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가 이어지면서 서울대에서 ‘0학점 등록제’ 시행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0학점 등록제란 졸업유예제도의 일종으로,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학점 수강 및 등록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은 채 추가 학기를 등록할 수 있는 제도다. 0학점 등록제에 대한 요구에는 ‘대학생’ 신분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고자 하는 학생들의 선호가 담겨있다. 실제로 제63대 총학생회(총학) 「정오」가 실시한 교육환경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약 67.5%가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대학신문』 2023년 5월 29일 자) 다른 대학 졸업 예정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립대 및 수도권 사립대 중 70.3%가 0학점 등록제와 유사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에는 0학점 등록제나 이와 유사한 졸업 유예 제도가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졸업 유예가 불가한 현 학사제도 아래서 졸업을 앞둔 서울대 학생들은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졸업 예정자들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이수 요건을 모두 충족했음에도 40만 원 가량의 등록금을 내고 초과학기를 등록해야 한다. 등록금과 성적 평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취업 전선에서 촌각을 다퉈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 예정자에게는 통학 시간과 강의 시간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 초과 학기 중에 취업에 성공해도 문제다. 취업계를 제출하면 해당 수업의 출석이 인정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수용 여부는 강의마다 다르기에 졸업 예정자에게 초과 학기 강의는 여전히 불안 요소로 남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작년 총학 「자정」에서는 0학점 등록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자정」에 이은 「정오」가 지난해 제1차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 0학점 등록제를 안건으로 제시했을 때 본부는 그 필요성에 공감하며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신문』 2023년 5월 29일 자) 이후 별다른 진척 없이 ‘내부 검토 중’이라는 말뿐이다. 본부의 입장은 0학점 등록생의 시설 사용 문제와 졸업 요건 수정을 위한 학칙 개정 등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총학 선거까지 무산되면서 0학점 등록제의 시행은 전적으로 본부의 의지에 의존하게 됐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 기준 정해진 수업 연한을 초과해 최소 학점을 등록한 서울대생은 580명으로, 직전 학기의 529명보다 약 10%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대 신입생이 3,443명인 사실을 고려하면 한 학년의 17%가량이 졸업 유예를 위해 초과 학기를 등록한 셈이다. 더 이상 학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본부가 0학점 등록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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