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학부장 인터뷰 | 첨단융합학부 송준호 학부장

슬그머니 봄날의 햇살이 비추던 지난 14일(목), 자연과학관1(18동) 518호에서 지난 1일 취임한 첨단융합학부 송준호 학부장(첨단융합학부)을 만났다. 올해 첨단융합학부는 229명의 첫 신입생을 맞아 22명의 교수진을 꾸리고 자연과학관1과 자연과학관2(19동)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새로운 학부 교육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송 학부장에게 첨단융합학부의 비전과 교육 철학을 물었다. 

 

Q.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학부 교육에 변화가 요구되는데, 첨단융합학부의 비전은 무엇인가?

A. 작년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준비하면서 ‘〈학부대학〉(가칭) 설립과 운영에 관한 연구’에 참여했다. 그때 여러 교수님과 함께 학부 교육에서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자립과 공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립은 스스로 꿈이나 진로를 깊이 고민하고 선택하고 감행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공감은 다른 생각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과의 차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둘을 갖춘다면 졸업 후에도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해 다양한 사람과의 유연한 협업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첨단융합학부의 비전은 ‘자유로운 꿈의 공작소’의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꿈을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협업하고 소통하며 자립과 공감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기를 바란다. 이때 교육기관의 역할은 학생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즉 공작소에 좋은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A. 배움과 실천이 더 긴밀히 연결되고 학생의 필요에 맞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전통적인 교육과정에서는 기초학문과 전공별 필수 지식을 먼저 배우고, 졸업에 가까워져서야 응용이나 실습이 이뤄진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전공 적합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그래서인지 기존 교육과정으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들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교육과정의 초기 단계부터 각 분야의 실제 문제와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첨단 도구를 접하며, 배움과 실천이 연결되는 경험을 늘려야 한다. 

특히 첨단융합학부는 융합적인 분야를 가르친다는 점과 2학년 2학기부터 전공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교육과정 구성에 고려할 것이 더 많았다. 고민 끝에 학생의 지적 역량과 필요를 존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첨단융합학부의 교육 목표는 ‘적재·적소·적기의 교육’인데, 언제가 적절한 시기인지는 학교가 정하는 게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더 유연하고 압축적인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압축적 교육과정에 따른 어려움이나 심화 학습이 필요한 지점은 꾸준한 면담과 멘토링으로 확인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인 학업공동체와 비교과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이를 채워갈 수 있도록 돕겠다.

 

Q. 융합의 조건은 무엇이며, 첨단융합학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준비했나?

A. 기존의 교육체계에서 융합의 기본 조건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각 분야의 경계를 초월하는 독창적인 시각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다가올 시대의 융합을 위한 조건은 서로 다른 배경과 전문성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학생들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타 단과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SNUTI SUPPORTERS’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베리타스 교과목, 첨단융합학부 전공 과목, 교과인증과정 등 첨단융합학부 학생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을 타 단과대 학생도 함께 수강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부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Q. 첨단융합학부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A. 신입생들과 모두 한 번씩은 함께 식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주에는 학생들과 샤로수길에서 밥을 먹고 ‘인생네컷’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먼저 학생들을 팔로우하고 많이 소통하려고 하니 학생들도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나 자신이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교수 생활을 하며 소위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어서 행복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더 나은 교육을 만드는 데도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교육은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읽고 배운 말이다. 강의실 밖에서도 즐겁게 어울림으로써 더 나은 교육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른 교수님들께도 학생들에게 먼저 용기 내서 다가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송준호 학부장은 “올해 신입생들은 새로 만들어진 학부를 선택하고 과감히 도전한 이들이다”라며 현재 마련된 공간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이 고마워할 때 가장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첨단융합학부의 교육은 교수들끼리 완성해 놓은 것이 아니며,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 :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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