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목) 환경부가 택배 과대포장 규제 단속을 유예했다. 2022년 환경부는 택배의 포장공간비율과 포장 횟수 제한을 골자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이에 대한 단속 규제를 다음 달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해관계자의 의견 △일률적인 규제적용의 어려움 △규제 비용의 소비자 전가 가능성 등을 이유로 2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다. 여기에 연매출액 500억 원 미만 업체는 택배 물량이 국내 택배 물량의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도 밝혔다. 종이컵 사용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철회에 이어 또다시 환경정책 단속 규제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환경부의 이번 정책 유예 결정은 택배 포장 폐기물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봤을 때 심히 우려스럽다. 택배 포장에 사용되는 비닐, 플라스틱, 골판지 등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고 식료품 배달에 쓰이는 스티로폼의 경우 자연 분해되는 데만 500년 이상이 걸린다. 2021년 기준 택배 포장 폐기물이 전체 생활폐기물 중 9% 내외인 약 204만 톤을 차지한 상황에서 택배 물동량은 매년 수억 개씩 늘어 2022년에는 40억 개를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관련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0년 환경부의 연구 용역 보고서「유통 포장재 감량을 위한 현장 적용성 등 분석 연구」결과에서도 기업 주도적 규제보다 정부의 정책적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규제 비용의 소비자 전가를 우려하며 유예를 결정한 것은 환경보호 책임에 대한 방기이자 오히려 미래 세대에 규제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환경부가 이처럼 정책 시행을 유예하는 사이, 국민의 혼란도 커진다. 안 그래도 모호한 정부 지침에 맞춰 어렵게 정책 시행을 준비한 소상공인들은 오락가락하는 환경정책에 혼선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철회 당시에도 계도기간의 시행 종료를 보름 앞두고 규제 단속이 유예되는 바람에 종이 빨대 등 대체재를 개발하던 업체들이 도산하고 소비자 혼란이 일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은 자명하다. 2018년부터 3차례에 걸쳐 일회용 택배 포장 감축과 현장 적용 방안에 관해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정책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부담과 적응 기간을 이유로 단속을 유예하는 것은 대안 마련, 현장 적용 방안의 다각화 등의 준비가 부족했음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환경보호를 주무로 하는 부처인 환경부가 폐기물 감량이라는 전지구적 당위를 무시하고 신뢰를 잃는 결정을 반복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10일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75.6%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고, 96.3%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환경부는 이런 국민적 인식의 흐름에 발맞춰 공적 신뢰를 잃는 행위는 멈추고 환경정책의 컨트롤 타워로서 실효적인 규제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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