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삽화: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지난주 프로축구 ‘K리그2’에 소속된 ‘충남 아산 FC’(충남 아산)의 유니폼 색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지난 9일(토) 열린 충남 아산의 홈 개막전, 충남 아산 선수들은 홈 경기임에도 기존 홈 유니폼인 파란색 옷 대신 붉은색 옷을 착용하고 경기장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민구단인 충남 아산의 구단주 박경귀 아산시장과 명예구단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개막 행사에 참석해 경기를 관전했다. 이에 팬들은 홈 개막전에 붉은색 유니폼이 등장한 일이 시장과 도지사가 여당 인사인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팬들은 얼마 전부터 이번 시즌에 갑자기 붉은색 유니폼이 추가된 것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었고, 이 일로 그것이 더 심해진 것이다. 게다가 경기 당일 아침, 구단 측에서는 서포터즈에게 붉은색 응원 깃발을 사용하도록 요청했고, 이를 통해 유니폼 색 변경에 정치적 요인이 영향을 끼쳤음을 확신하게 된 팬들은 결국 관중석에 현수막을 걸고 항의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평소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이번 일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축구에서 홈 유니폼 색은 그 팀을 상징하는 색이다. 그러므로 홈 경기에서 굳이 홈 유니폼을 입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날 충남 아산의 상대였던 ‘부천 FC 1995’의 상징색은 붉은색이다. 홈팀이 홈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이제부터 싸워 이겨야 할 원정팀의 상징색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팬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일에 대한 팬들의 의심과 항의는 이해할 만하고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나, 구단 차원에서 팬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충남 아산 이준일 대표이사는 논란이 지속되자 송구스럽다는 말을 전하긴 했지만, 홈 유니폼을 파란색과 붉은색, 두 가지로 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실제 충남 아산 FC 쇼핑몰에는 파란색 유니폼과 붉은색 유니폼 둘 다 홈 유니폼으로 표기됐다. 유니폼을 제외한 다른 어떤 기념품에도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것은 찾아볼 수도 없는데도 말이다. 홈 유니폼을 두 가지로 하겠다는 발상이 통념과 맞지 않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축구에서 홈 유니폼 색은 그 자체로 구단의 정체성이자 역사다. 그것을 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손대겠다는 것은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더해 명예구단주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지난 13일에 열린 이번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충남 아산 유니폼이 무슨 색인지조차 몰랐다고 말한 동시에 이번 일에 항의한 서포터즈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서포터즈라고 다 팬도 아니고 그 수도 적다는 말과 동시에 서포터즈에 정치색이 강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지자체장이 자동으로 시민구단의 구단주를 맡게 되는 현재 시스템에서 도지사가 구단에 대해 무지한 것까지는 백번 양보해 이해하더라도 명예구단주로서 팬들을 존중하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관계자들 개인의 행태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결국 K리그의 시민구단 시스템 자체가 갖는 한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예외도 있지만 현재 시민구단 시스템으로는 구단에 딱히 관심과 애정이 없는 정치인이 구단에 관여할 여지가 많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이제는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여동하 간사 

lyrikosstb@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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