 소득 중심 관점에서 선정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돌봄을 지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반려동물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려운 모든 이를 도울 수 있는 지원구조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김성호 교수는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은 다양하기에 각기 다른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반려동물 양육 지식이 부족한 이에게는 교육서비스를,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이에게는 산책 등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임도빈 씨, 신영옥 씨처럼 반려동물이 유일한 가족인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자 존중받아 마땅한 선택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 돌봄 취약계층이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반려동물 돌봄 지원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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