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록(환경계획학과 교통학전공 석사과정)
심상록(환경계획학과 교통학전공 석사과정)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지겹도록 반복하는가? 이것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대학원에 진학했고, 나의 연구 주제가 됐다. 누구나 겪는 경험이라지만 실수와 실패를 하는 매 순간은 아프고 쓰라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사회 전반적인 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간과할 수 없다. 다만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의 무거운 내용보다는 그 범위를 좁혀 인간의 행동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고 개인의 삶에 적용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기 계발 서적이나 유튜브에서는 ‘무조건 성공하는 방법’, ‘100% 인생을 바꾸는 방법’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여 소비를 유도한다. 반면에 실패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거나 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해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어느 한 개인의 성공담은 자신의 공적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실제보다 미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의 삶에서 영광의 순간보다는 유쾌하지 못한 상황이 더 많지 않은가. 승승장구하며 거침없이 나아가다 작은 돌부리에 넘어져 주저앉고 마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천성은 아무리 쫓아내도 곧바로 되돌아온다’는 로마의 격언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서고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반복되는 행동과 경험을 통해 형성되며, 이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과 유사하게 신체에 프로그래밍된 행동을 지시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의식하지 못하면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이런 행동 패턴은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수정하지 않는 이상 되풀이된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아무리 작은 무질서라도 방치된다면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는 연구다. 미국의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단 하나의 고체 추진기 부품 결함에서 시작돼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확산되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정리 정돈’이다. 혼란스러운 상태를 한데 모으거나 가지런히 바로잡으며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는 잠재적 위기를 최소화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징비록』은 조선 시대 문신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원인과 7년간의 전황을 자세하게 기록한 책으로, ‘지난 잘못을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도에서 작성됐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걱정을 뒤로하고 불 근처에서 장난을 치다가 불에 데인 후 고통을 경험하면 다음부터는 그 주위만 가도 몸을 사리게 되는 것과 같다. 실수로 일어난 그날의 끔찍한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그 경험을 깊이 새기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인생의 오답 노트를 분석해 유사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고 작은 사고들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일어남을 설명한다. 또한 수많은 흰 백조 속 검은 백조의 출현을 뜻하는 ‘블랙 스완’은 코로나19와 같이 몇십 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모든 것을 뒤바꾸거나 지배함을 보여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경험으로부터 배운다’와 같은 상투적인 내용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예측하지 못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질서를 부여하고, 작은 사고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이며 실패의 역사를 새겨냄으로써 언젠가 다시 돌아올 추운 겨울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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