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관 교수(경제학부)
류근관 교수(경제학부)

소득과 고용 통계는 통계청이 작성하는 주요 국가통계다. 반면 부동산 통계는 통계청이 작성하지 않는다. 지난 5년 반 넘게 통계청은 소득과 고용 통계를 조작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다. 통계조작이라는 사자성어의 힘은 강력하다. 반복과 합창에 힘입어 통계조작이라는 유행어는 어느새 주장을 사실로 승격시켰다.

필자는 전임 통계청장으로서, 또 경제통계를 가르쳐 온 교수로서 과연 통계청에 의한 통계조작이 있었는지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통계조작의 개념부터 생각해 보자. 낮게 조사된 자료를 고의로 높게 입력하거나, 통계 수치가 낮게 나올 것 같으니 이를 높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큰 값을 많이 뽑거나, 이미 뽑힌 자료 중 큰 값에 부당하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면 이는 통계조작이다. 이와 달리 통계 생산의 어려움, 통계의 해석과 재해석, 통계자료의 사전 제공은 견해차이나 법적 문제는 야기할지언정 통계조작이 아니다.

통계청이 통계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소득 수준과 분배 지표를 조작했다는 것, 둘째 기간제 근로자의 급증을 설문지 효과로 희석했다는 것, 셋째 청와대가 규정에 맞지 않게 원자료를 사전 제공받아 통계 작성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등이다. 세 번째 주장의 타당성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므로 앞의 두 주장만 살펴보자.

첫째, 소득 통계의 원자료는 가계동향조사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 수가 2016년 8,700가구에서 2017년 5,500가구, 2018년 8,000가구로 변했고, 응답 방식이 달라졌으며, 표본추출의 모집단이 2010년 센서스에서 2015년 센서스로 바뀌었다. 없애기로 했던 조사를 부활시키면서 표본 개편이 있었고, 소득 평균치와 분배지표를 계산하면서 가중치가 부여됐다. 표본 개편과 가중치 부여 자체는 통계조작이 아니다. 표본 개편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모집단과 멀어지도록 표본을 추출했든지 조작된 가중치 부여로 인해 이미 얻은 표본이 결과적으로 모집단에서 더 멀어졌다면 그것은 통계조작이다. 그간 표본 개편과 가중치 부여의 사실은 확인됐지만 통계조작의 근거는 설득력 있게 제시된 것이 없다.

둘째, 고용 통계의 원자료는 경제활동조사다. 2019년 8월, 기간제 근로자가 전년 대비 약 80만 명 급증했다. 그 원인을 두고 통계청은 설문 방식 변경의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간제 근로자로 분류되려면 이전에는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고 응답해야만 했다. 변경 이후에는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응답해도 고용예상기간에 대한 후속 응답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로 분류되는 새 길이 열렸다. 요컨대 이전 설문이었으면 기간제로 분류되지 않았을 근로자가 변경된 설문지로 인해 기간제로 분류되는 사례가 나타나게 됐다. 이때 늘어난 기간제 근로자를 실질 효과와 설문 효과로 양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통계청은 이 구분을 하려는 전문가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되 통계청이 직접 나서서 두 효과를 구분한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늘어난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두 효과가 대략 절반 정도씩 차지한다는 통계청의 설명이 통계조작은 아니다.

장기간에 걸쳐 각종 언론 매체를 휩쓴 통계조작이라는 어휘! 어느새 많은 국민은 통계청에 의한 통계조작이 있었다는 주장을 부동의 사실로 인지하게 됐다. 통계는 숫자로 적는 삶의 기록으로 또 하나의 역사다. 아무리 아쉽다고 해서 통계청이 기록한 역사를 함부로 조작된 역사라 단죄해서는 안 된다. 올해 들어 유엔(UN)과 독일 노동부는 우리 통계청이 개발한 통계데이터 연계 활용 모형을 세계적인 통계데이터 혁신사례로 꼽았다. 노인 빈곤과 연금개혁이 회자되는 가운데 통계청은 지난 10월 사상 최초로 포괄적 연금통계를 작성해 냈다. 국가통계는 국가 운영에 쓰이는 필수재다. 통계청의 3,500여 공무원과 공무직 근로자는 국가통계 생산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한다. 이제는 통계청 구성원이 움츠러든 어깨를 펴고 통계 본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이 통계청에 격려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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