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온 사회문화부장
오정온 사회문화부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달 만 2년을 맞았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이 무색하게,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지 않다. 전쟁이 길어지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의 관심은 점차 사그라들었고, 특히 주요한 원조국이었던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가 지나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국의 지원이 끊기면 전쟁의 무게 추는 러시아로 더욱 기울 것이다. 비단 서방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신냉전’의 시작이라 분석하며 러시아의 권위주의에 대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승리를 자신 있게 점치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쟁의 향방에 관해 섣불리 말을 얹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전쟁 중인 나라에 살아가면서도 나에게 전쟁은 먼 타국의 일로 느껴지고는 한다. 

그런데 전쟁 국면을 맞아 국내 방산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고공 행진 중이라는 소식을 보고 있자면, 전쟁은 불쑥 내 곁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한국의 전쟁 무기 거래는 ‘K-방산’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돼 먼 곳의 고통을 딛고 성장 중이다. 매년 세계 주요 무기의 수출입 동향을 보고하는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2」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한국의 무기 수출 규모는 세계 시장에서 2.4%의 점유율을 차지해 세계 9위에 올랐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 한국이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 1.3% 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 무기 중 다수는 분쟁과 인권탄압을 위해 쓰이고 있다. SIPRI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한국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 중 74%는 인권탄압 등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이 있는 국가였다. 산업연구원의 「2020 KIET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를 보더라도 분쟁 가능성은 한국이 무기 수출 유망국을 가리는 주요한 지표다. 인간을 상대로 무기를 실험하는 장으로서 전쟁은, 이런 방식으로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윤색된다. 

물론 무기 수출에는 여러 규제가 존재하지만, 소수의 사람만 비밀리에 관여하는 방위 산업의 특성상 이런 규제들은 현실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나란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주요 무기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이 꾸준히 우크라이나에 우회적으로 포탄을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가까워짐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때로는 국가의 이름 아래, 때로는 개별 시민으로서 나는 수많은 전쟁에 부지불식간 깊숙이 연관돼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고통이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전쟁 속 고통을 기억하자는 구호 이상으로 고통에 대한 공감이 절실해진다. 그 공감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지, 나아가 그것이 먼 고통을 우리 공동체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인간이 얼굴 없이 고통받는 숫자로 표상되는 글자를 목격할 때, 먼 고통을 나의 고통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상상력이 우리 공동체에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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